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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연 Aug 20. 2021

생각보다 끈질긴 그대들의 며느리 사랑

나의 시부모님들은 정말 끈질기다.


작년 추석그렇게 서로 감정이 상했음에도 불구하고, 우리 부부와  지내보려 자주 보자 하신다.


여태까지 웬만하면 자주 마주치고 싶지 않아서 식사 약속도 피치 못할 경우에만 참석했다.

추석을 앞두고 나도 마음이 싱숭생숭해서인지, 남편을 통해 시부모님과의 점심 약속을 잡았다.


내가 시부모님과 점심을 같이 먹자고 제안한 이유는 여러 가지가 있지만

추석에 최대한 시댁과의 대치를 최소화하고자 먼저 식사 약속을 제안해 선수를 치는 것이 가장 큰 이유였다.


이미 갈 식당을 찾아봐두었는데 시어머니가 집에서 2시간 거리까지 차를 타고 갈비를 먹으러 가자 하셔서 난감했다. 뭐 그 정도야 들어줄 수 있다 생각하여 시부모님을 모시고 갈비를 먹으러 가는 길이었다.


"코로나 끝나면 나 첫째 며느리랑 둘째 며느리랑 일본 온천 여행 갈 거야."


시어머니의 말에 나와 남편은 어리둥절했다.

아무도 여행을 갈 생각이 없는데 갑자기 온천 여행이라니 그것도 며느리 둘이랑.


"에이, 엄마 누가 요즘에 며느리랑 여행을 가? 나랑 가자."

"싫어! 나는 며느리들이랑 갈 거야, 내가 쏜다! 돈은 다 내줄게 어때 좋지?"


나는 어이가 없어서 가만히 앉아있을 수밖에 없었다.


남편이 아무리 말려도 시어머니의 생각은 변할 생각이 없나 보다.

"너희 아빠도 허락했어, 며느리들이랑 맛있는 것도 먹고 온천도 하면 너무 좋겠다~!"

너무 해맑은 그녀의 모습에 할 말을 잃었다..

내가 대답을 안 하고 있어서인지 나를 쳐다보고는 이렇게 말했다.


"왜? 부담스럽니?"


당연히 부담스럽지... 그럼 안 부담스러울까...

부담스럽다는 말보다는 싫다는 말이 더 적당할 것 같다.


나는 대답하지 않고 웃기만 했다.


어쨌든 일본 온천 여행의 폭탄선언은 대충 마무리되었지만

이걸 재밌어해야 할지, 기분을 나빠해야 할지 난감했다.


사실 웃기기도 하고 짠하기도 했다.

어쩌면 시어머니도 며느리랑 친해지고 싶어서 그랬으리라..

하지만 며느리는 딸이 아닌 것을 아들만 둘인 시어머니는 잘 모른다.


이렇게 천천히 기대를 꺾는 것도 어쩌면 내 몫일 것이다.


하지만 생각보다 끈질긴 그대들의 사랑에 난감한 건 어쩔 수 없는가 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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