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남편이 시댁 없는 셈 치라고 한 순간부터 시댁 스트레스에서 해방되었다.
시댁 부모님들이 쉽게 포기하실 분들이라는 걸 알기에
시간이 지나면 연락이 올 것 같은 느낌이 들긴 했다.
그래도 뭐 어떤가.
나는 공식적으로 시댁이 없는 사람이다. 그것만으로도 충분히 행복했다.
안부 연락을 안 해도 되고, 명절에 안 가도 되고, 가족 식사에도 참석하지 않아도 된다.
없는 며느리 셈 치기로 하고 정확히 3일 후.
시아버지에게서 카톡이 왔다.
치킨 기프티콘을 보내주시면서 잘 지내냐며 안부를 물으셨다.
당황한 나는 남편에게 이 사실을 말했다.
"없는 셈 치신다고 하신 지 3일 만에 카톡 오셨는데..?"
남편도 적잖이 당황한 눈치였다.
"하... 내가 연락하지 말라고 그렇게 말했는데... 연락하지 말라고 다시 말할게"
그리고 몇 주가 지났을까.
이번엔 시어머니께 카톡이 왔다.
나는 이직을 앞두고 있는 동안 쉬고 있었는데
시어머니가 나와 식사하는 게 어떻겠냐, 시아버지 생일이기도 하니 축하를 해주면 좋겠다고 하셨다.
마침 남편과 같이 있었던 터라 바로 카톡을 보여줬다.
남편은 곧장 시어머니께 전화를 걸었다.
"엄마, 내가 연락하지 말라했잖아."
남편은 연락하지 말라는 이야기와 함께
다음에 다시 이야기하자는 말을 끝으로 전화를 끊었다.
"뭐라셔?"
"술 먹고 전화한 거 같아, 그냥 내가 다음에 이야기하자 했어."
나를 뚫으려는 시댁 창.
그걸 막으려는 며느리 방패.
그 사건 이후 한참 카톡에 알람만 울려도 가슴이 두근거려서
결국 시댁 가족 모두 카톡 차단을 했다.
연락으로 인해 예민해지고 스트레스받는 나를 위한 극약처방이었다.
결론적으로 카톡 차단 후, 굉장히 편안한 삶을 지내고 있다.
위기의 순간에 극단적인 방법이 통할 때도 있다.
단체 단톡방 나가기, 카톡 차단도 처음이 어렵지
두 번은 비교적 쉽더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