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편이 나에게 다음 주에 시부모님과 밥을 먹는 게 어떠냐고 물어본다.
시어머니가 초복인데 몸보신해야겠다며 같이 식사를 하자고 하셨다는 것이다.
순간 짜증이 솟구쳤다.
왜냐면 개인적으로 시부모님과 너무 자주 보는 것 같기 때문이다.
밥을 먹고 1개월이 지나지 않아서 "보고 싶다", "밥 먹으러 와라"라는 카톡이 압박하듯 왔었고,
2개월 정도 지나니 바로 밥 먹자고 제안이 온 것이다.
결국 남편에게는 며칠 전 시어머니께 온 카톡 이야기를 했다.
"너 빼고 나랑 밥 먹고 싶으시대"
"엄마가 너랑 친해지고 싶은가 봐"
"나는 어머니랑 친해지고 싶은 맘이 없어"
"마음의 문을 열어봐~"
음... 마음의 문을 열어봐?
사실 지난 사건들로 인해 시가 식구들과는 친해질 생각이 1도 없을뿐더러,
친해질 수 있는 기회는 이미 물 건너갔다고 생각한다.
나라고 처음부터 마음의 문을 안 열고 싶었던 건 아니다.
하지만, 이미 그들이 나에게 여러 번 무례하게 굴었기 때문에 심리적으로는 손절하였으나, 남편의 부모님이기에 어쩔 수 없이 식사 자리는 가끔 가는 정도였다.
하지만 식사 자리에만 참석하면 내가 괜찮아진 줄 알고 무섭게 다가오는 그들이었다.
그래서 나는 더욱이 거리를 둬야겠다고 생각했다.
결국 남편에게 말했다.
"이미 친해질 수 있는 수준의 단계는 지났고, 난 그러고 싶은 마음도 없어.
그리고 밥 먹고 오면 내가 괜찮은 줄 알고 다가오시는데 그게 싫어서 일부러 거리 두는 거야."
"아.. 그렇구나 이해해"
그리고 나는 이어서 말했다.
"1년에 4번 정도 봐도 많이 보는 것 같아. 우리 가족들은 1년에 2번도 못 보잖아.
이미 1번 봤고, 다음 주에 밥 먹으면 2번, 시어머니 생신 3번, 시아버지 생신 4번. 올해는 총 그렇게 4번만 참석하는 것으로 할게."
"추석에 안 가는 건 아직 말 안 했는데..?"
(참고로 나는 추석, 설날 명절에 가지 않는 것으로 남편과 합의했다.)
"그건 나랑 합의 끝난 거잖아. 그건 네가 알아서 부모님한테 설명해야지."
"그럼 연말은..?"
"연말 뭐 어쩌라고, 연말에도 가게? 난 4번까지만 참석할래"
초복이라 밥 먹자, 가을이니까 밥 먹자, 연말이니까 밥 먹자.
시부모님은 밥 먹을 핑계도 많다.
밥만 같이 먹으면 친한 가족 사이가 된다고 생각하시는 게 분명하다.
하지만 영혼 없이 참석하는 나에겐 스트레스였고, 친한 가족 사이는커녕 남보다도 못한 사이다.
항상 시부모님과의 식사와 만남 횟수에 문제가 생기는 우리 부부를 위해 내가 솔루션을 준비했다.
위와 같은 플로우로 만남을 결정하려 한다.
남편에게 flow chart는 전달한 상태이고, 협의할 예정이다.
부디 뭐가 문제인지 파악하고, 개선이 되는 모습을 보여주길 바란다.
밥만 먹는다고 사이좋은 가족이 되지 않는다.
진정한 가족은 서로가 무엇을 원하는지 생각하고 배려해줄 때 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