덕분에 고민하고 결정합니다
갑자기 조직이 커지게 된 2022년 - 2024년 3년 여 시간 동안, 우리의 마케팅은 솔직히 세일즈와 따로 놀고 있었다.
그게 크게 잘못되었었다기보다는, 마케팅은 마케팅 나름대로 인바운드 마케팅을 큰 획으로 지속해나가고 있었고, 여전히 양질의 잠재고객을 확보하는 방법과 메시지를 찾는 데 충분한 학습이 일어나지 않았기에 여러 시도를 집중하고 있었다고 하겠다.
TAYA(They Ask You Answer)라고 불리는 인바운드 콘텐츠 마케팅의 큰 주제의 축을 가지고 콘텐츠를 시도한다던지, COVID-19 시기를 통해 전문가들에게 최고의 소통/학습의 수단이 된 웨비나를 통해 다수의 신규 전문가 잠재고객을 확보한다던지 하는 시도로 꽤 많은 고객과 잠재고객을 모집할 수 있었다. 물론 이는 여러 의미 없는 리드를 확보하는 다수의 캠페인을 거치며 뼈아픈 학습을 해낸 뒤의 이야기다.
그렇게 몇 년간 모은 여러 '리드'가 2024년의 시작 땐 10,000여 명이 되었다. 본격적으로 우린 퍼널 별로 4개의 섹션으로 나누어 업무를 시도해 보기로 결정하며 해를 시작했다.
물론 이 계획은 금방 무산되었다.
리드를 '육성하는 일'은 어쨌든 지속적으로 해야 하는 중요한 일이었다.
동료들의 퇴사 후 둘 만 남아있을 때 나의 책임 역시 이 리드 육성과 리드 획득을 위한 웨비나였다. 합류한 동료는 SEO와 콘텐츠를 활용한 인바운드 마케팅의 확장에 집중했다. 이제 막 시작한 육성 이메일이었기에 확실한 학습이 있기 전까지는 손을 떼기 어려웠다.
반년 정도의 시간 동안은 리드 육성에 집중하며 다양한 시도를 해보았다.
리드의 고객 전환 가능성을 고객의 전문 분야(소아과인지 심장내과인지 등)에 따라 분류하여 둔 Tier에 따라 메시지를 달리하기도 하고, 국가나 지역에 따라 메시지를 달리하기도 했다. 가장 많은 시도를 해볼 수 있었던 것은 ‘새로운 메시지의 시도'였다.
'리드 육성'이야말로 B2B마케팅의 꽃이라는 것은 이 반년이 좀 지나 곧 알 수 있었다. 세 번째 동료의 합류로 이 리드 육성 업무를 넘겨주며 그동안의 인사이트*를 바탕으로 새로운 시도 몇 가지를 진행할 수 있게 되었는데, 이때부터 가시적인 성과가 나타나기 시작했다.
[*인사이트 Insight]
B2B 고객의 구매 프로세스는 일반 B2C 고객처럼 간단하지 않았다. B2C는 단기간에 동일한 제품군 중 나의 가치 기준에 부합한 회사의 제품을 사기로 구매를 결정하는 경우가 많지만, B2B의 경우 보통 '신뢰도'와 '내 문제를 정말로 해결해 주는지' 여부가 중요했다. 게다가 보통은 구매주기가 짧지 않기에 최종적으로 구매전환을 일으키기 위한 결정을 내리는데 드는 비용이 더 크기도 했다.
덕분에 연말에는 처음으로 10%에 가까운 '육성 대상 잠재 고객'의 전환을 얻게 되었다.
그렇게 셋이서 업무와 소통에 있어 고군분투하는 시간을 지나며 분주한 와중에 회사는 성공적으로 상장했다.
혼란한 시장 상황 덕에 회사의 동료들과 대표 창원은 잠깐의 만족감을 느낄 새도 없이 2025년을 맞이하기 위한 목표 설정에 돌입했다.
이 시기가 오니, 나는 5년이 넘는 기간 동안 이 회사에서 쌓아온 것을 돌아보았고, 특히 여러 결정을 해야만 했던 2024년을 돌아보지 않을 수 없었다.
중요한 선택은 썩 잘 내리지 못하던 난데, 결단하고 앞으로 나아갈 수밖에 없는 환경에 부닥치니 나는 앞으로 나아가기 위해 선택해야만 했다. 이 선택을 대충 할 순 없지 않은가. 선택을 더 잘하기 위해선 평소보다 조금 더 정보를 수집하고 덜 망설일 수밖에 없었다.
2025년을 위한 마케팅 플랜 준비에 앞서 세일즈 마케팅 리더와의 1on1 시간을 가졌다.
2023년, 아니 2024년 초 만 해도 할 말이 별로 없었던 것 같은데, 나의 고민의 크기가 이전과는 달라져 있었기에 참 많은 것을 이야기하는 2024년을 보낸 뒤였다.
스스로에게 물었다. '중간관리자로 아예 팀을 이끌어도 괜찮지 않겠어?' '새로운 성장 기회야.' '고객이나 서비스에 대한 총체적인 이해도 잘 하고 있잖아?'
무엇보다, 지금 너 말고 달리 할 사람도 없잖아?
결국 '내가 마케팅 팀을 이끌어 나가보고 싶다'고 먼저 요청했고, 약 한 달 정도가 지났다.
그녀는 나를 새로운 리드 방에 초대하며 새로운 도전의 시대를 열어주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