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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eoha May 17. 2024

그럼에도 운동을 합니다.

 체육 8등급이던 내가 매일 하루도 쉬지 않고 운동을 하게 된 이유.

  매일 아침 다섯 시 즈음 기상. 모닝페이지를 쓰고 집 바로 옆 공원으로 향한다. 피부에 닿는 온, 습도는 워낙 들쭉날쭉한 반면, 매일 같은 시각마다 달라지는 해의 위치를 보면서 어느덧 여름이 왔음을 실감하곤 한다. 가볍게 스트레칭을 하고 바로 공원을 뛴다. 한 바퀴당 1.6km 정도 나오는데, 갤럭시 워치로 딱 5km 목표치를 찍으면 그날의 운동은 성공이다. 비가 오는 날은 물론 예외이지만 애석(?)하게도 요즘 평일에 비소식이 없다 보니 루틴을 그럭저럭 잘 유지하고 있다. 


 나의 운동의 역사는 그리 길지 않다. 어렸을 때부터 통통했던 나는 '다이어트'에 참 관심이 많았다. 많아야만 했던 건지도 모르겠다. 이소라 다이어트, 강하나 스트레칭은 이제 눈감고 할 수 있을 정도로 애청자였다. 당시의 나의 운동 목표는 오로지 '감량, 감량, 감량'. 흥미라곤 전혀 없었다. 학교 체육시간에는 늘 깍두기였고 팀을 나누는 경기가 있으면 각 팀 리더들이 나를 서로에게 양보하기 바빴기에 더 정이 가지 않았다.


 성인이 되면서 운동의 선택지가 다양해졌는데 20대까지도 운동의 목표는 일관됐다. '배우 신민아가 필라테스로 살을 뺐대~'라는 소리를 듣자마자 부리나케 달려가 필라테스를 하고, '제주도에서 가수 이효리가 요가를 한대~'라는 한마디에 요가원에 등록하기도 했다. 복싱도 해보고, 발레도 해보고, 심지어 검도도 해봤지만 큰 흥미를 느끼지 못한 채 그냥 배스킨라빈스 아이스크림 맛보기 수준에서 끝이 났다.


  사회생활을 하며 모든 것들이 내 통제권 안에서 움직일 거란 환상이 바사삭 깨지고, 그 안에서 단단하지 못한 마음이 이리저리 리 흔들릴 즈음 찾은 곳은 다름 아닌 산이었다. 제주어로는 오름이라고 부르는 그곳. 심장은 터질 것 같이 뛰고, 온몸이 땀에 젖을 즈음 가슴속 어디선가에서 솟아나는 쾌감이 우울감을 씻겨주었다. 그때의 좋았던 찰나의 인상이 깊게 박혔기에  '숨을 헐떡거릴 수 있는 운동을 하자'라는 결심과 함께 헬스장, 운동장을 찾아다니며 끊임없이 몸을 움직여왔다. 기왕이면 숨을 헐떡거릴 수 있는 달리기나 천국의 계단과 같은 운동으로. 운동을 취미라고 말하기 시작한 건 아마 4~5년 정도 된 것 같다.


 그렇다고 운동할 때 마냥 즐겁기만 한 건 아니다. 매일 3km 정도 뛸 무렵 피곤함이 스멀스멀 올라오면서 스스로와의 타협을 시도하곤 한다. '오늘은 ~~ 이유 때문에 그만 뛸까?' 하지만 결국 스스로와의 약속이 아까워서 결국엔 계속 뛴다. 목표를 달성했을 때의 쾌감과 아침 공기의 상쾌함이 결국 나를 달리게 만든다. 결국 흡족해하면서 돌아오는 단순한 나 자신을 누구보다 더 잘 알기에 타협에 실패한다. 물론 잘 달리는 건 절대 아니다. 공원을 달리는 사람 중 아마 속도가 가장 느릴 것 같은데, 워낙 운동신경이 없는 걸 스스로가 잘 알기에 크게 개의치 않는다.


 생활이 바뀌고 환경이 바뀌더라도 아침에 뛰는 습관만큼은 오래오래 가져가고 싶다. 자기 전 머릿속을 스쳐갔던 수많은 물음표들을 거친 숨과 땀으로 뱉어내는 것이 나를 지탱하는 큰 힘인지 스스로가 잘 알고 있기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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