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아랫사람은 참는 사람. 손윗사람은 군기 잡는 사람.

by 박연

아주 찝찝한 시아버지의 생신 겸 가족 식사를 마치고 집으로 왔다.


너무 서러워서 눈물만 났다.

내가 도대체 뭘 잘못했는지도 모르겠고, 시댁 가족들에게 너무 아무 소리도 못한 것 같아서 화가 났다.


이 복합적인 마음을 가진 나를 지켜보는 남편의 마음도 편하지는 않았을 거라 생각한다.


하지만 내가 너무 힘들어서 그런 남편까지 도닥여 줄 여유가 없었다.



어쨌든 그 날의 일이 마무리되고 그다음 날.

아주버님이 남편에게 전화를 했다고 한다.

전화를 해서는 대뜸 형수(형님)에게 사과를 하라고 했다.

왜 사과를 하라는 거냐 물었더니 "형수도 6년 동안 아무것도 안 했잖아"라는 말을 사과하라고 했단다.

근데 그게 사실이지 않냐 했더니, 그런 말은 엄마가 해야지 도련님인 남편이 하면 안 된다고 했다.


내가 그 소리를 듣고 감정이 모두 폭발하고야 말았다.


아 이 가족들은 지금 나를 군기 잡으려고 하는 거구나.

내가 한 번 참고 넘어가니까 두 번도 참을 줄 알고 그러는 거구나.


그래서 남편에게 말했다.

"나는 너희 가족 모두에게 사과를 받아야겠어. 안 그럼 너희 가족들 보지 않을 테니 각오해"


남편은 중간에서 어쩔 줄을 몰라했다.


이 와중에 남편에게 시아버지가 전화가 왔다.

너네가 그냥 참고 넘어가라고. 너네 형수 성격 모르냐, 너네가 손아랫사람이니까 한 번만 참고 넘어가라.

그 소리를 들으니 더 못 참겠다.


손아랫사람이면 잘못한 게 없어도 무조건 참아야 하는 걸까?


이번에 사과하고 넘어가면 다음에 비슷한 일이 생겼을 때 또 우리 보고 사과하라고 할 것 같았다.


남편에게 다시 소리쳤다.

"나는 더 이상 참고 넘어가지 않을 테니까 그렇게 알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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