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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설날 Aug 16. 2024

실험실에서 만들어지는 팜유

지금까지 이야기한 팜유의 공급과 환경에 대해 요약해 보자면 이런 흐름이었습니다.


- 팜유를 생산하기 위한 기름야자 농장 개발은 생태적 가치가 높은 열대우림을 파괴한다.

- 하지만 팜유는 면적당 생산성이 높기 때문에, 콩기름이나 유채씨유, 해바라기씨유와 같은 다른 식물성 유지로 팜유를 대체하기 위해서는 지금보다 훨씬 더 많은 면적을 개간해야 한다. 이는 더 큰 환경 파괴를 초래할 수 있다.

- 그래서 팜유 환경 인증(RSPO)이 생겨났고, 이런 환경 인증을 받은 '올바른' 팜유 사용이 현재로서는 가장 현실적인 대안이다.

- 앞으로 인구가 증가하고, 소득 증가에 따른 1인당 소비량까지 증가하면서 팜유 수요는 계속 늘어날 것이다. 게다가 바이오디젤용 수요도 생겨났다.

- 하지만 지구상에 기름야자 농장을 조성할 수 있는 면적은 제한돼 있으므로, 앞으로의 공급 증가는 제한적일 것으로 보인다.


팜유가 환경을 파괴한다고 하지만, 딱히 다른 대안도 없고, 오히려 미래에는 팜유 공급이 부족해질 수도 있는 상황인 것입니다. 이때 대안을 제시하는 것이 '인공 팜유'입니다. Synthetic Palm Oil, Palm Oil Biosimilar 등으로 불리는데, 최근 세포 배양이나 효모를 활용해 배양육과 같은 식량을 생산해 내는 흐름과 유사한 맥락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현재 이를 연구하는 대표적인 업체들은 C16 Biosciences, Xylome 등이 있습니다. 열대우림의 파괴 없이, 늘어나는 팜유 수요를 친환경적으로 충족하고자 하는 것입니다. 이들은 효모와 발효를 이용해 팜유를 만들어내는 기술을 연구하고 있는데, Xylome社에서는 이 인공 팜유를 효모(Yeast)에서 나온 기름이라고 해서, 'Yoil'이라고도 부릅니다.


특히 C16 Biosciences는 2020년 빌 게이츠가 설립한 'Breakthrough Energy Venture(BEV)'로부터 무려 2,000만 불 투자 유치에 성공해 주목을 받았고, 2024년에도 'Bill and Melinda Gates Foundation'으로부터 투자를 받는 등, 여러 기관으로부터 지속적으로 투자를 유치해오고 있습니다. 실제로 C16 Biosciences는 효모로 만든 인공 팜유로 뷰티 제품을 개발 출시했으며, 이제는 식품 분야로의 확장을 추진하고 있습니다.


C16 Biosciences가 개발한 Palmless 화장품 (출처: Palmless)


C16 Biosciences, Xylome 같은 스타트업 외에도 영국 University of Bath와 같은 학계 연구 기관에서도 팜유를 대체할 수 있는 기술을 연구하고 있습니다. 연구 결과를 상업화하기 위한 산학 협력 노력도 있어, University of Bath의 Chris Chuck 교수는 영국의 스타트업인 Clean Food Group의 공동 설립자이기도 합니다.


Chris Chcuk 교수 (출처: Universtiy of Bath)


뉴스에서 종종 볼 수 있는 세포 배양육이라든가, 이번에 이야기한 효모를 통해 만든 팜유 모두 지금으로선 생소하고 뜬구름 잡는 이야기 같습니다. 하지만 이들이 성공해서 고기와 팜유를 완전히 대체할 수 있다면 산업계에 대격변을 일으킬 것입니다. 전 세계에 조성된 기름야자 농장을 모두 원시의 열대우림으로 되돌리거나, 그 땅이 다른 용도로 사용된다면 생태와 환경뿐 아니라 정치, 경제, 사회, 문화 모드 측면에서 큰 변화가 생길 것입니다.


다만 인공 팜유가 전 세계 8천만 톤이 넘는 전 세계 팜유를 모두 대체할 수 있을지는 의문입니다. 그만큼의 물량을 생산하기도 어려운 데다, 비용에 따라 경제성의 문제에 마주할 수도 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적어도 이러한 인공 팜유가 친환경적인 방식으로 앞으로 늘어나는 수요를 어느 정도 감당해 줄 수 있다면, 환경 파괴를 막는 데 큰 도움이 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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