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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쉼표구름 Jan 10. 2024

다시 11살의 내가 되어 버렸다.

내 인생의 무대 위로 다시 오르자!

단짝 친구 만드는 게 어렵다는 큰 아이에게 남편이 말합니다.



"아빠도 중학교 때까지는 친구도 별로 없고 내성적이었어. 그러다 고등학교 때 수학여행 다녀온 다음부터는 친구도 많이 생기고 성격도 밝아졌어. 그러니까 너무 고민하지 마. 조금 있으면 너랑 맞는 친구들 많이 생길 거야"



남편 얘기를 듣다가 불현듯 11살의 내가 떠올랐어요.



앞니가 커다랗게 나와 덩달아 튀어나온 입술 때문에 외모에 대한 자신감도 떨어졌고요. 급식비 미납이라고 서무과에 불려 다니며 수치심이 무엇인지 알았던 것 같기도 해요.



가끔 친구 집에 놀러 가게 되면서 부모님 사랑을 많이 받지 못하고 있구나를 느끼기도 했죠. 더군다나 특별히 잘하는 것도, 또 좋아하는 것도 없는 그저 그런 사람이라는 생각을 가지고 있었기에 점점 더 내 안으로 숨어들었던 것 같아요.



11살의 저는 점점 더 조용하고 주변 눈치를 잘 보는 아이로 변해 갔어요.



그러던 어느 날 담임선생님께서 저를 불러 말씀하시더라고요. 수경이는 글을 참 잘 쓴다고, 글짓기 대회에 한 번 나가보지 않겠느냐고요. 정말 깜짝 놀랐어요. 나도 잘하는 게 있구나, 나도 칭찬받을 수 있는 사람이구나!

​급하게 준비해서 나간 글짓기 대회에서 입상의 영광까지 누리지는 못했지만, 그날 이후로 저는 조금씩 자신감이 생겨 밝아지게 되었던 것 같아요.

​​

초등학교 5학년 야영에서는 무대 위에 올라가서 룰라의 날개 잃은 천사 노래에 맞춰 춤도 췄고요, 장기자랑이 열릴 때면 무려 손을 들고 앞에 나가 노래하는 단골손님이 되었거든요.



지금 생각하면 그런 용기가 어디서 난 건지 참 신기합니다. 솔직히 실력도 그저 그랬는데 말이죠. 누군가에게 잘한다는 칭찬을 받고, 인정을 받으면 사람이 이렇게나 바뀔 수도 있나 봅니다.

​그전에는 생각해 보지 않았지만 갑자기 그 일이 좋아지기도 하고, 그러고 나면 그게 꿈이 되기도 하잖아요? 그렇죠? 그렇게 그때부터 제 꿈은 작가였어요.


작가라는 꿈은 지금 생각해 보니 제 인생에 북극성 같은 존재였던 것 같아요. 항상 하늘에서 북쪽 방향을 우직하게 알려 주는 별, 그렇지만 결코 내 손이 닿지는 못하죠. 이처럼 작가라는 꿈을 가슴에 늘 품고는 살지만 단 한 번도 그걸 이룰 거라는 확신은 가진 적 없이 20대와 30대는 정말 바쁘게 흘러갔습니다.

​​

여지없이 시간은 흘러 제게도 엄마로 지내야 하는 시간이 당도하더라고요. 아무런 준비 없이(다들 비슷하시죠?) 엄마가 되어 정신없이 엄마를 배우고 익히는 동안 또 시간은 훌쩍 가 버렸네요.

​​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어요. 꿈도 희망도 나에 대한 믿음도 자신감도 아무것도 남지 않아서 자꾸만 내 안으로 숨어들며 수줍고 주변 눈치만 보던, 11살의 나로 돌아가 버렸구나 하는 생각이었어요.



그런데 그렇게 내 안에 숨어서 지낼 수만은 없겠더라고요. 아이러니하게도 엄마라서요. 엄마가 되어 다시 숨어들었다면서 또 엄마라서 계속 숨어만 있을 순 없겠다니요.

​​

이런 모순이 또 있을까 싶지만, 엄마가 되니 이런 내 모습을 아이들이 닮을까 걱정스럽더라고요. 전혀 행복하지 않은 모습이거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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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으론 그런 자기 자신을 미워하고, 밖에서는 자신감 없이 지내다가 정말 원하는 삶은 찾지 못한 채, 행복하지 못하게 될까 봐서 조금 두렵기도 하더라고요. 물론 아이들의 행복 전부가 엄마의 모습을 닮을 거라고 생각하진 않지만 적어도 말로만 가르치는 엄마가 되고 싶진 않았거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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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단을 내려야 했어요. 아이들에게 좋아하는 일 하면서 행복하게 살라고 말만 하는 것이 아니라, 나 스스로 그런 사람이 먼저 되어야겠다는 다짐을 하게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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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때 머릿속에 떠오른 생각은 단 하나, '글을 써야겠다' 였어요. 작가가 되고 싶은 꿈을 향해 나아가야겠다는 생각이요.



글짓기 대회장 책상에 앉아 잘하고 싶고 설레서 떨렸던 11살, 5학년때 친구들과 함께 용기 내 올랐던 무대가 다시 떠올라요. '나 이제 알아 혼자된 기분은 그건 착각이었어~' 하고 울리던 비트처럼 가슴이 두근거리고요.



6학년 때 친구들과 점심시간에 사물함 위에 올라가 녹색지대 노래를 부르던 때가 그리워요. 그때의 자신감 넘치고 행복했던 모습이 다시 되어 볼 순 없을까요? 그땐 정말 세상에서 내가 가장 대단하고 무엇이든 할 수 있는 사람 같았거든요.



내 인생의 무대 위에 내가 주인공으로 서야겠다는 결심, 엄마지만 괜찮을까요?








아이들 입장에서도 엄마가 자신들을 키운다고 꿈을 포기했다는 말을 듣게 된다면 마음도 아프고, 또 때론 버겁기도 할 것 같아요. 부모의 못다 이룬 꿈 생각 때문에요.  

가족들 모두 각자 나답게 살아야 한다고 생각하는 이유고, 제가 꿈을 이뤄가며 온전히 자립하고 싶은 이유이기도 합니다. 이 글을 읽는 당신은 어떠신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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