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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설날 Aug 19. 2024

EU의 팜유 규제정책

EU에서 팜유(= 팜오일, palm oil)를 환경 파괴 작물로 규정하고 각종 규제를 하고 있는 것은 이제 해묵은 이야기가 되었는데요. 2024년 8월인 이 시점에서 그간 EU의 팜유 규제 관련 움직임을 정리해 보겠습니다.




지금으로부터 5년 전, 2019년에도 EU는 팜유를 퇴출하겠다고 선언하였습니다. 그런데 이때 교묘하게도 '바이오디젤 연료에서' 퇴출하겠다고 하였습니다. 이 이야기는 사실, 식용으로는 퇴출하지 않겠다, 혹은 더 솔직히 말하면, 못 하겠다는 의도로 보입니다. 팜유를 식용에서까지 퇴출한다면 전반적인 식품 물가 상승으로 이어질 수 있고, 지난 글에서 말씀드렸듯이 유럽의 유명 브랜드 '누텔라'를 만드는 Ferrero 측에서도 팜유 없이는 누텔라다운 누텔라를 만들 수 없다고 이야기했었죠.


사실 EU에서 이렇게  팜유를 비판해도, EU가 결코 팜유를 적게 쓰지는 않습니다. EU는 팜유 수입을 줄여가고 있긴 하지만 여전히 인도, 중국에 이은 가장 많이 팜유를 수입하는 권역입니다. 인도와 중국의 인구가 모두 14억 명 이상, EU의 전체 인구가 4~5억 명 정도 되는데, 이를 보면 1인당 사용량으로는 오히려 EU가 인도나 중국보다도 팜유를 더 많이 사용한다는 이야기가 됩니다. 이러한 EU가 환경을 파괴하는 팜유를 쓰지 말자고 하는 것은, 이러한 소비에 대한 반성인지, 아니면 역설인지 모르겠습니다. 그리고 EU의 팜유 규제가 정말 실효성이 있을지 의문이 드는 부분이기도 합니다.


출처: 미국 농무부 (Oilseeds: World Markets and Trade, August 2024)


다시 바이오디젤로 돌아와서, 바이오디젤용 식물성 유지는 유럽에 많이 생산되는 유채씨유로 충당이 가능합니다. 이는 곧, 팜유를 바이오디젤 연료에서 퇴출하고 유채씨유를 많이 씀으로 인해 유럽 내 유채 농가의 지지를 받을 수 있다는 이야기이기도 합니다. 바이오디젤이야, 가격이 좀 비싸더라도 정부 보조금 등으로 해결이 가능하니 이 분야에서 팜유를 퇴출하겠다고 자신 있게 선언할 수 있는 것이죠. 실제로 EU에서 바이오디젤용 원료로 가장 많이 쓰는 것이 바로 유채씨유입니다.


EU의 속마음이야 어쨌든, 팜유를 전체 퇴출이 아닌 굳이 '바이오디젤 연료서' 퇴출하는 근거로 드는 것이 ILUC(Indirect Land Use Change) 개념입니다. 즉, 바이오디젤용 팜유 만들기 위해서는 식용 외에도 더 많은 팜유를 생산해야 할 것이고, 그 과정에서 더 많은 팜농장을 개간해야 하는데, 이 개간(Land Use Change)이 오히려 환경을 더 파괴한다는 논리입니다. ILUC-risk가 높은 작물을 규정하는 나름의 수식도 있는데, 사실 수식으로 써져 있더라도, 수학/과학보다는 국가 간의 이해관계와 논리의 싸움인 것 같습니다. 어쨌든, EU의 수식과 기준으로 보면 팜유가 ILUC-risk가 높은 작물로 규정되었고, 팜유를 점차적으로 퇴출해야 한다는 논리가 성립되었습니다.




2019년 'ILUC'에 이어, 2023년 ~ 2024년의 이야기는 'EUDR'입니다. 2023년 EU는 팜유를 포함해 커피, 코코아, 대두, 쇠고기, 목재, 고무(초콜릿이나 가구와 같은 파생 품목도 포함) 총 7개 품목을 '삼림 파괴 품목'으로 지정하고, 이에 대한 수입 규제인 EUDR(EU Deforestation Regulation)을 발표했습니다.


이 품목들에 대한 EU 시장 역내 수입, 판매 시에는 엄격한 실사가 필요한데, 원산지나 '지리적 위치 정보'까지 있는 실사 선언서(Due Diligence Statement) 제출이 의무화됩니다. 그런데 이 실사 기준이 너무 엄격해서, 이 7개 품목들이 EU로 가는 수출에 큰 차질이 예상되는 상황입니다. 시행은 2024년 12월 30일부터입니다.(소규모 기업에는 2025년 6월 30일부터 적용)


EU의 이러한 조치에 대해 위에서 이야기한 '삼림 파괴' 7개 품목의 생산국들이 불만이 많이 생기게 되었고, 팜유의 주요 생산국인 인도네시아, 말레이시아와 EU는 Joint Task Force를 구성해 2023년 8월 인도네시아 자카르타, 2024년 2월 말레이시아 푸트라자야에서 관련 미팅을 가졌습니다. 회의에서는 EUDR 실사 선언서를 작성해 내기 힘든 소규모 자영농에 대한 포함 여부, 관련 데이터 관리, 시행 연기 등이 논의되었습니다.


그간 EU는 '팜유'에 대해 집중 공격(?)을 해온 경향이 있었는데, 이번 EUDR 조치에는 대두, 목재 등도  포함돼 있다 보니 다른 나라들의 목소리도 들을 수 있습니다. 대두의 생산국인 남미에서는 EUDR을 '환경 보호를 빙자한 보호 무역주의'라며 강하게 비판하였습니다. 그리고 EUDR 이행을 위한 실사 선언서를 만드느라 오르게 될 생산 비용은 식량 물가 상승으로 이어질 것이라고도 하는데, 이 또한 일리가 있는 이야기입니다.


(출처: Reuters)


최근 4~5년간 EU의 팜유 환경 규제에 대해 정리해 보았습니다. 앞으로 EUDR의 실제 시행 여부와 그 영향에 대해서 지켜보아야 하겠습니다.




EU 규제 관련 출처


↓ ILUC

Official Journal of the European UnionCOMMISSION DELEGATED REGULATION (EU) 2019/807




↓ EUDR

Official Journal of the European UnionREGULATION (EU) 2023/1115



출처: FAQ - EU Deforestation Regulati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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