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 뭐, 어때? 삶은 계란인데!
어머님, 제가 아이에게 주지 말라고 말씀드렸잖아요
by
글짓는맘
Mar 22. 2021
아이가 엉금엉금 기어 다니고 활동 범위가 넓어졌을 그 무렵,
어느 주말 우리는 시댁을 방문했고 어머님은 삶은 계란을 간식으로 주셨다.
아이의 민감한 피부에 나는 혹시 계란 껍데기를 만지고 알레르기 반응이 나오지 않을까 걱정이 되었다.
“어머님, 계란에 알레르기 반응을 할 수 있어서요. 아이에게 계란 주지 마세요.”라고 했으나
“뭐 어떠니~ 삶았는데..!
삶은 거야.”
어머님은 나의 말에 아랑곳하지 않으시고 아이에게 계란 몇 개를 쥐어 주셨다.
아이에게 놀거리를 만들어주고 싶은 어머님의 마음도 이해가 되어 가만히 있었다.
역시나, 집에 돌아오니 계란이 스쳤던 아이의 얼굴이 울긋불긋 해지기 시작했다.
눈이 붓고, 계란을 살짝 빨았던 입술이 붉어지면서 부풀어 올랐다.
밤이 늦은 시간이라 주변에 갈 만한 소아과가 없었고, 비상약으로 있던 알레르기 약을 급히 먹이고 나자 서서히 가라앉았다.
한 숨 돌린 나는 그때부터
화가 나기 시작했다.
아이의 상태를 가장 잘 아는 것은 엄마인 나인데, 어머님의 말씀에 한 마디도 반박하지 못했던 나 자신이 싫었고, 나의 의견이 무시당한 기분이 들어 자꾸 서운한 마음이 들었다.
다음 날, 어머님은 아이의 상태가 궁금하셨는지 집에 잠깐
들르셨다
.
미안해하시는 어머님의 얼굴을 보고 나는 괜찮다, 걱정하지 마시라는 말만 연신 해댔다.
‘왜 우리 엄마한테 하듯이 어머님을 대할 수 없을까?’
만약, 나의 엄마였다면 잔소리를
해댔을 것이다.
하지만 그 대상이 시어머니라서 차라리 다행이다 싶었다.
다시 그때의 상황을 떠올려보니,
아무리 사이가 좋은 고부관계라고 한 들 이 정도 갈등이 없는 집이 어디 있겠나 싶은 생각이 든다.
나는 화가 났지만 최대한 어머님에게 예의 바르게 대했고, 어머님도 어머님 나름대로의 미안함을
표현하셨다.
그 날 이후로 어머님은 아이에게 음식을 줄 때 내게 먼저 물어보고 주기 시작하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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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runch Book
오늘도 가려운 너에게
03
#3 발목이 가려운 아기
04
#4 누굴 닮아서 그래?
05
#5 뭐, 어때? 삶은 계란인데!
06
#6 애기엄마, 이 병원 좋다던데 한 번 가봐
07
#7 도대체 어떻게 해야 할까?
오늘도 가려운 너에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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