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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번역하는 엄마 Mar 27. 2021

통번역대학원 졸업 후 진로는 어떻게 되나요?


번역가 Q&A 다섯 번째 시간. 오늘은 통번역대학원 졸업 후 진로에 대해 알아보겠습니다.


통대 졸업 후 진로는 크게 인하우스와 프리랜스, 전문대학원 혹은 박사과정 진학, 복직 등 크게 네 가지로 나뉩니다. 물론 이외의 경우도 있을 수 있습니다만 가장 일반적인 형태라고 보시면 될 것 같습니다. 오늘은 이 네 가지 진로에 관해 구체적으로 살펴보도록 하겠습니다.


인하우스는 말 그대로 정부 기관이나 민간기업에 통번역사로 취직해 근무하는 것을 의미합니다. 위 네 가지 진로 중 압도적으로 높은 비중을 차지하고요. 인하우스 채용은 주로 수시 형태로 이뤄집니다. 특정 부서에 통번역사 충원이 필요할 경우 공고를 내는데, 규모는 그때그때 1~2명씩 채용하는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외대의 경우 1천 명 규모의 동문 페이지에도 수시로 공고가 올라오는데요, 이곳을 통해서도 후임이 결정되는 경우가 많은 것 같고요. 저 역시 고객사의 요청으로 인력을 추천할 땐 이곳 동문 페이지를 이용합니다.


급여의 경우 정부 기관보다는 민간기업이 비교적 높습니다. 따라서 정부 기관으로 첫 직장을 선택하는 경우 급여보다는 장기적인 커리어를 생각해서 ‘경험 삼아’ 가는 경우가 많은 것 같습니다. 통번역 업계에서도 정부 기관 프로젝트의 수행 경험은 높이 평가해 인정해 주는 분위기거든요. 또 워킹맘의 경우 급여는 좀 적더라도 야근이나 출장이 많은 민간기업보다는 정시 출퇴근이 보장되고 업무량이 많지 않은 정부 기관을 선호하기도 합니다. 고용 형태는 평균 2년 단위의 계약이 일반적인 것 같습니다.


이렇게 특정 기관이나 기업에 소속돼 일을 하는 경우 어느 정도 경력을 쌓고 프리랜스로 전향하는 경우도 있고, 아니면 이직을 통해 직장만 바꿔 계속해서 인하우스로 일을 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이건 철저히 개인의 선택 문제입니다만, 제 주변 통번역사들을 보면 10년 차 미만에서 프리랜스로 전향하는 경우는 그리 많지 않은 것 같습니다. 특히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통역 시장의 경우 워낙 타격이 크다 보니 더 그런 경향이 강한 것 같고요. 이 부분에 대해서는 추후 별도로 이야기 나눠 보겠습니다.


프리랜스라는 고용 형태는 통번역사를 꿈꾸는 사람들이 직업 선택의 이유로 꼽는 중요한 부분입니다. 직종에 상관없이 프리랜스의 가장 큰 장점으로 ‘내가 원하는 시간에 내가 원하는 만큼의 일을 할 수 있다’는 점을 꼽는데요. 사실 이건 프리랜스라는 업무 형태를 잘 몰라서 하는 말씀입니다. 결론부터 말씀드리면, ‘내가 원하는 시간에 일할 수 있다?’ 전혀 아닙니다. 프리랜스의 업무 일정은 철저히 고객사에 맞춰져 있습니다. 일정이 다소 무리가 돼도 일을 수락한 이상 고객사가 원하는 일정에 맞춰야 하기 때문이죠.


'내가 원하는 만큼만 일할 수 있다?' 이 역시 아닙니다. 경력이 아주 많은 베테랑 통번역사를 제외하고는 들어오는 일을 쉽게 거절하거나 내 입맛에 맞는 일만 골라 할 수 있는 사람은 많지 않을 겁니다. 고객사와의 관계를 생각한다면, 또 수입이 일정치 않는 프리랜스의 특성을 고려한다면 내가 원하는 때에 원하는 만큼의 일을 하기란 결코 쉬운 일이 아니죠. 목표한 월별, 혹은 연간 수입이 있는 경우, 즉 돈을 생각한다면 더더욱 어려운 문제입니다.


그러나 돈을 어느 정도 포기한다면 이야기는 달라집니다. 사실 제 경우가 여기에 속하는데요. 돈을 생각했다면 저는 인하우스로 취직을 하는 게 맞았을 겁니다. 하지만 저는 애초에 대학원 진학 목적이 육아와의 병행이었으므로 인하우스는 제 옵션에 포함돼 있지 않습니다. 졸업 직후나 지금이나 육아와 병행할 수 있는 범위 내에서 일을 하자는 제 모토는 변함이 없습니다. 그래서 저와 비슷한 연차의 통대 졸업생과 수입을 비교한다면 아마 턱없이 낮을 겁니다. 하지만 돈을 포기한 덕분에 제가 하고 싶은, 할 수 있는 일만 하고 있으니 후회는 없답니다.


전문대학원이나 박사과정 진학은 아주 흔한 경우는 아닙니다만, 심심치 않게 찾아볼 수 있습니다. 두 가지 모두 석사 졸업 후 곧바로 진학하는 경우도 있고, 인하우스나 프리랜스로 필드에서 어느 정도 일을 하다가 시작하는 경우도 있는데요. 박사과정 진학은 추후 교수 등 학교에 남는 목적인 경우가 많은 것 같고요. 전문대학원의 경우 석사 졸업 후 특정 분야의 통번역사로 일을 하다가 좀 더 전문성을 기르기 위해 로스쿨이나 의학전문대학원 등으로 진학하는 경우가 많은 듯합니다.


복직은 말 그대로 대학원 진학 전 자신이 몸담았던 곳으로 돌아가는 것을 의미합니다. 흔한 케이스는 아닙니다만, 통대에는 종종 교사나 정부 부처 공무원 등 직업을 갖고 계신 분들이 잠시 휴직을 하고 오시는 경우가 있거든요. 이분들은 전문 통번역사로 재취업을 하기 보다 졸업 후 본업으로 돌아가시는 경우가 많은 것 같습니다. 이분들의 대학원 진학 목적은 직업을 전환하는 것이 아닌 특정 언어에 대한 전문성을 함양하는 데 있는 셈이죠. 개인적으로 가장 부러운 부류의 분들이었습니다!


이렇게 해서 오늘까지 총 다섯 편의 연재 글을 통해 통번역대학원에 대해서 알아보았습니다. 평소 갖고 계셨던 궁금증이 어느 정도 해소되셨는지 모르겠네요. 연재 글을 읽고 많은 분께서 제 블로그에 오셔서 댓글로, 쪽지로 다양한 질문을 남겨주시는데요, 죄송하지만 하루에도 몇 개씩 쌓이는 질문에 제가 일일이 답은 못 해드리고 있는 상황입니다. 통번역대학원과 관련한 웬만한 내용은 이곳 브런치와 블로그에 언급이 돼 있으니 검색 기능을 적극적으로 활용해 주시길 바랄게요.


오늘도 긴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번역가 Q&A: 통번역대학원을 꼭 가야 할까요?



번역가 Q&A: 통번역대학원 입시는 어떻게 준비하나요?



번역가 Q&A: 통번역대학원, 지금 준비해도 늦지 않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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