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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쉼표구름 Feb 26. 2024

잘하지 못해도 괜찮아, 잘하고 싶은 게 있으니까

주부인 나, 엄마인 나, 매일을 열심히 삽니다.

이 연재글의 시작은 2018년 읽었던 한 권의 책으로부터 시작된 게 아닐까 싶어요. 그전까지는 주부이고 두 아이의 엄마인 내가, 쓸모 있는 경력한 줄 적을 수 없는 경력 단절 여성이 된 내가 무얼 할 수 있을까? 다소 자포자기한 심정이었거든요.



그런데 그때 읽었던 책의 저자는 저와 같은 주부이자 엄마인데도 일상을 대하는 태도가 다르더라고요. 그때 느꼈습니다. 지금의 현실 상황들 모두 나 자신이 선택하고 행동해 온 것들의 결과구나.



그럼에도 나는 책임지려 하지 않고, 남과 비교하며 갖지 못한 것들에 대한 환상만을 키웠다는 걸요. 또한 내가 가진 것들을 보지 못했고, 감사할 줄도 몰랐다는 것도 동시에 깨닫게 되었습니다.



저는 어릴 때 경제적으로 여유롭지 못했습니다. 사춘기 때는 부모 잘못 만나 고생한다는 생각을 하며 부모님을 원망하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그런 원망은 길게 가지 못했고, 현실을 돌파해야만 했습니다.



인문계 고등학교였지만 직업학교 위탁 교육을 신청했고, 취업에 관련된 공부를 시작했습니다. 고등학교 졸업과 함께 취업했고, 1년 열심히 돈을 모아서 컴퓨터를 구입하고, 야간 대학교에 진학했습니다.



엄마가 되어서도 그랬습니다. 부모에게 배우지 못한 사랑과 교육방식을 익히기 위해 임신 이후부터 책을 읽으며 나만의 육아관을 형성해 나가려고 공부했습니다. 그때는 잘 몰랐지만, 지금은 그게 제 강점이라는 사실을 알게 되었습니다.



저뿐 아니라, 이 글을 읽으시는 분들에게도 마찬가지죠. 자신은 습관처럼 몸에 배어 있었기에 자연스러웠던 모든 것들이 남들에게는 쉽지 않을 수 있습니다. 그게 바로 나의 강점입니다.



이렇듯 저는 어려운 현실을 극복해 내고 잘 살아보고자 하는 의지가 있고, 부족한 점을 채우고 발전시키려는 배움의 열정이 있습니다. 아이들을 키우고 부족한 솜씨로 정신없이 살림하느라 잠시 잊고 지냈던 것뿐이었지요.



나 자신이 가지고 있는 강점들을 인정하기 시작하자, 주변 환경이나 상황들에서도 유리한 점들을 찾아냈습니다.



그중 하나는 시간이었죠. 주부로 엄마로 두 아이를 케어하며, 집안일하며, 시간을 모두 나 자신을 위해 쓸 수 있는 건 아니었지만, 유연하게 활용할 수는 있었습니다. 정해진 출근 시간도 근무 시간도 없으니까요. 이전에는 단점으로만 보였던 것이 생각을 바꾸니 이렇게 장점으로 뒤집어 생각하는 사고로 확장되더라고요.



그 뒤로 많은 것들이 바뀌어 갔습니다. 하나하나 내 손으로 하지 않으면 큰 일 나는 줄 알았던 육아와 집안일에 대해서도 기준을 정할 줄 알게 되었습니다. 완벽보다는 심리적 안정감이 중요하다는 걸 깨우치며 나다운 방법들을 만들어서 실행했습니다. 집안일과 육아에 대한 나름의 질서가 잡히자 루틴 있는 생활을 하게 되었습니다.



질적으로 만족스러운 집안일을 하고, 자립을 키우도록 아이들을 교육시키자, 집안은 이전보다 더 깨끗해졌고, 미래를 위한 공부를 할 수 있는 시간이 늘어났으니까요. 책을 읽고 공부하며 가계부를 썼더니 내 집마련이라는 태산 같던 과제도 성공적으로 마치게 되었습니다.



