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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은 계속 있었어. 너처럼.

by 청유


오래 전 아버지의 발령으로 제주도에 살 때, 음.. 당시에는 에어컨이 흔하지 않아서(시작하자마자 라떼 한잔...) 한여름밤이 되면 더위를 식히기 위해 한라산 중산간으로 드라이브를 가곤 했어요.

오고가는 차도 거의 없었고, 그냥 길바닥과 흙바닥 사이쯤 돗자리를 넓게 깔고 누워서 별구경을 했는데, 그러다가 잠이 들고 어째서인지 아침엔 집에서 눈을 떴습니다. 엄빠가 나를 들쳐안고 차에 실어준(?) 기억이 어렴풋이 있을 뿐이죠.



저는 지금까지도 그 때의 별만큼 밝고 빛나는 별무리를 본 적이 없어요. "와.. 예쁘다.."하며 절로 멍해지던 아름다운 별. 사춘기가 오고 성인이 되고, 그 시절을 까맣게 잊고 지내다가 나이가 드니 문득 생각이 납니다.

나와 똑같이 어렸던 그 별은, 지금 보면 또 나와 똑같이 나이가 들었는지 눈빛이 한껏 그윽해 보여요.


별이 저에게 말하는 것 같아요.


사는게 바빠 나를 바라볼 수 없을테니, 더 빛나는 별을 보낼게.


저는 그 말을 너무 늦게 들어서, 그동안 나를 안아주던 짧은 팔들을 귀찮아 하기도 했고, 가만히 빛내주던 시선을 부담스러워 했어요.


가장 밝은 별인 시리우스는 8.6년의 세월을 거쳐 우리에게 보여진대요.

베텔게우스의 빛이 내 눈에 도달하려면 642년이 걸린대요.

그렇게나 과거로부터 온 별이, 무구했던 나의 시절을 다시 보여주는 것 같아요.


예쁘다..

그랬던 별은 사실 온천지에서 생겨나고 있었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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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상 우리의 존재도 빛이 납니다.

소중한 사람들이 빛이 되어 나를 밝히듯이, 나 역시 어떤 이의 주변으로서 빛이 되고 있겠죠.

그러니 반짝이려 애쓰지 않아도 괜찮다 이거예요. 존재하는 것만으로도 이미 누군가의 하늘을 환히 밝혀주고 있으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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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처럼 날이 흐릴 땐 별도 안보이기 마련이에요. 그러나 그 별이 없어진 건 아니죠.

힘들고 속상해 빛이 사라졌다 느낄 때, 우리 역시 비처럼 개운하게 울고 나면 언제 그랬냐는 듯 다시 반짝일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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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가 오니 조금 쌀쌀해졌어요.

손이 시릴 공포의 계절이 다가오고 있지만, 그 손을 바라봐줄 당신이 있으니 내일을 향해 걸어갈 용기를 얻어갑니다.

브런치 방임 중인데도 제 곁을 묵묵히 지켜줘서 고마워요.



아? 그대가 바로 나의 별이고 빛이었군요!





낙서는 즐거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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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밤중에 붓펜을 꺼내서 글씨를 써봅니다.


여름 시즌 참여했던 네 공모전 모두 수상했습니다.

역사, 문학, 소통 등 다양한 대주제를 짧은 기간 안에 창작하게 되어 굉장히 산만했어요. 그냥 글씨를 멋드러지게 쓰기만 하면 되는 건줄 알았던 n년전 날나리가 많이 변했어요. 주제에 대한 깊은 이해가 없이는 작품이라고 부를 수 있는 작품이 나오지 않습니다. 때마침 원데이클래스를 진행하게 되었는데, 이런 철학이 생긴 저에게 하루만에 뭔가를 익히게끔 하는 것이 뭐랄까 조금 거부감이 들더군요. 그러나, 예능하러 오신 분들에게 다큐 찍자고 할 수는 없으니까 그냥 했습니다.ㅎ

김챌수씨와는 여전히 K-POP을 어떻게 울궈먹을 것이냐 씨름중입니다.. 요즘은 헌트릭스 이야기도 종종 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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