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명절이 싫다.
원래도 썩 좋아하진 않았지만 결혼하고 나선 죽도록 싫어졌다.
이번 설날이 어김없이 다가올 때 나는 가슴이 두근거렸다.
이것이 바로 명절 증후군이란 말인가.
하필 이번 설날은 내 생일과 겹쳤다.
내 생일이랍시고 축하해줄 시댁 가족들, 먹지도 않을 전 부칠 생각에 스트레스가 극심했다.
나는 남편에게 먼저 제안했다.
설날에 힘들게 전 구워 먹지 말고, 맛있는 호텔 뷔페 내가 살 테니 시부모님 데리고 가자고.
남편이 시어머니께 말했더니 어머니가 설날엔 가족끼리 전 부쳐야 한단다.
시어머니는 웬일인지 설날에 내가 오는 게 불편하면 안 와도 된다고 하셨다.
남편은 엄마가 달라졌다며 나에게 설날에 안 가도 된다고 했다.
먼저 배려해준 것이 무척이나 고마웠다.
남편이 최근 스케줄 근무를 하게 되면서 연휴에도 일을 하게 되었다.
다행히도 내 생일(=설날 당일) 하루는 미리 휴무로 뺄 수 있었다.
설날 당일 아침에 양가 부모님께 안부인사를 드리고, 내 생일이기도 하니 근사한 점심 식사를 하러 갔다.
점심 식사 중, 남편에게 시어머니의 카톡이 왔다.
전 부쳐놨으니 집 들어가는 길에 갖고 가라는 내용이었다.
남편은 같이 전을 부치지도 않았는데 얻어먹기만 한 것이 미안했는지 괜찮다고 거절하며 다음에 들고 가겠다 했다.
그때 시어머니의 답장.
"그것 좀 들고 가라면 들고 가지. 어떻게 그럴 수 있니? 전 들고 가는 게 그렇게 어려운 일이니?"
당황한 남편은 이어서 답장을 보냈다.
"전을 같이 굽지도 않았는데 전만 들고 가기가 미안해서 그런 거야. 오해하지 마 엄마. 어차피 조만간에 보기로 했으니까 그때 들고 갈게."
시어머니는 남편의 답장을 읽고 대답이 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