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날이 얼마 남지 않았네요.
경기도 안좋고 여러모로 걱정이 앞서요.
개인적으로 아예 안 치르고 넘어갔으면 좋겠다는 생각도 들지만 시간은 여지없이 우리를 설날로 데려다주겠죠. 하지만 괜찮습니다. 될대로 돼라 즐기다보면 어느새 다시 일상으로 돌아와 있을테니까요.
오늘 저는 설날을 앞두고 재정상태를 점검했는데요. 이렇게는 조카들 세뱃돈과 부모님 용돈을 넉넉히 드리기가 어렵겠다 싶더라고요. 평상시에도 있는데서 해결하는 편이라 궁상이 늘었어요.
과한 궁상은 때로 후회할 선택을 만들기도 하죠. 그래서 값과 가치가 비례하는 것들을 잘 선별해야 해요.
그렇다면 설날맞이 예비비용은 값과 가치가 비례할까요? 저는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할많하않에 의거 이하생략함)
우리우리 설날 이야기를 우중충한 분위기로 시작했네요. 아실테지만, 밑밥이죠.ㅎ
오늘 설날 용돈을 총계 내어보니 다른 게 추가적으로 필요하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마음보다 현실이 많이 모자라서요. 여기저기 찾아보며 고민을 하다 세뱃돈 봉투에 진심어린 덕담을 적는 걸로 결정했습니다. 봉투 속 작은 것들을 조금은 상쇄시켜주지 않을까, 하면서요. 돈 주면서 무례해지긴 싫거든요.
그래서 일단, 친정 쪽 모임에 부모님 포함 9개의 봉투를 준비했어요.
이 중 저희 애들만 넷이네요. 에휴ㅎㅎ
고등학생 큰 아이의 세뱃돈 봉투예요. 내가 가는 이 길이 맞는지 불안정한 심리에 지배당할 때가 많은 것 같아요. 선택에는 책임이 따르지만 그건 나중 일이니, 일단은 스스로 도전한 일에 용기를 가졌으면 좋겠어요. 시간을 소비할 각오가 되어 있는 마음가짐이라면, 후에 짊어질 책임도 겸허히 받아들일 수 있을 거예요.
중학생팀 첫째 조카입니다.ㅎ 초등시절 얼마나 속을 썩이며 커왔는지~ 지금 생각해도 혀를 내두를 벌테였는데 사춘기 들고선 정말 다른 사람이 됐어요. 이젠 말도 골라가며 해야겠더라고요.ㅎㅎ 너-무 듬직한거 있죠?
중학 시절엔 목표에 대해 진지하게 생각해 봐야 할 시기죠. 무조건 잘해야 한다거나 정상만이 목표라는 구시대적 다짐으로는 현대사회에서 살아남기 힘들어요. 조카의 나이엔 영점사격에 앞서 타겟을 확보하는 절차가 필요합니다. 커서 뭐 될래,보다 '내가 갖고 싶은 유무형의 어떠한 것'으로 접근해 보세요. 청소년에게 필요한 건 현재의 스스로에게도 행할 수 있는 질문들이에요. 커서 뭐 할래,는 안커봐서 아직 몰라요.
ENFP가 중2병을 만나면 시너지가 대단합니다. 그 온도에 맞춰주기 위해서는 격한 공감(을 넘어선 이입)이 필요해요. 무척이나 하고 싶은 자기자랑을 대신 추켜세워주고, 엉뚱해 보이는 시도들마저 응원해 줄 수 있는 마지막 나이가 중2 아닐까, 해요.ㅎㅎㅎ (민트와 초코의 조합은 중2가 개발하지 않았을까...)
요즘 똥머리(?)를 예쁘게 하는 방법을 연구하는 중인데 마침 딱인 스티커가 있어서 얼마나 반가웠던지요.
초등학생들은 격언의 깊은 의미를 깨닫기엔 무리가 있죠. 다소 직설적인 화법이어야 알아들어요.
