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번역하는 엄마 Feb 16. 2021

번역가가 되려면 통번역대학원을 꼭 가야 할까요?

오늘부터는 번역업, 혹은 번역가에 대해 여러분이 주로 궁금해하시는 내용을 중심으로 연재 글을 써보려고 해요. 번역가로서 가장 많이 받는 질문을 중심으로 통번역대학원 진학 및 번역가가 되기 위한 준비, 시장 진입, 코로나19의 업계 영향, 번역 일반, 기타 등 대략 6개의 범주로 하나하나 풀어내보려 합니다.


오늘은 그 첫 번째, 통번역대학원 진학에 대한 내용입니다. 이와 관련된 질문은 관련 내용은 크게 다음 3가지로 나눌 수 있는데요, 오늘은 아래 통대 진학의 필요성 여부에 대해 구체적으로 알아보겠습니다.


<연재1-1: 통대 진학의 필요성 여부>


1. 번역가가 되려면 통대를 꼭 나와야 할까요?

2. 통대를 안 나오면 시장에서 차별이 있나요?


<연재1-2: 통대 입시>


1. 번역하는 엄마는 통대 입시를 어떻게 준비했나요?


<연재1-3: 통대 생활>


1. 통대에서는 어떤 식으로 수업이 진행되나요?

2. 통대생의 연령대는 보통 어떻게 되나요?

3. 통대생의 진로는 어떻게 되나요?



1. 번역가가 되려면 통번역대학원을 꼭 나와야 할까요?


결론부터 말씀드리면, '그렇지 않다'입니다. 번역가가 되는 길은 매우 많습니다. 예전에는 주로 인맥에 의해 일을 시작한 경우가 많다고 들었습니다. 그러나 요즘엔 수없이 많은 에이전시가 그 역할을 대신해 줍니다. 굳이 경력이 없어도 단순 '알바' 형태로라도 내가 원하면 얼마든지 일을 시작할 수 있습니다.


요컨대, 진입 장벽이 높지 않다는 뜻입니다대부분의 에이전시는 번역가를 상시 모집하고 있어 홈페이지에 등록된 주소로 이력서만 내면 (경우에 따라) 샘플 테스트를 거쳐 얼마든지 일을 시작할 수 있습니다. 비전공자는 물론 전문대 출신에게도 똑같은 기회를 제공하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마음만 먹으면 일감을 구하는 건 그리 어려운 일은 아닙니다.


그러나 진입 장벽이 높지 않다는 것이 진입 후 적정 단가에 꾸준히 일을 지속할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하지는 않습니다. 번역은 영어만 좀 하면 누구나 할 수 있는 일이라는 인식이 강합니다. 그래서 '(할 거 없으면) 번역이나 해 볼까'라는 말도 쉽게 하고요. 그러나 시장은 냉혹합니다. 누구나 할 수 있는 일에 비싼 돈을 지불하지는 않습니다.


일은 어렵지 않게 시작할 수 있지만, 내가 원하는 만큼의 돈을 받고 일하느냐, 번역 일만으로 생계를 유지할 수 있느냐는 전혀 다른 차원의 문제입니다. 따라서 통대를 꼭 가야 번역 일을 시작할 수 있는 건 아니지만, 번역 단가를 포함한 처우 문제에 있어 통대 출신들이 우위에 있는 건 사실입니다.



2. 통번역대학원을 안 나오면 시장에서 차별이 있나요?


이 부분은 산업번역과 출판번역 시장을 나눠 생각해 볼 필요가 있습니다. 산업번역은 출판번역을 제외한, 일반 기업이나 정부기관에서 일감을 받아 작업하는 번역을 통칭합니다. 이와 함께 출판번역은 원어로 된 책을 한국어로, 혹은 한국어로 된 책을 원어로 옮기는 작업입니다. 현재 우리나라 출판번역 시장의 대부분은 원어를 한국어로 옮기는 데 초점이 맞춰져 있습니다.


우선 산업번역의 경우 통대 출신과 비통대 출신에 대한 차별이 엄연히 존재합니다. 다만 이 차별은 주관적 차별이 아닌 객관적 차별입니다. 통대 출신의 경우 통대라는 높은 장벽을 넘기 위해 짧게는 1-2년, 길게는 수년씩 입시를 준비했고, 이후엔 치열하기로 유명한 대학원 생활을 버텨냈습니다. 수천만 원의 학비 또한 기꺼이 감당했고요. 이 과정에서 들인 시간과 돈, 노력을 높은 단가로 보상받는 셈입니다.


그래서 일단 '통대 출신'이라고 하면, 그중에서도 서열 1,2위를 다투는 유명 학교 출신이라고 하면 믿고 맡기는 경우가 많습니다(통대 출신이라고 무조건 실력이 출중한 건 아니지만 여기서는 그건 논외로 치겠습니다). 그래서 단가도 일반 대졸자들이 받는 것보다 적게는 2-3배에서 많게는 4-5배씩 높게 받습니다. 앞서 말씀드렸듯, 이는 '통대 출신'들이 치른 비용에 대한 적절한 보상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출판번역의 경우 통대 출신과 비통대 출신에 대한 차이는 거의 존재하지 않습니다. 통대 출신이라고 더 환영해 주지도, 더 많은 돈을 주지도 않습니다. 단가 책정 기준은 오로지 경력과 실력입니다. 다년간의 산업번역 경력이 있는 통대 출신 번역가라 해도 출판번역 경력이 없다면 가장 낮은 단가부터 시작합니다. 그래서 역서가 전무한 통대 출신 번역가보다 10권의 역서가 있는 대졸자 번역가가 훨씬 더 높은 단가를 받게 됩니다.


그런데 아이러니하게도 단가에 차별이 존재하지 않는 이 상황이 오히려 통대 출신 번역가들에게는 출판번역 시장에 (일부러) 진입하지 않는 요인으로 작용하기도 합니다. 기본적으로 출판번역 시장의 단가는 매우 낮기 때문인데요. 똑같은 분량을 기준으로 산업번역에서 받을 수 있는 돈이 10만 원이라면 출판번역에서는 3-4만 원도 받기 힘든 게 현실입니다. 출판번역을 특별히 좋아하거나 이 분야에 큰 뜻을 품은 경우가 아니면 굳이 들어갈 이유가 없습니다.




네, 오늘은 이렇게 해서 번역가가 되는 길에 대한 첫 번째 연재글 통번역대학원 진학의 필요성에 대해 살펴보았습니다. 앞으로는 주2회 관련 연재 글을 올려보도록 할게요. 부디 번역가를 꿈꾸는 분들에게 도움이 되길 바랍니다! :)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