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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재 중 오늘도 미룬 사람 여기 붙어라 02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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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정을 잊어버리셨나요?

by 해든쌤 Jul 13. 2024

오늘도 내가 미루는 이유

누군가 내 머릿속 팝업 창을 좀 꺼줬으면

종종 성인 ADHD 가 아닌가 의심스러울 정도로 쉽게 산만해지는 나 자신을 발견한다. 별로 상관없는 소리나 자극에 주의가 흐트러지고 새로운 아이디어가 팝업창처럼 머릿속에서 끊임없이 떠오른다. 정신을 차려보면 원래 하던 일이 아니라 뭔가 다를 걸 하고 있다. 반복되는 일을 할 때 특히 그렇다. 간단한 일조차 마무리하기 위해 고군분투한다. 상담 관련 행정 입력도 매번 월말 마감 때가 돼야 초집중을 한다. 더 이상 내일의 나에게 모든 것을 맡길 수가 없기 때문이다.

청소년 내담자가 잔뜩 찌푸린 얼굴로 상담실에 들어선다. 이유를 물었더니 치과에서 신경 치료를 받고 바로 오는 길이란다. 마취 주사 맞는 얘기를 하는데 나도 모르게 몸에 힘이 들어간다. 그렇다 치과 가는 게 무서워 몇 년째 미루고 있는 사람이 바로 나다. 일 때문에 시간을 못 낸다고 하지만 100% 핑계인 건 나 자신이 제일 잘 안다. 예전에 사랑니 발치했던 경험이 너무 고통스러워 치과를 가는 게 두렵다고 하기엔 벌써 이 십 년도 더 된 일이다.

미루기의 정의

학술용어로 ‘지연 행동(Procrastination)’이라고 부르며 부정적인 결과를 뻔히 예상하면서도 반복적으로 해야 할 일을 제때 하지 않는 행위를 일컫는다. 크게 일상생활, 학습이나 업무, 의사결정에 걸쳐 나타난다.

생활 영역: 일상생활에서 할 일을 미룬다.

(공과금 내기, 빨래, 청소, 분리수거, 도서 반납 등)

특정 영역: 과제나 시험공부, 보고서 작성 등을 미룬다.

의사결정: 뭔가를 선택해야 하는 상황에서 우물쭈물하면서 결정하지 못한다.

수면시간: 특별한 이유 없이 취침 시간을 지연시킨다.

프로 미룸러들은 딴짓을 하느라 시간을 허비하다가 막판에 몰아서 하는 악순환을 반복한다. 간신히 마무리하더라도 업무나 과제 등의 완성도가 떨어지고 스트레스도 많이 받는다. 시간 부족이나 자포자기 등으로 수행에 실패할 경우 자기 비하를 하면서 폭식이나 음주를 하기도 한다.

미루는 이유는 개인마다 다양하고 복합적이지만 프로 미룸러들에게는 할 일을 최대한 뒤로 미루면서 중요하지 않은 일을 먼저 처리한다는 공통점이 있다. 해야 할 일의 특성이 뭔가 불편한 감정이 들거나 다른 사람의 평가를 받아야 하는 것일수록 더욱 그렇다. 만성적으로 미루는 습관이 있는 사람들은 ‘지금 당장은 아니지만 조만간 일을 시작할 거야’라고 자신을 속인다.

간신히 일에 착수한 다음에도 금세 산만해질 때가 많다. 일 처리 과정과 순서에 대한 현실적인 예측이 부족해 남은 시간이 충분하다고 여기고 일할 분량은 과소평가하는 경향이 있다. ‘이 정도면 남은 시간 동안 다 할 수 있겠지?’라고 장담했다가 시간 부족으로 낭패 본 적이 한두 번이 아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