하지만 전 이들을 많이 겪어봐서 잘 알아요. 대놓고 반복해 말을 해도 금세 잊는다는 걸. 뛰지 말라는 소리에 네, 하면서 뛰어가거든요. 특히 저희 아들은 집중력과 감정조절이 아직 덜 커서 손이 많이 가요.ㅎㅎ 말을 안듣는다기보단 뇌에서 처리가 잘 안돼요. 늘 신경 써야 하는 10대 아들 번거롭나요? 아뇨. 남들보다 더 주어진 함께의 시간에 감사해요. 큰 조카처럼 어느날 갑자기 제 품 밖으로 나갈거잖아요. 아들을 위해 했던 말을 또 합니다. 또 하고 또 하고 또 합니다.
아직 좌절에 익숙하지 않은 어린이들에겐 질책보다 위로가 필요하죠. 응원이란 건 위로가 완료된 다음에나 소화될 수 있는 부분입니다. 별게 다 역경인 어린 여학생에겐 어른의 안아줌이 있어야 해요.
칭찬을 많이 받고 자란 조카는 높은 자존감으로 인해 오히려 실패에 약하거든요. 누구나 부족함이 있고 그건 잘못이 아니라는 걸 깨달아가는 길이 조금은 편했으면 하는 고모의 마음을 담았어요.
아잇! 드디어 유아들의 세배를 받을 차례네요!!♥
막내의 놀이책상에 숨겨진 스티커통을 잠시 훔쳐왔습니다.ㅜㅜ
덕담이고 뭐고 필요없어요. 건강만 하렴.
제 동생이 둘째아가를 품고 있어요. 얼마 전에 성별이 남자인걸로 밝혀졌네요.
이제 세 살인 막내조카가 누나가 된다니!ㅠㅠ
엄마에게 드릴 용돈 봉투예요.
멘트 필요한가요? 아묻따 사랑해요.
아부지가 작년에 은퇴를 하셨거든요~
아직은 정체성의 혼란 중에 있으세요.^^; 올해는 진정한 행복의 것들을 꼭 찾아내시길 바래봅니다.
설날에 지출해야 할 현금을 생각할 땐 솔직히 우울했었어요. 더 주지 못할 미안함, 부족한 능력에 대한 답답함, 사회문화에 대한 불만 때문이었어요. 하지만 봉투에 글을 쓰며 우울감이 구름 걷히듯 싹 사라지더라고요. 덕담으로 쓸 글을 찾으며 읽었던 수많은 위로와 글귀들로 풀죽은 마음이 되살아났던 거예요.
특히 한 명, 한 명을 떠올리며 어떤 덕담이 좋을까 생각해보는 시간이 참 의미 있었어요. 이럴 때 아니면 한 사람씩 상세하게 스캔하며 생각해 볼 시간이 있을까요? 그들에게 필요한 명언이나 책 속의 글귀를 찾는 건 저에게도 힐링의 순간들이었어요. 마침내 한 줄씩 완성되어 갈 때의 뿌듯함은 아마 봉투를 건넬 때보다 더 절정이었을 거예요. 이제 저의 마음이 온전히 전해지기만 했음 좋겠어요.
아직 글을 모르는 막내팀 유아들의 봉투를 만들 땐 정말 재미있었어요. 스티커나 붙이고 별 건 없는데도 받는 모습이 자꾸 상상돼서요. 지금 이 대목을 쓰면서도 갑자기 웃고 있어요. 너무 귀엽잖아요. 아직 안봤지만 아무튼 귀여워...ㅎㅎㅎ
많은 의례 중 큰 문제 하나를 해결했네요. 이젠 선물세트를 골라봐야겠습니다. 각 집에 하나씩 주고받는 문화가 있어서요. 모두 아이들이 있으니 스팸세트로 해야겠다-라는 생각을 n년째 하고 있습니다. 어차피 똑같이 준비할거면서 매번 맞나 안맞나 고민해요. 이럴 때마다 느끼는 거지만 정말 세상걱정 95%는 하등 쓸데가 없어요. 그러니 우리모두 올해는 걱정중독에서 벗어나보도록 해요. 이것이 새해 첫 글에서 드리는 저의 덕담입니다.^^
지난주의 연재글로 <한파를 대하는 자세>를 업로드하려고 했었으나, 어떠한 이유로 잠정 보류하게 되었어요. 그 바람에 이제와 새해 첫 연재글을 올리게 되었네요.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여러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