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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OniOni Jun 28. 2021

28살 나는 아빠가 되었다

아빠가 된 후 4년이라는 시간 동안

2017년 8월 무더운 여름 샤워를 마치고 돌아온 나에게

아내가 블라인드 뒤에 선물이 있다고 했다.

내심 깜짝 이벤트인가? 기대하며 블라인드를 올리는데

우리의 첫 아이가 생겼다는 메모와 할게 2줄이 진하게 표시돼있는 임신테스트기가 붙어 있었다.


실제 선물이 아니라 실망했냐고? 아니 그 반대 눈물이 나올 것 같은 감동과 말로 표현할 수 없는 그때의 감정 나는 실감이 나지 않으면서도 아내에게 고마운 마음과 내가 아빠가 된다는 얼떨떨한 마음에 그렇게 한 아이의 아빠가 돼야 하는 사명이 생겼다.


결혼한 지 1년이 채 되기 전에 우리는 아이를 가질 생각이라면 빨리 갖자는 얘기를 했고 아내 나이 25살에 남들은 하기 어려운 임신이라는 경험을 하게 되었고

그 여름 환풍도 잘 되지 않는 좁은 복층 오피스텔에서 아내는 직장을 다니며 임신 초기를 견뎌냈다.

다행히 첫 아이 때는 아내는 입덧이 심하지 않았다. 그나마 있던 입덧이라고 하면 내가 만들어 주는 알리오 올리오 냄새는 맡기 힘들다고 했던 기억이 난다. 와이프가 정말 맛있게 먹었던 음식인데 힘들어하는 모습을 보니 호르몬의 변화와 임신이라는 과정은 정말 어렵다고 느꼈다. 그렇게 힘든 시간을 직장을 다니며 본인의 일과 엄마가 돼가는 과정을 견디고 있었다. 그때를 생각하면 나는 잘 다니다 공기업을 퇴직하고 젊은 패기로 다른 길을 가겠다고 열심히 노력하고 있었는데 말이 좋아 도전이지 사실 백수였다.

첫아이가 생기고 아빠가 될 사람은 백수가 되었고, 와이프 혼자 돈을 벌어와서 살고 있던 우리 집 정말 지금 생각해도 장인, 장모님이 뭐라고 안 하신 게 참 감사하게 느껴진다.


하지만 덕분에 아내가 항상 산부인과를 가야 할 때면 같이 갈 수 있었다. 지금 생각하니 이것도 감사하고 당시 상황이 잘 맞았다고 생각한다.^^


몇 주가 흐르고 16주 차 때였을까? 우리 첫 아이의 성별이 나온다고 산부인과에서 알려줬다.

속으로 어떤 성별이어도 좋다고 생각했지만 내심 딸이길 바랬다. 형제만 둘이었던 나는 딸 있는 집이 그렇게 부러웠다. 다행히도 우리 아이는 딸이었다. 하지만 산부인과에서는 애써 돌려 말하며 가끔 나중에 남자로 다시 정정되는 경우도 있으니까 대략 핑크색으로 예측만 하고 있으라고 하셨다.

(지금 생각해보니 웃음이 난다. 그때 아들이었다고 해도 지금 행복했을 텐데)

첫째가 딸인 사실이 너무 만족스럽고 자랑스러워서 여기저기 말하고 다녔다.


그렇게 첫 아이가 태어나는 날 우리는 이미 '라엘'이라고 이름을 지었다. '이스라엘'의 '라엘' 그렇게 첫 아이가 태어나는 때를 기다리는데 41주가 되어도 아이가 나올 생각을 안 했다. 우리 부부는 유도분만은 결정하고 병원에서 유도분만을 시작했다. 그때의 와이프가 고통스러워하던 모습은 아직도 잊히지 않는다.

장작 13시간 정도의 유도분만을 하고.. 결국 아내는 제왕절개를 했다. 지금도 아내의 배를 볼 때마가 마음 아프고 미안한 마음이 든다. 그렇게 수술에 들어간 지 10분쯤 됐을까? 라엘이는 울음을 터트리며 세상의 차가운 공기를 처음으로 맞이했고 아내는 1시간 정도의 마무리 수술 끝에 회복실로 돌아왔다.

내가 사랑하는 와이프가 옆에서 힘들어하고 있는 모습 그리고 내가 사랑하게 될 딸이 눈도 뜨지 못한 채 옆에서 희망 가득한 울음을 울고 있는 모습이 대조적이면서 묘한 기분이 들게 했다.


내 딸 라엘이 우리 딸이 살아갈 이 세상에 든든한 버팀목이 되어주고 쉴 수 있는 그늘이 되어줄 수 있는 아빠가 되고 싶었다. 그렇게 1년, 2년, 3년, 4년이 흘러 4살이 된 우리 라엘이는 오늘도 행복하고 사랑스러운 딸로 아빠를 부르고 사랑한다고 말해준다.

아침에 출근할 때마다 '아빠 사랑해요'라고 인사해 주는 우리 딸 '아빠 회사에서 올 때 재밌는 거 가지고 오세요~'라고 하면서 아빠에게 말하면 다 이루어 준다는 확실한 믿음이 있는 라엘이를 보면서

하나님을 믿는 내 믿음도 이렇게 순수한 라엘이 와 같은 절대적인 믿음이 돼야 한다고 생각한다.


우리 라엘이 와 아내와 함께 만드는 추억이 많아질 때 올해 1월 두 번째 선물이 우리에게 왔고 그 아이는 '무엘'이라고 하였다. 사무엘 선지자의 무엘 우리 무엘 이를 지극히 사랑하는 첫째 라엘이의 따뜻한 마음

나의 두 아이가 나를 아빠라고 부르며 달려오는 상상에 웃음이 나고

아빠를 의지하고 아빠에게 원하는 무언가를 말하며 구하는 그 모습이 너무 행복할 것 같다.

그리고 난 아이들에게 믿음적으로 그리고 세상에서 구별된 사람으로 좋은 믿음의 선배가 되어 이 세상에 가장 듬직한 아빠가 될 수 있도록 힘써 살아야겠다.


오늘 하루도 그리고 이번 일주일도 이런 마음을 마음에 품고

당당하고 멋지게 나아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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