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 살이 참 힘들다.
어쩌겠어.
그래도 죽는 것보단 나으니 살아가고 있겠지.
더 이상 키가 클 수도 없는데,
왜 아직도 성장해야 한다는 건지.
나는 뭐가 여전히 무서운지.
쑥쑥 자라던 어린 시절이
삼사십 년 전이라는 게
잘 실감은 안 나.
그 시절 나는
운전하는 어른이 멋있었고
요리하는 어른도
대차게 싸우는 어른도
내가 모르는 단어를 말하는 어른도
돈을 내는 어른도 너무 멋있었어.
이젠 나도 다 할 줄 아는 어른이 되었는데
딱히 멋있진 않은 것 같아.
어른은 어린이들에게나 멋있는 존재일까.
어른은 그렇게라도 멋있기 위해
고달프게 길 위를 뛰어다니며
뜨겁게 불태우고
주먹 쥐어 참아내고
열심히 노력하는 걸까.
나는 아직도
우유에 네스퀵을 타먹는 게 좋고
치과가 무섭고
키 크라고 오래도록 자고 싶어.
하지만 현실은
매 순간 도약을 요구해.
인생의 마감이 가까워지고 있다고
그러니 발전이 필요하다고
세상이 달라졌다고
무언가를 하라고.
내 의지와 상관없이
나이가 들어가는 것보다
그 나이때 해야만 하는 것들을
모조리 놓치고 지나온 것 같아서 두려워.
관록이라 할 수 없는 때 묻은 인생 탓에
하고 싶은 것이 무엇인지조차
곰곰이 생각해야만 해.
나는 어른이
저절로 멋있어지는 줄 알았어.
화려한 어른의 색깔이
사실은 피땀으로 만들어진 얼룩이라는 걸
그땐 정말 몰랐어.
엄마 아빠가 말하는
"괜찮다" 그 말이
사실인 줄 알았어.
착한 어른이어도
누군가의 무엇을 빼앗아야 하고
가난한 어른이어도
반드시 지켜야 할 것이 있는
이 세상은 전쟁터였어.
그러나 누군가의 무엇으로 존재하는 우리는
전장 속에서도 웃어야 하지.
때로는 총구 안에 네스퀵을 챙기고
초코우유 묻은 입술을 일부러 들키며
그것을 행복이라 부르고 사는 건가 봐.
모두가 이렇게 살고 있겠지?
힘들지만 담담하게.
이해할 수 없지만 자연스럽게.
각 잡은 채로 멋있게.
정말 대단한 것 같아.
다들 너무 멋있어.
힘들어도 열심히 살아가는 사람들을 보며
나도 힘을 내보려고 해.
오늘도 크게 별 일 없이
벙커로 돌아와 준 너에게도
뜨거운 박수를 쳐주고 싶어.
잘했다고.
애썼다고.
멋진 어른이라고.
-청유
사진 속 글은 노라조의 <형> 가사를 살짝 편집해서 썼어요. 원가사 중 '짜샤'같은 단어를 쓰기가..독자님께 조금, 뭐랄까, 선을 넘지 않았나 싶어서요.ㅎ
노래를 모르시는 분들을 위해 라이브영상 가져왔어요. 쇼츠예요. 여러분의 시간은 소즁하니까-
https://youtube.com/shorts/pmvCuYZ1ECs?si=nnun88XNzEMPtDl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