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박연 Nov 08. 2021

며느리의 도리란..

주말 저녁, 시어머니께 전화가 왔다.

보통 전화를 잘하지 않아서 어리둥절해하며 받았다.


이런저런 안부를 주고받다가 이런 말을 한다.

"네가 나한테 가끔 연락을 좀 해줬음 좋겠어, 너무 연락이 없었잖아 요즘"

"네네"

"내가 어렵니? 어렵게 생각하지마"

"네"


의무적으로 '네'만 하고 있었다.

올해 초만 해도 한참 싸울 때 연 끊지 않고 가끔 얼굴이나 보고 살자더니, 그새 요구사항이 늘었다.


"나도 며느리 연락을 좀 받아봤으면 좋겠다, 연락 좀 가끔 해줘"

"... 오늘 잘 쉬셨어요?"


도저히 저 말엔 대답을 할 수가 없어서 말을 돌렸다.


의무적인 대답과 말돌림이 끝나고 생각해보니 굉장히 기분이 나빴다.


대개 그런 통화를 할 때 남편은 다른 일을 하고 있어서 내 옆에 없었다.

통화가 끝나고 남편에게 통화 내용을 말했다.


남편의 반응은 "네가 그럼 전화하면 되겠다"

6개월 간의 부부상담의 결과가 물거품이 되는 순간인가.


"제발 나한테 이런 전화 오게 하지 마"라고 말하고선 두통약을 먹고 울면서 잠을 청했다.

무엇이 잘못되었는지 모르는 남편은 울지 말라고 다독여줄 뿐이었다.


다음날, 출근해보니 가방 안에 남편이 쓴 편지가 들어있었다. 

오늘 하루 잘 보내란다.


남편에게 메신저도 왔길래 쌀쌀맞게 대답했다.

남편이 아직도 기분이 안 좋아 보인단다. 그래서 그렇다고 했다.


그리고 서운했던 일을 다 쏟아냈다. 

남편은 그제야 '미안해'라고 말한다.


남편과 나는 부모님을 대하는 온도차가 굉장히 다르다.


소위 '효자'인 남편은 부모님이 상처 받을까 봐 노심초사한다.

하지만 나는 부모님께 아닌 건 아니라고 말하는 편이다. 


부모님 대하는 스타일은 다르다 치더라도 서로의 부모님으로 인해 스트레스를 받는 일은 정말 고통스러운 일이다. 


어른들이 생각하는 며느리의 도리란 가끔 연락하고 살갑게 대하고 밥도 같이 즐겁게 먹어주는 그런 며느리겠지만 내가 생각하는 며느리의 도리와는 거리가 멀다.


그들이 생각하는 며느리의 도리에는 한참 못 미치는 인간이겠지만

이쁨 받겠다고 내 생각을 굽히며 살기는 싫다. 


오늘도 못된 며느리가 되어간다.

이전 16화 생각보다 끈질긴 그대들의 며느리 사랑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