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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경 Oct 01. 2024

책 쓰기가 어려운 이유




어크로스 출판사에서 나온 <인터넷 때문에>라는 책의 서문을 읽는데 이런 문장이 나온다.

"출간" 작가를 백 명 이상이 읽은 무언가를 쓴 사람이라고 정의한다면 사실상 SNS를 사용하는 모든 사람이 그 범주에 들어간다.


그러니까 인터넷이 생기고 SNS가 생기면서 예전과 달리 누구나 글을 쓸 수 있는 시대가 되었다는 이야기이겠지. 주변을 둘러봐도 아직 책만 내지 않았다 뿐이지 많은 구독자를 보유하고 있는 사람들이 있다.


아, 저 사람 글 정말 잘 쓰네, 금방 책이 나올 수도 있겠네, 싶은 사람도 있고, 저 사람은 글이 좀 별로인데, 왜 저렇게 따르는 사람이 많지, 싶은 사람도 있다. <인터넷 때문에>에서는 이런 온라인 상에서 쓰이는 글을 가리켜 편집자가 없는 '비격식 글쓰기'라는 표현을 한다. 비격식 글쓰기. 격식이 없는 글쓰기.


출판사에 투고를 하고 편집자로부터 답장 메일을 받았을 때, 설령 그것이 반려 메일이라 하였어도 기분이 괜찮았던 것은 엉망진창으로 쓰인 SNS 글만 읽다가 나름 격식이 갖추어진 글을 읽을 수 있어서였다. 물론 개중에는 격식이 없는 자유로운 편집자도 있었지만, 내가 아는 대부분의 편집자들은 업무상의 메일을 쓸 때 격식을 갖추곤 했다.


격식 - 격에 맞는 일정한 방식.


SNS를 하면서 책을 다섯 종 낸 나보다 훨씬 많은 구독자를 보유하고 있는 작가 지망생들을 볼 때면 이런저런 생각이 든다. 그 생각에는 질투도 있고 시기도 있고 그럼에도 나는 책을 냈지롱, 메롱 하는 자부심도 있고 그렇다.


그리고 때로 그렇게 많은 구독자를 보유하고 있는 사람 중에서는 책을 내고 싶어 하면서도 어려움을 겪는 사람들을 보기도 한다.


요즘에는 워낙 책이 팔리지 않는 시대이니까, 출판사에서도 아예 알려지지 않은 무명의 글쟁이보다는 어느 정도 팬을 보유하고 있는 인플루언서 저자를 섭외하려 할 텐데, 어째서 많은 구독자를 가지고 있는 분들도, 그것도 나름 재밌는 글쓰기를 하고 있는 사람들도 출간을 어려워하는 걸까.


5년 동안 다섯 종의 책을 내면서 이 궁금증의 답을 조금은 알 것 같다. <인터넷 때문에>에서 말하는 바로 격식과 비격식의 차이. 소설집이나 수필집처럼 몇 꼭지의 글 '모음집'이 아닌 이상 하나의 책에는 통일감이라는 격식이 갖추어져야 한다.


다섯 종의 책을 쓰면서 꼭 지키고자 했던 것이 있다면, '책을 목표로 한 원고는 낮에만 쓴다.' 하는 거였다. 밤이란 으레 사람을 약하고도 감상적으로 만드니까. 물론 내가 감성 에세이류의 책을 쓴다면 밤과 새벽시간을 충분히 활용했을지도 모르겠지만.


그러니까 하나의 책을 시작하고 끝낼 때까지는 늘 비슷한 톤의 마음을 유지해야 하는 법인데, 이게 내가 생각하는 책 쓰기의 가장 어려운 점이다. 너무 들뜨지도, 또 너무 가라앉지도 않은 채 평정심을 가지고, 늘 비슷한 문체와 감정선을 지켜가며 글을 쓰는 일.


사람마다 다르겠지만 외부의 일에 흔들리지 않고 우직하게 글을 써 내려가는 사람이 있겠는가 하면 일희일비하며 하루에도 몇 번이나 감정의 널뛰기를 하는 사람도 있다. 아무래도 후자의 사람은 책 한 권을 쓰기가 전자의 사람보다 어려울 텐데, 안타깝게도 나 역시 그런 후자의 인간에 가깝다.


개그맨, 코미디언, 희극인들이 아무리 우울한 일이 있더라도 자신의 슬픈 감정을 감추고서 남을 웃겨야 하는 사람이듯이, 책을 쓰는 사람들은 전날과 같은 감정선을 가지고 앞으로 나아가야 한다.


외부에서 발생하는 기쁘고 슬픈 일과 그것으로부터 발생하는 마음을 모두 걷어내고, 전날 썼던 글과 동일하게 다시 글을 쓸 수 있을 때, 격식이 생기고 책이 만들어진다. 이렇듯 격식을 만들기 위해 마음을 다잡는 일이 책 쓰기에서 가장 어려운 일이었음을 숨길 수 없다. 앞으로 책을 목표로 하는 글을 쓰는 모든 시간이 그러할 것이다. 때로는 편집자라는 사람들이 그러한 '격식'을 만들어줄 수 있을지도 모르겠지만, 거기에도 분명 한계는 있을 것이다.


그러니 책을 내고 싶은데 마음이 늘 오락가락하는 사람이 있다면, 글쓰기 수업 같은 걸 들을 게 아니라, 심리 삼당사와 대화를 하고서 흔들리지 않는 마음을 가지는 편이 훨씬 나을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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