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0%
훌쩍 한 주가 지났다.
월요일마다 '일주일 정도면 이 정도 분량은 진도가 나가있겠지'라고 생각하지만, 요즘은 좀처럼 생각대로 되지 않는 느낌이다. 다들 말하는 슬럼프인 것 같기도 하다.
논문 진행을 위해서는 생명윤리위원회의 승인이 떨어져야 하는데 한 달째 승인이 나지 않고 있다.
위원회에 몇 번 전화를 해보았지만, 내 마음처럼 할 수 있는 일은 아니었다.
저번에 SSCI 저널에 투고했다가 데스크 리젝된 논문은 다른 저널에 투고하기 위해 준비하고 있는데, 이마저도 핀트가 안 맞는 느낌이다. 선행 논문에서 제시된 그림을 내가 다시 그렸는데, 이것에 대한 저작권 허락을 받아야 했기 때문이다. 쉬운 일이 없다.
이러한 상황이다 보니, 문득 '내년에 졸업하지 못하면 어떡하지?'라는 두려움이 나를 감싼다.
과거에도 한 번, 시간에 쫓겨 엄청난 불안과 스트레스를 경험한 적이 있다.
석사 과정을 일본에서 했는데, 전공을 바꿔 가는 바람에 엄청난 고생을 했던 것이다.
석사 과정도 힘들었지만, 석사 과정 이전에 연구생이라는 시기는 정말 말로 표현할 수 없을 정도로 고통의 순간이었다. 연구생은 비정규학생으로서, 학부 수업을 청강하며 연구 세미나에 참여하고 석사 과정 입시 준비를 하는 과정이다.
연구생은 짧게는 6개월부터 최대 2년까지 할 수 있는데, 그동안 석사 입학시험은 4번의 기회가 주어진다.
4번 다 탈락할 경우, 짐 싸서 귀국해야 했다.
나는 당시 무슨 바람이 들어서인지는 모르겠지만, 무조건 6개월 안에 연구생을 끝내야겠다는 생각밖에 없었다. 이를 위해 밥 먹는 시간, 수면 시간은 최소한으로 했고, 여행 가려는 생각은 하지도 않았다. 오로지 수업-도서관-집 이렇게만 반복하였다.
어찌어찌 시험 준비를 마치고 시험 전날 밤이 되었다.
긴장과 불안 때문에 잠이 오지 않았다.
그날 딱 1시간 (새벽 5~6시) 자고 시험을 치르러 갔다.
첫날 시험은 외국어 시험이었는데 다행히 무난하게 나왔다.
문제는 시험을 마치고 집으로 오던 버스에서였다.
당시 의자에 앉아있었는데 숨이 쉬어지지 않았다.
질식할 것 같은 느낌, 죽음에 대한 공포밖에 느껴지지 않았다.
공황 발작을 한 것이다.
나는 거의 졸도할 뻔했지만 가슴을 움켜쥐고 버스에서 내려 집으로 갔다.
집에는 항불안제와 정신과 의사의 명함이 있었다.
시험 치르기 약 2주 전에 불안이 극심해져 정신과에서 항불안제를 타서 종종 복용을 했었다.
시험에 지장이 갈까 봐 시험 전날부터는 복용하지 않았다.
나는 의사 선생님께 다급히 전화를 했다.
다행히 통화음이 몇 번 울리고 전화를 받으셨는데, 나보고 공황 발작이 심할 경우에는 응급실로 가라고 했다.
나는 공황발작이 다시 찾아올까 너무 두려웠다.
만약 공황발작이 내일 시험 칠 때 온다면, 내 인생은 끝날 것만 같았다.
이러한 두려움 속에서도 항불안제를 먹어야 할지 고민이 되었다.
지금 이 상황에서 항불안제를 먹는다면 나는 영원히 공황발작을 안고 살아갈 것만 같았기 때문이다.
그래서 먹지 않는 선택을 하였다.
그날 밤 역시 나는 불안에 떨다가 30분 자고 시험을 치르러 갔다.
다행히 시험 끝날 때까지 공황발작은 찾아오지 않았다.
그리고 운명의 장난이었는지, 전공 시험에서 PTSD를 기술하라는 문제가 나왔다.
무사히 면접시험까지 마치고 이틀 간의 숨 막히는 입시 시험은 끝이 났다.
다행히 시험에 합격하여 석사 과정을 다닐 수 있었다.
그러나 그때 생각을 하면 아직도 아찔하다.
이번에 여러모로 스케줄이 지연되는 모습을 보고, 문득 이러한 나의 과거가 떠올랐다.
과거의 우를 범하고 싶진 않다.
특히, 암에 걸린 지금 스트레스를 받으면 전이가 될 것 같다는 불안도 있다.
요즘 나만의 프로젝트로 '스트레스 제로 프로젝트'를 내세우고 있다.
무슨 일이 일어나든 낙관적으로 생각하자는 것이다.
너무 열심히 하기보다는, 80% 정도만 노력하는 것이다.
내가 할 수 있는 한에서 최선을 다하되, 여지는 남겨두는 것.
80%만 노력하자는 것은 아래 가사에서 영감을 얻었다.
나에게 '너무 급하게 가지 마'라고 다독여주는 노래이다.
身の丈に合わない速度のトレッドミルに乗っかり
미노타케니 아와나이 소쿠도노 토렛도미루니 놋카리
몸에 맞지 않는 속도의 러닝머신에 올라타다
転び 風邪ひき 自己管理もできない自分に
코로비 카제히키 지코칸리모 데키나이 지분니
넘어지고, 감기에 걸리고, 자기 관리도 못 하는 내가
何を成し遂げられると言うのだろう?
나니오 나시토게라레루토 이우노다로-
무엇을 이룰 수 있을까?
なんて言わない!
난테 이와나이
라고 말하지 않겠어!
あまり病まないように
아마리 야마나이요-니
너무 병들지 않도록
よーいドン!もゴールもない記録もない
요-이돈 모 고-루모 나이 키로쿠모 나이
"준비, 시작!"도, 결승선도, 기록도 없는
人生も愛したい
진세이모 아이시타이
인생도 사랑하고 싶어
とはいえ現代社会しゃあない
토와 이에 겐다이샤카이 샤-나이
그래도 현대 사회는 어쩔 수 없지
生きてくためにやらないわけにはいかない時は
이키테쿠 타메니 야라나이 와케니와 이카나이 토키와
살아가기 위해 어쩔 수 없이 해야 할 때는
せめて80%くらいを上限 にしよう
세메테 에이티파 쿠라이오 죠-겐니 시요-
적어도 80% 정도를 상한선으로 하자
오피셜히게단디즘 - 50%의 가사 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