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세이 <괜찮지 못한 인간> / 박도 지음
어느 겨울 나에게서 나를 구할 수가 없을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내가 던진 덫에 걸려 인생이 나락으로 빠진 느낌이었다. 외롭게 글을 쓰고 있는 나를 감당할 수 없어서 눈물이 나왔다. 잘 살고 싶었다. 불현듯 편지를 쓰기로 했다. 내가 왜 이렇게 힘든지, 요즘 어떻게 지내고 있는지, 내가 어떻게 했으면 좋겠는지 알려달라는 두서없이 길고 무례한 편지를 줄줄이 썼다. 우리가 이런 이야기를 주고받을 사이가 되는 걸까, 언니가 내 편지를 읽어줄까. 답장이 올까, 나를 이상하게 보는 건 아닐까. 울면서도 이성적으로 여러 방면으로 고민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평소에는 꺼내지 않던 말들을 마지막처럼 토해낼 수밖에 없었다. 나는 그저 괜찮아지고 싶었을 뿐이다.
언니에게 답장이 왔다. 구원받는 기분이 이런 걸까 어렴풋이 생각했다. 나는 깡 언니의 편지를 받은 날도, 다음날에도 울었다. 그후에도 그 편지를 여러 번 꺼내서 읽었다. 다시 꺼내 읽은 횟수만큼 자주 함몰되었다는 뜻이지만 더는 울지 않을 수 있었다. 누군가에게도 분명히 이 편지는 구원이 되어줄 것이다. 그러길 바라며 우리는 우리의 편지를 나누기로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