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년 신기방기한 한글나라라는 학습지 광고에서는 24개월부터 한글공부를 시키라고 했습니다. 그 말을 믿은 전, 아이가 24개월이 되면서부터 되지도 않을 공부를 미친듯이 시켰더랬죠. 내 과거를 아이로부터 복원하고자 했던 마음을 깨달았고, 시간이 흘러 셋째에겐 학교에 들어갈 때쯤이 돼서야 한글을 가르쳤습니다.
큰 아이는 선례를 남깁니다.
좋은 예가 되면 좋지만 때로는 나쁜 예로 남아 본의아니게 '연습용'이 되는 경우도 많았어요. 그런저런 것들이 쌓여 큰 아이에 대한 애정은 조금 특별한 것 같습니다. 애정이라 쓰지만 애증이 되기도 하고 애환이 될 수도 있어요.
<출간기념>이라고 해놓고 큰 아이 이야기를 늘어놓았네요.
초보엄마의 육아스트레스를 온몸으로 받으며 커왔던 큰 아이가 곧 고등학교 2학년생이 됩니다. 거적때기를 걸쳐도 빛이 나는 완연한 여고생에게, 18세를 맞이하는 시점을 기념해 특별한 선물을 준비했어요.
딸을 위해 만든
세상에서 단 한 권뿐인 책
그녀의 향수
최근 딸의 모습에서 공부를 위한 공부가 아닌, 꿈을 위한 공부를 시작하려는 게 보였어요.
대화의 주제가 성적에서 끝나는 게 아니라 본인의 목표대학이나 전공을 위한 커트라인을 언급하며 기준을 정하더라고요. 하지만 꿈이 있기 전에 너무 오래 허송세월을 보냈다는 자책이 크게 있었어요. 성인이 되기 불과 2년 남았다는 이유로 벌써 포기를 운운하는 걸 보자니 안타까움이 들었어요.
그래서 인생의 선배로서 엄마로서 힘을 줄 방법을 고민하다, 두고두고 되새길 수 있는 '책'으로 엮어보면 어떨까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여러분들이 오해(?)하셨던 그 출간은 아니어서 죄송합니다.ㅎ
딸을 생각하며 만든 세상 유일 포켓북
<그녀의 향수> 전문을 소개합니다.
끝
누구나 자신만의 속도가 있어요.
잘못 들어서면 되돌아가기도 해요.
중요한 건, 그 길을 분명 밟아왔다는 겁니다.
비단향꽃무는 역경들을 양분으로 삼고 꿋꿋이 버텨 햇살이라는 기회를 놓치지 않았어요.
언제나 기회는 있죠. 하지만 영원히 발견하지 못하는 사람도 많아요.
눈을 뜨면 기회는 있습니다. 이제 눈을 뜬 딸에게는 사방 천지 기회들이 널려있을 거예요. 지나온 후회가 발목을 잡도록 놔둘만큼 제 딸이 약하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눈을 떴다면 고개를 들어 활짝 핀 비단향꽃무를 목격할 수 있길 바라는 거예요.
'글라라'라는 이름은 제 세례명이에요.
저 글라라가 제 이야기라는 건 아닌데요, 뭐 꼭 아닌건 아니고요.(??)
아무튼
글라라는 자신을 패배자로 여기며 우울함에 빠져 살았지만, 실패했다 여긴 개화를 목격하고 다시 생기를 되찾았습니다. 심지어 나날이 비단향꽃무의 진한 향기를 내기 시작했죠.
비긴은 시작이에요. begin. 두 번밖에 등장하지 않아 몹시 서운하겠지만 시작 뒤에 이어지는 것들이 꼭 아름답지만은 않을 것이고, 아름다워졌다 하여 끝나지도 않을 것이기에 두 번 등장만으로도 충분하답니다.
메이킹 필름
전 그림을 못그려요.
문화센터나 공방을 전전하며 배워보려고 노력해 봤는데, 영 생각처럼 안돼요. 그래서 그냥 되는대로 합니다. 저게 최선이에요. 이 실력으로 포켓북은 또 세 번째나 만들었어요. 아들의 상담선생님께, 수녀님께, 이번엔 따님께ㅎㅎ
이처럼 마음을 동화처럼 풀어내면 편지로 전하기 힘든 메세지를 전할 수 있어요. 할 수 있으니 힘내라는 2D 스타일의 응원에, 이야기의 감동을 얹어 3D로, 눈물이라도 찔끔 흘려준다면 4D로 발전(?)시킬 수 있죠. 그런데 큰 딸이 미래의 미대생이라서요. 그림 보고 푸헷 웃을지도 몰라요.
몰래 해야 해서 다 자는 밤에 했어요.
제작과정
시놉시스나 콘티는 건너뜁니다. (극P)
하다가 이상하면 다시 새로 하는 편입니다.
지우개도 열일합니다.
1. 종이를 자른다.
2. 연필로 쓰고 그린다.
3. 젤펜으로 덧그리고 연필자국을 지운다.
4. 색칠한다.
5. 포켓에 넣는다.
연필 밑그림 위에 젤펜으로 다시 그린 과정이에요.
꽤 긴장돼요. 선이 엇나갈까봐요.
다시 하려면 세상귀찮잖아요.
막내의 돌돌이색연필.
마시멜로로 협상하면서 어렵게 공수했어요.
연필자국을 지우고 색칠을 합니다.
연필형 색연필 갖고싶다..
대충 다 한 것 같아요.
다이소에서 사왔습니다.
노란색으로 결정했어요.
이렇게 앨범처럼 되어있어요.
앞뒷면에 따로따로 넣을 수 있어서 책 한 장에 종이 두 장 필요해요. 앞면 한 장, 뒷면 한 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