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으~ 귀찮아~안 하면 안 돼?" 양치하라는 내 말에 우리 큰 아이가 하는 말이다. 하루에도 몇 번씩 아이들은 귀찮다는 말을 한다. 어른들이라고 다를까 나 역시도 꽤 자주 귀찮다는 말을 하거나 속으로 아우성치곤 한다.
귀찮다는 것은 무엇일까? 귀찮은 일의 상당수는 당장의 생존과는 큰 연관이 없는 일이다. 한 두 번 안 씻는다고 큰 일 나지 않고, 청소를 하지 않는다고 큰 일 나는 것도 없으니까 말이다.
비염인들이 살고 있는 우리 집의 필수품인 가습기는 아침마다 씻어서 말렸다 써야 한다. 그래야 세균 번식 걱정이 덜하다. 그런데 그게 얼마나 귀찮은 일인지 모르겠다. 막상 해보면 그리 어려운 것도 아닌데 말이다.
그저 손으로 구석구석 문질러 주고 물로 헹구면 되는 것이고 가끔 가습기 살 때 들어 있던 솔로 중요 부속 부분만 닦아 주면 그뿐인데도 그게 그렇게 귀찮다. 그렇지만 오늘도 나는 가습기를 씻어서 물기를 탈탈 털어 내고 창틀에 올려 말리기로 한다. 우리는 때때로 이런 귀찮음을 이겨내고 무언가를 해내곤 한다. 귀찮음을 이겨내는 마음은 또 무엇일까
부지런한 사람이 되고 싶어서다. 부지런하다는 것은 삶을 잘 살아내고 싶다는 의지를 밖으로 표현할 수 있는 것이라 생각하고 있다. 그래서 나는 귀찮음 이겨내기를 선택하는 것이다.
또한 대다수의 귀찮음을 극복하고 나면 남는 것은 아주 소량이지만 뿌듯함이다. 그 뿌듯함이 나 자신을 꽤 괜찮게 만들어 주는 자양분이 된다. 귀찮음을 이겨내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해냈을 때 결국은 내일의 나를 돕게 되는 것임을 알기 때문이기도 하다.
잠들기 전 가습기를 켜는 순간에 느끼는 안도감과 고마움을 가습기를 씻어 두었던 아침에 나에게 바칠 수 있게 된다. 매일 쓰는 다섯 줄의 짧은 일기도. 곧 다시 쌓일 테지만 싹 씻어 비워둔 설거지통도. 금세 잊을지도 모르지만 밑줄 그어가며 읽는 책의 문장들도. 귀찮지만 이겨낸 조각조각들이 내일의 나를 살게 한다.
조금이라도 더 마음에 드는 빛깔로 내 인생을 물들이고 싶은 작고 귀여운 마음들이 모여 오늘도 나를 귀찮지만 움직이는 부지런한 사람에 한 발짝 가까워지도록 돕는다. 그런 내 모습이 꽤 사랑스럽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