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삶을 가꾸는 일
날이 더워지고 더위에 지쳐서 잘 지키지 못하고 있는 습관이 하나 있다. 바로 산책이다. 산책은 우울과 공황으로 내가 대학교 시절 한 학기를 날려먹고, 친구들도 만나지 않던 때 병을 이겨낼 수 있었던 유일한 방법이다.
산책이 별 게 아닐 것 같지만, 우울증에 걸리면 얘기가 달라진다. 우울증에 걸리면 몸을 움직이기가 정말 힘겹기 때문이다. 우울증에 걸린 상태는 마치 내 의지와는 다르게 내 몸이 지하세계로 끝없이 빠져들어가는 느낌이다. 그 속에서 한없이 허우적대다가 정신 차려보면 반년이, 1년이 지나있기도 하다.
그때의 나는 무기력함을 느끼면 자학, 회피의 길로 빠져들기도 하고 그게 몇 날 며칠을 가다 보니 정신건강의학과를 다니며 치료제를 먹기도 했다. 병원을 가는 일이 나의 유일한 외출 일정이었고 불면증에 시달려 해가 뜰 때까지 뜬눈으로 밤을 지새운 날도 있다. 그때의 기억 때문에 주변에 잠을 잘 못 자는 지인이 보이면 유독 오지랖을 부리기도 한다.
그러다 어느 날 아무것도 하지 않고 하루 일과를 산책으로만 두기로 결심했다. 그렇게 결심하게 된 데에는 워낙 무언가를 할 에너지가 나지 않아서도 있지만 나가서 그냥 움직이다 보면 조금이나마 부정적인 생각이 잦아들고 무기력한 생활에서 벗어날 희망을 갖게 됐기 때문이다. 그래서 그게 가장 중요한 일이라고 여겨졌고, 그 시간에만 에너지를 쓰기로 했다. 그렇게 조금씩 감옥같이 느껴지던 아파트 꼭대기 층에서 내려와 주변을 살피기 시작했다.
그 후 무기력한 생활에서 벗어나기 위해 내가 한 노력들은 이전과는 손바닥 뒤집듯 다른 생활을 하게 했다. 침대에서 일어나는 것부터 잠자리에 들기 전에 행하는 모든 의식들에 에너지가 쓰였는데, 마치 첫걸음마를 떼는 애기가 한 발짝을 내 딛기 위해 안간힘을 쓰는 모양 새였달까.
이부자리를 정리하는 것이 하루를 살아가는 긍정적인 기운을 들게 해 준다는 것을 23년을 살고 처음 알았다. 내 하루에 부정적인 기운이 드는 것을 허용하고 싶지 않아 행동 하나하나에 의미를 부여하고 조금은 강박적으로 나에게 긍정적인 영향을 주는 습관을 만들기 위해 부단히 노력했다.
물론 그때는 알지 못했다. 모든 일에 의지를 들이기보단, 단순하게 아무 생각 하지 않고 습관 들이는 편이 훨씬 쉬운 방법이라는 것을. 그렇게 일주일에 한 번씩 의지를 다지며 병원에 가는 일 또한 지금의 건강한 삶을 만든 노력 중 하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