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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연 Mar 11. 2022

남편은 '남의 편'이 맞을지도.

며칠 동안의 시댁문제로 인해 남편과의 사이에도 균열이 시작되었다.


일단 내가 남편에게 가지는 불만은 아래와 같다.

- 시댁에 강하게 이야기하지 않고, 흐지부지 끌려다님.

- 중간 역할을 하려 하지만 양쪽 화만 돋우게 됨.

- 내가 1순위라고 하지만 행동은 그렇지 않은 거 같음.


결혼 초반엔 시댁에 강하게 말하지 못하는 것에 대해서 이해하려 했다.

결혼 3년 차로 접어든 지금까지도 시부모님 상처받을까봐 전전긍긍하는 모습을 보면 솔직히 화가 난다.

내가 받는 상처는 아무것도 아니라는 건지.


남편은 누구에게나 좋은 사람이고 싶은 마음에 중간 역할에 최선을 다한다.

하지만 항상 결말에는 양쪽 다 화가 나서 상처만 받고 끝나는 경우가 허다했다. 

솔직한 맘으론 '내 편만 들면 편할 텐데'라는 생각이 든다.

어차피 결혼했는데 내 편이어야 되는 거 아닌가.


내가 1순위라고 하지만 항상 시부모님을 우선으로 생각해서 나에게 커뮤니케이션하는 것이 굉장히 실망이었다. 이 문제는 결혼 초반에도 남편에게 가장 실망한 부분이었는데, 한동안 잠잠한듯하다가 이번에 다시 문제가 점화되고 말았다. 


남편이 시댁에 다녀온 후, 나에게 조심스럽게 물었다.

"너는 언제 괜찮아져?" 

"뭐가 괜찮아져?"

"아니... 우리 부모님과 잘 지내는 거 언제쯤 괜찮아질지 싶어서.."


남편의 이런 지독한 시부모님 사랑과 고질적인 커뮤니케이션 방식이 너무 싫다.

남편의 머릿속엔 작고 큰 문제 끝에 내가 자신의 부모님과 잘 지내야 한다는 문제 해결 궁리 뿐.


"내가 너희 부모님과 잘 지낼지 아닐지는 너희 부모님의 행동에 달려 있겠지."

이런 말을 내 입으로 해야 한다는 사실이 한심하고 기가 막혔다.


처음으로 심각하게 이혼을 고민했다.

결혼 생활에 내 편 하나 없다는 것이 얼마나 고독한 일인가.


며칠의 고민 끝에 남편에게도 이야기했다.

"너랑 이혼할 생각도 하고 있어. 어차피 너희 부모님 문제랑 타협이 안되는 거 같은데 너 부모님이랑 가서 살아. 나랑 만나고 싶으면 이혼하고 연애나 하던가."


남편은 '이혼'이라는 단어에 당황한 것 같았다.

하지만 내 말은 허풍이 아니라 진심이었다.


어차피 결혼해서 '며느리'라서 이러시는 거라면, 

이혼해서 '며느리'가 아니면 될 것 같다.


'여자 친구' 한테는 이런저런 책임감은 강요 안 하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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