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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 자유여행을 준비하다

취향대로 만들어가는 여행

by 일월 Jan 18. 2025



우리의 여행은 중학생 때부터 줄곧 패키지였다. 필리핀, 베트남, 캄보디아, 싱가포르 등 동남아부터 동유럽에서 스페인까지. 우리보다 행동력이 빠른 아빠가 항상 먼저 예약을 했다. 시간이 흐르면서 반나절이나 하루 정도 자유 일정이 끼기 시작했고, 그 정도는 거뜬했다.



나는 패키지를 싫어하지 않았다(하긴 그러니까 계속 갔겠지?). 물론 아쉬운 점도 있지만, 효율적인 방법이니까. 쉽게 말하면 가장 편한 방법. 어차피 처음 떠나는 여행지라면 가는 곳은 다 비슷하기 마련이니, 중요한 랜드마크만 보고 와도 성공이라 생각했다. 그렇게 지금까지 패키지로 여행을 다니면서 필수 관광지만 쏙쏙 뽑아 다녔다.



그래서 지금까지 적지 않은 해외여행을 떠났지만, 여행 전 준비를 한 번도 해 본 적이 없다. 드디어 여행보다 여행 준비가 더 설렌다는 말을 체감할 시간이었다. 영상보다 텍스트를 신뢰하는 아날로그 인간인 나는 도서관에 있는 영국과 파리 책을 모두 섭렵하겠다는 신념으로 샅샅이 뒤져 비교적 최근에 발간된 책 위주로 빌리면서 여행 준비를 시작했다. 그러면서 내용은 이 책이 좋은데 레이아웃이… 가독성이 진짜 안 좋다 이런 것도 소소히 느끼며.



마음에 드는 영국 관련 책 킵하기. 다 못 읽은 건 안 비밀^^;



하지만 처음부터 난관에 봉착했다. 원래 우리의 야심 찬 여행 테마는 연극·뮤지컬(연뮤) 탐방! 중소극장 뮤지컬을 좋아하면서 다양한 예술가를 알게 되었고, 배경으로 유럽의 도시가 등장하기도 한다. 거기에 나름 긴 기간으로 여행을 떠나다 보니 들뜬 게 분명하다. 가고 싶은 나라가 이렇게 많을 줄이야. 하지만 꿈이 너무 컸다. 아, 패키지에 절어 있어서 가능하다고 생각했을지도. 제대로 된 연뮤 탐방을 하려면 적어도 한 달은 필요하지 않을까. 이렇게 우리는 2주밖에 안 가는 주제에 런던, 에든버러, 파리, 니스를 가고 싶어 했고(그전엔 독일까지), 결국 니스를 포기했다.



와중에 우리의 목표인 연극 히스토리 보이즈는 애버딘(스코틀랜드)에서 볼 예정이었는데, 냅다 런던인 파리아웃 비행기를 예매하고 그 안에서 일정을 조정하다 보니 스코틀랜드보다 런던에 있을 때 보는 게 더 적합하다고 판단했다. 그래서 런던에서 기차 타고 2시간 반 떨어진 말번(Malvern)에서 보는 걸로 일정을 변경한다. 마침 말번 가는 길에 옥스퍼드가 있네? 공연 보는 시간은 쏙 빼고 옥스퍼드까지 야무지게 다녀오려고 했지만 당연히 포기했다^^; 그래도 이제 큰 틀은 완성됐다!



처음으로 취향대로 일정을 모두 계획하니 설렜다. 잠시동안은. 하지만 설렘이 워낙 커서 방대한 양의 정보를 받아들이다 보니 교통, 숙박부터 진이 다 빠진 사람이 저예요. 비행기(루프트한자, 이지젯), 레일카드, 히드로 익스프레스, 기차(GWR, LNER, Scotrail)까지. 조금이라도 싸고 효율적으로 이동하겠다고 갖은 노력을 했다. GWR 최악이었고 다시는 만나기 싫지만 또 만나겠지. 진이 빠진 나를 위해 동생이 그 후 일정을 도맡았다. 아래는 동생의 야무진 일정 지도이다.



런던 일정
파리 일정



그리고 오로지 연극과 뮤지컬 관련된 것으로만 채우기에는 우리의 덕력이 부족했다. 처음에 파리에서 무조건 하루는 빼서 오베르 쉬르 우아즈를 갈 생각이었지만, 하루 일정을 여유롭게 짠 탓에 파리 중심에서 4일도 너무 짧았다. 지금은 무리해서라도 다녀올걸 후회하지만. 어쨌든 처음 가는 나라의 랜드마크들도 포기할 수 없었으니까. 랜드마크는 랜드마크대로 우리의 취향은 취향대로, 직접 처음부터 하나하나 만들어가는 즐거움이 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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