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울했던 토요일

by 김용희

박사논문 연구를 위해 본격적으로 설문조사를 시작했다.

3일이면 인원을 다 모을 줄 알았는데, 3일 동안 10% 조차 모으지 못했다.


생각만큼 연구 진도가 나가지 않자 불안감이 커졌다.

오직 내 마음속에는 '내년에 졸업 못하면 어떡하지?' 뿐이었다.


날마다 설문 참여 인원은 늘어나긴 했지만 그 성장세는 크지 않았다.

평일에는 대학에서 상담을 하기 때문에 바쁘게 지내느라 그 불안감이 크지 않았는데, 주말이 되니 압박감이 커졌다. 토요일에는 하루 종일 이런저런 걱정만 했던 것 같다.


구글폼을 수시로 열어보며 아주 조금씩 늘어나는 인원을 보고는 절망했다.

외국 저널에 투고한 논문도 데스크 리젝인지 아닌지 결정짓는 편집자 평가 단계로 넘어갔는데, 이것마저 원하던 대로 되지 않는다면 정말 우울할 것 같았다.

그리고 요즘 얼굴살이 약간 찐 것 같아서 거울 보면 슬프다.

나름 운동과 식단을 철저히 하는데도 나이는 속일 수 없나 보다.

나는 그래도 나이를 천천히 먹을 줄 알았다.


온갖 우울한 일들이 겹치다 보니 토요일에는 하루 종일 무기력했다.

운동도 가지 않고, 논문 쓸 기력도 없어서 그냥 침대에 누워있었다.

침대에 누워있으니 온갖 부정적인 생각이 끊이질 않았다.

그렇게 토요일을 보냈다.


일요일이 되자, 기분이 한층 나아졌다.

설문조사 인원이 조금은 더 모였기 때문일까?

설문조사에 참여해 준 대학생들이 너무 고마웠다.

마음 같아서는 치킨 한 마리씩 다 사주고 싶을 정도였다.

덕분에 논문도 읽고, 내 논문도 조금 쓸 수 있었다.


만약 토요일 같은 나날이 매일 반복되었다면 어떻게 되었을까.

우울증으로 힘든 내담자들은 이러한 나날을 매일 보내고 있지는 않을까.

괜스레 가슴 한켠이 숙연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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