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른쪽 콧망울 피부 속이 아프다.
예전에 인터넷을 돌아다니다 어떤 피부병에 대한 이야기를 본 적 있다. 코 주변은 웬만하면 건드리지 않는 것이 좋다는 이야기. 화장실 변기보다 더러운 손의 병균이 뇌의 신경세포와 긴밀하게 연결된 코 주변을 통해 더 치명적으로 감염 될 수 있다는 이야기. 코 주변이 아파 병원에 갔더니 내피가 썩고 있었고 결국 코 주변의 피부를 수술해야 했다는 이야기.
나는 그 이야기를 꽤 오랫동안 마음에 담아두고 있다. 코 주변 여드름을 많이 짰었기 때문이다. 그 이야기들을 알게 된 이후에는 그닥 여드름이 심하지 않았지만 어쨋든 조심했다. 그런데 조심한다고 손이 하는 일을 다 통제할 수 있나. 나도 모르게 작은 뾰루지를 긁고 코를 파고 긁고 했다. 아차 싶을 땐 이미 늦었다. 웃기게도 이미 일을 치뤄버리고 나서 코 주변에 잔잔한 아픔이 생기면 그제야 그 이야기들이 떠오르면 나를 걱정시킨다.
이 이야기의 무서움은 상처가 겉으로 드러나지 않았다는 것이다. 나도 모르는 새 속에서부터 썩고 있었다는 것. 그게 사람을 긴장하고 걱정하게 만든다. 머리를 세게 부딪친 사람에게 외상이 보이지 않으면 오히려 더 걱정하는 것과도 같다.
그런데 현재 나의 상태가 딱 그렇다. 오른쪽 콧망울 주변이 아프다. 정확하게 말하자면 코를 으쓱할 때마다 그곳이 아프다. 대단히 아픈 것도 아니고 왼쪽과 비교해서 거슬릴 정도의 아픔이다. 참 얄팍한 아픔이다. 대놓고 아프면 당장 병원이라도 가볼텐데 시간이 지날수록 아픔은 더뎌지지만 없어지지는 않고 있다.
원인이 뭘까 생각해봤지만 코를 만지는 행동이 뭐 그렇게 특별한 일이라고 기억에 남아있을까. 결국 정확한 원인은 모르고 희미한 증상만이 남아 사람을 괴롭힌다. 만져보면 분명 아프다. 혹시 그냥 압력에 의해 아픈건가 싶어 반대쪽도 눌러보지만 전혀 아프지 않다. 그러니 오른쪽이 아픈게 확실하다.
혹시 뾰루지가 넓고 평평한 모양으로 은밀하게 난 것은 아닐까 거울을 한참이나 들여다보지만 도무지 그건 아닌 것 같다. 그렇게 거울을 들여다보면 어느새 그 부분만 조금 더 어두워 보이기까지 한다. 혹시 속에서 썩고 있는걸까. 그런거라면 억울하다. 그러면 안되지. 알려줘야지. 무슨 조치를 취할 수 있도록. 코 주변을 좀 만진게 뭐 그렇게 추악한 짓이라고 숨죽여 행패를 부려.
인터넷에서 본 정보성 글 하나가 이렇게 사람을 오랫동안 괴롭히고 휘두른다. 그 글을 보지 않았더라면 그냥 무시할 수 있었을 아픔일텐데. 나는 잘 참고 넘어가는 편이라 더욱 수월하게 며칠 지나면 괜찮겠지 하는 마음으로 살 수 있었을텐데.
혹시 하는 마음이 계속 안면부에 뭉근히 떠다닌다. 병원을 가야하나. 그런데 어디로 가야하지. 피부과인가 이비인후과인가. 소심한 나에겐 그것마저도 고민의 무게를 더한다. 별 일 아니길 바라지만 원인도 모른 채 이유도 모른 채 콧망울 속이 아픈 건 꽤나 짜증스럽다.
건강염려증이길 바랄 뿐이다. 평소처럼 건강에 대한 예민함과 호들갑일뿐이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