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기가 필요한 일
’지금 까지의 인생을 잘 살았다고 할 수 있을까?‘하고 자문해 보았을 때, 스스로 가장 부족했다고 생각한 것 중 하나가 감정에 솔직하지 못한 것이다. 감정이라는 것을 이성으로 눌러야 하는 대상으로 여겼다. 꾹꾹 눌러져 있던 감정들이 터져 나와 병이 되어 나타나고 나서야 감정이라는 것에 관심을 갖기 시작했다. 마음을 마주하는 것엔 생각보다 큰 용기가 필요했다.
조금 정확히 얘기해보자면 사실 이전까지는 다소 긍정적인 감정들만 누리고 싶어 했다. 즐거움, 설렘, 기쁨과 같은 겉보기에 긍정적 이어 보이는 것들 말이다. 불안함과 같은 감정이 들면 무의식적으로 회피했다. 그건 여전히 어렵지만 말이다. 그렇다 보니 성숙한 내면을 갖추기보다, 어디서 보고 들은 것들을 체화하는데 익숙한 어른이 되어있었다.
내 감정을 마주하기란 사실 그리 간단한 일은 아니다. 최근 영화 인사이드아웃 2에서 기쁨 이가 속상해하며 “맞아. 라일리에게는 우리보다 새로운 감정이 필요해.”라며 ‘불안’이라는 감정 캐릭터의 필요성을 이야기하는 장면이 있었다. 주인공 라일리가 성숙해지기 위해선 ‘불안’이란 감정도 필요하다는 사실을 받아들인 것이다. 지금껏 불안함을 느낄 때 나도 모르게 회피하며, 되려 감정적으로 행동하게 됐던 지난날들이 떠올라 영화를 보며 울컥했다.
뒤돌아보면 불편한 감정을 회피하는 건 내가 나와 멀어지는 일이다. 나도 모르게 내가 나를 불행하게 만드는 것이다. 감정은 오롯이 내가 느끼는 온전한 것이고, 그렇기 때문에 내 감정이 나를 설명한다고 할 수 있다. 그런데 그런 감정을 내가 무시한다면, 나는 나를 잃어버릴 수밖에 없다.
지금은 마음껏 외로워도 보고 피하기만 했던 감정들을 들여다보기도 한다. 부정적인 감정도 오롯이 느껴보아야 내 것이 된다고 한다. 몇 년이 흐른 지금은 이런저런 감정들과 마주 하다 보면 나도 색깔과 향기를 가진 어른이 될 수 있지 않을까 하고 생각한다.
나는 건강한 어른이 되기 위해, 그리고 나와 더 잘 지내기 위해 내 감정에 열심히 부딪히고, 쪼개고 채우고 색깔을 채우고, 부단히 느끼며 살아가기로 결심했다. 다시 나를 잃어버리는 삶으로 돌아간다고 생각하면 그보다 끔찍한 일이 없다는 생각이 나를 사로잡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