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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리솜 Aug 05. 2024

응급실 에피소드

스치듯 외로웠던 기억

 해가 긴 어느 여름날 밤이었다. 몸을 편하게 하고 잠들기 위해 잠시 침대에서 스트레칭을 하던 중이었다. 갑자기 호흡이 불안정해지면서 몸 구석구석부터 손발 끝까지 뻣뻣해지기 시작했다.


 이대로면 10분 안에 죽겠다 싶어 구급신고 전화를 걸어 내가 어떤 상태인지를 다급하게 알렸다. 구급가 아파트 단지 안까지 도착하는 데는 다행히도 그리 오래 걸리지 않았던 것 같다.  기다리는 동안 입술을 제외하고 온몸이 굳어버린 느낌이었는데 어떻게 움직였는지 잘 모르겠다. 자고 있는 가족들에게 말을 할 틈도 없이 몸을 겨우 움직여 엘리베이터를 타고 내려가 구급대원을 찾았다.


 병원을 향해 달려가는 응급차 안에서도 호흡은 진정되지 않았고, 옆에 있던 응급대원이 최대한 입으로 숨을 쉬지 말고 코로 숨을 쉬라고 하던 것이 기억에 난다. 병원 문턱에 도착해서는 호흡기를 붙여달라고 애원했더니 아무 때나 붙일 수 있는 게 아니라고 하더라. 그렇게 응급실 침대 위에 올려져 가슴 위로 의료기기들이 부착되고, 힘겹게 고르던 호흡 마디 마디로 스며드는 무력감에 두 뺨 위로 눈물이 흘렀다.


 응급실행의 결말은 "당신의 몸엔 아무런 이상이 없으니 집으로 돌아가라"였다. 호흡이 안정되고 대기석에서 결과를 기다리던 나는 한순간에 응급실에 실려온 환자에서 멀쩡한 나를 데리고 집으로 돌아가야 할 보호자가 되어있었다. 아무 이상이 없다는 의료진의 말에 얼떨떨함을 뒤로하고 원무과 데스크로 갔다. 그런데 청구받은 비용을 낼 돈이 없었다.결국 주무시고 계신 부모님께 전화를 걸었다.


 놀란 기색이 역력한 얼굴로 달려온 아버지는 결제를 해주고 나를 차에 태웠다. 어찌 된 상황인지 설명을 듣고 말없이 달려가던 아버지는 한숨과 함께 "공부나 열심히 해"라고 하셨다. 순간 너무 울컥한 나머지 어떻게 그렇게 말할 수 있냐며 큰소리를 내고 서럽게 울었다. 자식이 괜한 걱정을 하다가 약해졌다는 생각에 쓰라린 마음을 뒤로하고 내뱉으신 말이었을까?


 지난 시간을 돌아보면 부모님께서는 어떤 표현이든 그 말로 일관되게 말씀하셨던 기억이다. 자식에게 마음을 표현하는 방법을 몰라서였을까. 부모님께 울컥했던 마음이 아직 정리되지 않고 응어리로 남아있는 듯 했다. 응급비용을 낼 돈이 있었더라면 나는 부모님께 전화를 걸었을까? 보듬어지지 않은 마음탓에 마음 내보이는 일을 두려워하는 것인지, 그런 나의 아픔을 대단시 여겨 묻어버리는 편이 나았던 건지. 나의 마음엔 여전히 풀리지 않은 응어리가 있는 듯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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