멋지지? 난 다 가졌으니까!
오늘 외출을 하고 돌아와 엘리베이터를 기다리고 있는데 전신거울과 눈이 마주쳤어.
가만 보니 가디건의 단추를 중간에 건너뛰고 채웠더라구?
우스꽝스럽게 여며진 모습을 내려다보는데 그 아래로 크록스가 눈에 띄는거야.
스트랩 한쪽은 발등에 올려놓고 다른 한쪽은 뒤꿈치에 놓고 신었네?
언제부터였는지 눈썹엔 짧은 실밥도 붙어있어.
나 오늘 이러고 다녔던거야. 이러고 네 시간동안 시내를 활보하고 다녔지 뭐야.
조금 어이가 없어서 웃어버렸어. 예전이라면 그 시간이 부끄럽고 창피했을거야.
나이가 들어서 그런가. 옷매무새에 관심이 잘 안가. 오늘 아침 햇살이 참 좋아서 따뜻하게 만끽하느라 내 차림새를 별로 신경쓰지 않았거든. 아니, 나서기 전부터 관심이 없었을지도 몰라. 마지막 단추가 안맞았을텐데 말이지. 왠지 한쪽 발만 헐떡거렸을텐데 말이지.
하지만 엉망이었다고 해서 따뜻했던 그 순간들이 없어지진 않아. 단추가 삐뚤어도 신발이 헐거워도 나는 잘 다녀왔어.
말려들어간 옷자락 사이로 따뜻한 아침이 스며들었고, 헐거운 신발로도 발걸음은 가벼웠어.
난 어설펐지만 내가 바라보는 것들이 아름다워서 그걸로 충분했어.
아름다우려 꾸미지 않아도 아름답게 바라보는 마음이 있다면 그게 바로 행복인거야.
누가 보던지 말던지, 내가 좋았으면 그만이라고 생각했다는 게 스스로 어찌나 기특하던지!
여전히 나는 자라고 있나봐-
※영상은 2배속이라 글씨 쓰는 소리의 싱크가 안맞게 느껴질 수 있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