그러나 이사를 마치고 숨 돌리고 나니 바로 코로나 19가 들이닥쳤습니다. 무기력은 순식간에 저의 모든 것을 장악했고 공들여 쌓아 두었던 좋은 루틴들도 무너져 버리더라고요. 이렇듯 내 집 마련에 대한 기쁨도 3개월도 안 되어 사라져 버렸습니다.



2018년부터 2019년 말까지 밤잠을 아껴가며, 틈새 시간마다 열심히 책 읽고 공부하며 쌓아왔던 것들이 와르르 무너져 버린 느낌이 들었습니다.



쓰러져있던 저를 끌어낸 건 주부의 일이었습니다. 쓸고 닦는 일, 그 주부일부터 최선을 다해 임하기 시작했거든요.



그랬더니 내 집마련을 했다고 마냥 행복하지 않았던 이유, 외부적인 환경이 조금만 바뀌어도 루틴이 무너져 버렸던 이유를 알게 되었습니다.



외적인 부분만이 아닌, 내적인 성장이 있어야 한다는 사실을 깨닫게 되었습니다. 주부에게는 특히 우리 집 성장과 나의 성장이 함께 이루어져야 한다는 것도 말입니다.  





온라인에 글을 써서
나만의 온라인 빌딩을 만들자.
책도 내고, 돈도 버는 거야!



글쓰기를 통해 나와 같은 주부들에게 위로도 주고, 일상을 슬기롭게 살아갈 수 있는 방법들도 알려주고 싶었습니다. 온라인에서 영향력을 넓혀 나가고 싶었습니다. 과연 4년이 지난 지금, 저는 무엇을 이뤘을까요?



3년을 꼬박 공들이며 매일 1일 1 피드를 올렸던 인스타그램은 팔로워 1644명에서 더 이상 늘지 않아 문을 닫아야 했습니다. 13여 년을 운영했던 블로그는 검색이 안 되는 저품질 블로그를 벗어나지 못했습니다. 브런치 공모전에서 3번을 떨어졌고요.



이처럼 결과가 좋지는 못했습니다. 남들만큼 잘하지는 못했던 것입니다. 그렇지만 포기하지는 않았습니다. 잘하고 싶은 마음은 누구에게도 지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잘하고 싶은 마음은 꾸준한 사람으로 만들어 주었습니다. 실행력 하나는 뒤지지 않는 사람으로 만들어 주었습니다. 그것이 또 저를 계속하게 합니다. 잠시 쉬어간 적은 있었지만, 여전히 계속하는 사람입니다.



새로 연 인스타그램은 이전에 운영하던 계정보다 빠르게 팔로워를 모았습니다. 검색이 잘 되는 블로그는 아니지만, 네이버 인플루언서로 한 번에 합격하여 활동 중입니다. 브런치 공모전에는 올해도 도전할 생각이고요.



잘하지 못해도 잘하고 싶은 것들을 꾸준하게 했더니 조금씩 성과가 나타나고 있는 것 같습니다. 물론 이대론 만족 못하죠!



아직 제 이름을 많이 알리지 못했고, 책도 출간하지 못했으니까요. 그렇지만 포기는 없습니다. 포기 안 하고 이루어질 때까지 하면 그게 꿈을 현실로 만드는 유일한 방법이니까요.



오늘도 주부인 나는 쓸고 닦는 집안일에 최선을 다하고, 엄마인 나는 아이들이 건강하게 자립할 수 있도록 돕습니다. 그리고 나는 책 읽고 글 쓰고 거기서 느낀 점을 나누며 실행에 옮기며 매일을 열심히 삽니다.



잘하지는 못해도 잘하고 싶은 게 있으니까요. 이 글을 읽는 당신도 그렇듯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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