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집안 서열 꼴찌 하락한 날은 결혼 후 첫 식사 자리였다.
결혼식을 하고 15일째 되는 날이기도 했다.
가족들이 다 같이 모인 자리에서 큰 조카가 가족들에게 빼빼로를 나눠줬다.
얼마 전에 빼빼로데이여서 나눠주는 모양이다.
할머니(시어머니), 할아버지(시아버지) 에게는 삐뚤빼뚤 귀엽게 쓴 편지가 적힌 빼빼로를 줬다.
'할머니 사랑해요'
"아이고 내 새끼 너무 고마워~"
빼빼로를 받아 든 시어머니, 시아버지는 활짝 웃으며 좋아하셨다.
"이건 삼촌 꺼"
남편 빼빼로에 '삼촌'이라고 적혀있다.
"삼촌은 왜 사랑한다고 안 적어줘?"
"몰라"
아직 삼촌을 사랑하진 않나 보다.
나한테도 빼빼로를 건네준다.
'김민찬'
"나는 왜 김민찬이야?"
"잘못 썼어"
"잘못 쓴 걸 준거야?"
"..."
나한테는 왜 잘못 쓴 걸 주는지 이해가 안 되긴 했지만 그래도 주는 거니까 받긴 했다.
아주버님의 친절한 설명이 곁들여졌다.
"원래 민찬이라는 애한테 주려고 했는데 못준 거야, 그래서 그거 주는 거야"
나는 '김민찬'이라고 적혀있는 빼빼로를 집어 들고 좋아해야 하는 상황인지 생각했다.
'조카는 애기니까 그렇다 치는데, 아주버님과 형님은 빼빼로 하나 새 거 사서 주는 게 그렇게 어려운 일이었을까?'
여러 가지 의문을 가지고 빼빼로를 와그작 씹었다.
나는 그 날 시댁 집안에서 서열 꼴찌로 전락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