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 홀로 남았다
2024년, 시작할 땐 몰랐던 것을 끝이 다 와가서야 많은 것이 달라졌음을 알았다. 나도, 환경도.
2025년은 2024년 말 나의 결정과 맡게 된 역할에 의해 격변을 맞았다.
이번 브런치북은 그 내용을 진지하면서도 가능한 가벼웁게 담아볼까 한다.
2024년이 밝아오던 때, 수년간 함께 동고동락했던 동료들의 퇴사 일정을 차례로 전해 들었다.
길게는 4년을, 짧게는 2년 정도를 함께한 팀원들이 각자의 더 나은 자리를 찾아 새 출발을 결심한 자리. 떠나가기로 결정한 멤버 중에는 2024년부터 마케팅팀의 리드 역할을 맡고 있었던 오랜 동료도 포함되었다.
그는 창업을 위해 적절한 시기가 지금이라고 생각한다며, 이상을 이룰 수 있는 창업을 위해 떠나기로 결정했고, 또 다른 하나는 부업으로 진행하던 사업을 본업으로 하여 집중해 확장해 나가기 위해, 다른 하나는 내가 해보고 싶던 사업을 다른 회사에서 펼쳐보겠다며, 좋은 기회를 찾아 떠났다.
그들의 선택을 응원했다. 너무 응원하지만, "진짜 이 일이 벌어지다니!" 싶은 마음 역시 있었다.
함께 더 달려갈 길이 많이 있다고 막연하게 생각하던 기간보다 시기가 빨랐다.
갑작스러운 소식이었지만 인수인계를 위해 준비하고, 새로 입사한 경력자와 함께 다음을 준비하게 되었다.
6월,
마케팅팀엔 갓 들어온 경력 마케터 하나와 나, 둘 뿐이었다.
담담하게 받아들였는데, 해결해야 할 상황, 정해야 할 우선순위는 앞에 한 무더기 씩 쌓이기 시작했다.
2024년 마케팅팀에겐 4갈래로 나누어 짜 달성을 위해 달리던 연간 계획이 있었다. 우리는 먼저 우리가 관리할 수 있도록 일을 조금 합치고, 덜어내었다.
말은 이렇게 하지만 암울한 시기는 아니었다.
분명 갑작스럽게 닥친 사건이지만, 어차피 나에게도 5년가량 있던 회사기에 매너리즘에 빠지기 쉬운 시기였다. 도전적인 상황 변화에 두려움 말고도 새로운 환경과 기회에 대한 기대도 조금씩 샘솟았다.
4명이 하던 업무에 현재 인원은 두 명.
2명이 각각 +1인분의 몫을 하는 건 효율적이지도 않고, 쉬운 일도 아니었다. 각자 효율을 내기 좋은 업무 또한 어느 정도 구분되어 있었기에 우리는 오히려 우선순위를 정하고, 집중하기로 했다.
우리는 먼저 블로그와 SNS에 발행하던 글을 줄였다.
세일즈와 마케팅 비중이 적은 국내 블로그를 잠시 내려놓고,
많은 테스트를 통해 효율을 올려야 하기에 인력이 많이 투입될 수밖에 없는 온라인 광고를 잠시 내려놓고,
조금 더 실질적인 결과를 세일즈팀과 함께 낼 수 있는 지역별 마케팅(Regional Marketing)과 잠재고객의 전환(Nurturing), 콘텐츠, SEO 등으로 화력을 집중하기로 했다.
이런 상황에 갑작스럽게 홀로 지게 된 새 팀원을 뽑는 인사 업무의 권한과 책임, 그리고 마케팅 업무 책임 역시 꽤 묵직했다. 늘 그렇듯, 계획대로 흘러간 것도 별로 없다. 2024년 초에는 마케팅 팀원을 더 뽑아 가속도를 붙이려고 함께 고민하고 2명의 팀원을 뽑자고 다짐했건만, 오히려 상황은 진행하던 업무의 공백을 메꿀 수밖에 없는 방향으로 흘러갔다.
두 명이서 세일즈팀과 함께 두어 달의 고군분투의 시간을 보내며 채용을 지속하다 보니 어느새 좋은 팀원 하나가 더 함께 하게 되었다.
나는 마케팅팀에서 사업과 고객에 대한 이해도가 가장 높았다. 뭐, 현재로서 회사의 마케팅 경험을 이어가는 유일한 멤버였기 때문에 비교 대상이 있는 것도 아니었지만 말이다. 덕분에 경험 많은 멤버로서 경력이 있는 새 팀원들의 온보딩을 맡게 되며 리드와 같은 역할을 하게 되었다.
막상 맡게 되니, 멈출 수 없는 기관차의 조종간을 잡은 것 마냥 뭔가 계속 해내게 되는 게 사실이었다. 그렇게 고객을 찾는 새로운 시도와, 잔뜩 모아둔 잠재고객을 육성해 내는 과정을 멈출 수 없었다.
사실 합류한 새 팀원들은 둘 다 국적이 나와 다르다.
사업 대상지가 한국이 아닌 해외다 보니, 그렇게 해도 전혀 이상하지 않은 상황이었다. 그리하여, 인도에서 태어나 한국과 인도를 오가면서 업무를 해오던 동료와, 중국, 미국, 한국을 오가며 업무 하던 동료까지. 덕분에 뜻밖의 도움이 되는 경우가 많았다. 이들이 합류하며 가지고 온 다양한 문화와 국가에서의 업무 경험은 나에게 새로운 자극과 언어적인 성장을 불러오기에 충분했다.
(정말로, 연말 즈음에는 경험 있는 새 동료들 덕에 어쩔 수 없이(?) 성장해 버린 나의 영어 말하기와 쓰기 실력에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수년간 함께 일하던 해외영업부 동료들이 실제로 놀라더라. 이런 성장이라니!)
이런저런 과정을 거쳐 2025년에는 두 명의 팀원과 함께하는 마케팅팀의 리드가 되었다.
그러나 리드 자리가 좋은 리더로서의 성장을 보장하지 않음을, 3개월이 채 지나지 않은 지금 절실히 느끼고 있다. 그래서 이 글을 쓴다.
*쓰다 보니 현재진행형인 고민들이 담겨 가볍지 만은 않은 글이 될 것 같다.
리더의 역할, 리더의 권한, 좋은 리더란 무엇인가 고민하게 되는 브런치 북이 되지 않을까.
얼마 전 '일의 격'의 저자 신수정 님께서 회사에 오셔서 공유해 주신 말이 있다.
리더의 역량은 일을 잘하는 데 필요한 역량과는 완전히 다른 조건을 요합니다. 그래서 공부와 훈련이 필요합니다.
올 한 해는 특히나 이를 위해 고군분투하는 첫 해가 될 것이다.
시행착오의 여정에 함께하게 되심을 진심으로 환영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