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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설날 Aug 12. 2024

팜유의 가격은 어떻게 움직일까?

원자재 투자

봄은 씨 뿌리는 계절이고 가을은 수확의 계절이죠. 우리나라 주식인 벼 이야기입니다.


그럼 팜유는 어떨까요? 팜유는 더운 '열대지방'의 기름야자 '나무' 열매에서 나오는 기름입니다. 봄, 가을, 겨울 없이 1년 내내 여름인 '열대지방'에서 자라고, 또 매년 새로 파종하고 수확하는 작물이 아닌, '나무'이기 때문에 팜나무(기름야자나무)는 한번 심으면 20년 넘게, 그리고 연중 내내 팜유를 생산합니다.


그렇다면 1년 내내 매월 생산량이 같을까? 하면 꼭 그렇진 않습니다. 나름대로의 연중 오르락내리락하는 생산 '시즌'이 있습니다. 팜유가 많이 생산되는 인도네시아와 말레이시아의 경우를 보면 1년 내내 여름이긴 해도 우기와 건기가 있고, 이에 따라 생산량이 달라집니다. 즉, 계절성이 있는 것이죠.


그럼 이걸 왜 알아야 할까요? 그것은 바로 생산량 움직임에 따라 시황, 즉 팜유의 가격도 움직이기 때문에 투자를 하거나, 사업 계획 또는 전략을 세울 때 이런 지식이 필요합니다. 어느 날 팜유 가격을 딱 봤는데, 이게 싼 건지, 비싼 건지.. 혹은 앞으로 오를지, 내릴지 판단하는 하나의 도구가 될 수 있습니다.




결론부터 이야기하면, 팜유는 2~3월에 가장 가격이 높고(생산량이 적고), 9~10월에 가장 가격이 낮은(생산량이 높은) 트렌드를 가지고 있습니다.


2010~2024년 팜원유 월별 생산량 평균 (출처: Malaysian Palm Oil Board)


위 그래프는 팜원유(CPO)의 월별 생산량을 2010~2024년 평균으로 나타낸 것인데요, 일반적으로 인도네시아와 말레이시아에서 우기는 10월~2월 경이고 건기는 3월~9월 경입니다. 아래에는 1991년~2020년까지의 자료를 토대로 한 월별 강우량 그래프가 있는데요, 이와 함께 보면 월별 팜유 생산량과 강우량(아래 그래프 파란 막대)이 비슷하게 움직이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1991년~2020년 평균 월별 강우량 및 기온 (출처: World Bank Climate Change Knowledge Portal)


생산량과 강우량을 보면, 상관관계가 완벽하게 일치하지는 않지만, 건기의 시작인 3월에서 우기의 시작인 10월로 넘어가는 기간에 강우량이 점점 증가하며 생산량이 오르고, 반대로 우기의 시작인 10월에서 건기의 시작인 3월로 넘어가는 기간에 강우량이 줄어들며 생산량이 줄어든다고 이해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 비가 많이 온다고 무조건 생산량이 좋은 것은 아닙니다. 한 편으로는 우기에 비가 너무 많이 와서 오히려 수확 작업이 어려워지기도 합니다.


우기(1월)에 촬영한 침수된 농장 (출처: 본인 촬영)


팜유 생산량과 계절의 관계에 대한 연구는 많지만, 사실 이 둘이 아주 정확한 상관관계가 있다기보다는, 해마다, 또는 농장의 상황마다 다르다고 해야 할 것입니다. 예를 들 엘니뇨나 라니냐와 같은 이상기후가 있을 수도 있고, 농장도 침수가 잘 되는 저지대 농장과 그렇지 않은 고지대 농장 등 상황이 다양하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중요한 부분은, 큰 틀에서 '팜유 생산에는 연중 일정한 패턴의 오르내림이 있다'라는 것입니다. 이제 다시 사업적인 측면으로 돌아와, 이를 가격과 연결시켜 보겠습니다. 앞서 2010~2024년 말레이시아 팜원유 월별 생산량의 평균을 보았는데, 같은 기간 월별 가격의 평균과 함께 보면 아래와 같습니다.

(가격의 경우, 2020년과 2021년은 코로나19로 인한 변수가 많아 제외했습니다.)


(출처: Malaysian Palm Oil Board, Bursa Malaysia Derivatives)


이렇게 둘을 같이 놓고 보면,

"생산량은 상반기에 낮고 하반기에 높다."

"가격은 상반기에 높고 하반기에 낮다."

라는 트렌드를 볼 수 있습니다.




그렇다면 우리는 이제 팜유 가격의 방향성을 완벽히 예측할 수 있는 것일까요? 글을 쓰는 지금 시점이 8월이니, 이제 한 달 정도 후인 9월에 말레이시아 선물 시장(Bursa Malaysia)에 가서 팜원유 선물을 저점에 구입하면, 내년 2월 고점이 되기 전에 팔아 돈을 벌 수 있을까요?


사실 생산량 외에 다른 변수가 아무것도 움직이지 않는다면, 정말 그렇게 돈을 벌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가격에 영향을 주는 요소는 생산량 외에도 다양합니다.


코로나19나, 옛날 일이 돼버린 2008년 금융 위기처럼 팜유 생산과는 상관없는 금융시장의 변화도 원자재 시장에 영향을 주며 팜유 가격을 흔들 수 있습니다. 또는 갑작스러운 바이오디젤 정책이라든가, 인도네시아가 수출을 금지한다거나 하는 정책변수생산량과 상관없이 가격에 영향을 줍니다. 엘니뇨, 라니냐와 같은 이상기후로 인해 우기에 비가 안 온다거나, 건기에 비가 온다면 또 생산 트렌드가 바뀔 수도 있습니다.


수출세도 들여다봐야 합니다. 인도네시아와 말레이시아는 팜유를 가장 많이 생산하는 두 국가인데, 이 두 국가는 수출세가 같지 않습니다.(말레이시아는 Export duty, 인도네시아는 Levy, tax 등 다양하지만 합쳐서 '수출세'라고 표현하겠습니다.)


과거 2022년에 인도네시아의 수출세가 말레이시아보다 훨씬 더 높은 적이 있었습니다. 이 당시 높은 인도네시아의 수출세는 국제적인 '팜유 수출가격'을 끌어올렸습니다. 이러면 말레이시아는 수출세가 높지 않은데도, 덩달아서 수출가격이 오르게 되죠. 이는 말레이시아 내수 팜유 가격도 끌어올리는 작용을 합니다.


이런 상황에서 인도네시아가 수출세를 다시 내리면, 반대로 '팜유 수출가격'이 낮아지는 효과가 되고, 말레이시아 내수 가격도 내려갈 수 있죠. 이해를 돕기 위해 그림으로 표현하면 아래와 같습니다.



이렇게 여러 요소들로 인해, 가격 예측은 여전히 어렵습니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어차피 예측 못 해!"라고 손 놓고 있기보다는, 경제학에서 사용하는 가정, "Ceteris Paribus(Other things being equal)", 즉, 다른 요소들이 일정하다고 본다면 생산량으로도 대세적인 가격 예측은 어느 정도 가능하다는 것입니다.


그래서 내년 2월까지 생산량 외에 팜유 시장에 별 일이 없을 것이라고 베팅하는 투자자라면, 9~10월이 팜유 선물에 투자할 수 있'통상적으로는' 괜찮은 시기가 될 수 있겠습니다. 가장 대표적인 팜유 선물 투자 거래소는 말레이시아 Bursa Malaysia Derivatives이며, 보통 가장 많이 거래되는 것은 3개월 선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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