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지노선 정하기 - 인세 편

by 이경


제가 지금 쓰고 있는 글의 제목에는 '글쓰기 비법'이라는 단어가 들어있지만, 비법이라고는 개뿔도 없고, 그저 제 잘난척하는 이야기와 글쓰기에 대한 이야기, 그리고 책 쓰기와 관련된 약간의 이야기가 있죠.


누구라도 아, 나는 글을 좀 쓰는 거 같다, 뭔가 내 글을 남들에게 보이고 싶다, 기록하고 싶다, 하는 욕심이 응어리지다 보면 자연스레 책을 내고자 하는 마음이 들 거라고 생각합니다.


오늘은 이 책 쓰기에 관한 이야기일 수도 있겠고, 넓게는 글쓰기 생활 전반에 걸쳐 통용 가능한 이야기를 좀 할까 하는데요. 바로 '마지노선' 정하기입니다. 자신의 글에 대한 적정선이나 꿈의 크기, 이해 가능한 한계점이라고 할 수도 있겠네요.


글을 쓰고 처음 책을 준비하다 보면 그동안 경험하지 못했던 일을 접하느라 이게 보편적인 조건인지, 혹은 내가 사기를 당하는 건 아닌지 궁금하고 불안하기도 할 텐데요. 미리 스스로가 감내 가능한 마지노선을 정해두면 앞으로의 결정에 큰 도움이 되리라 생각합니다.


★인세 편 -


먼저 가장 일반적인 출판이랄까요, 투고를 했든 청탁을 받았든 정상(?)적인 출판사와 계약을 하게 된다면 아, 나는 인세 10% 정도 받을 수 있겠구나, 계약금(선인세)은 뭐 한 일백만 원 정도 받겠구나 생각하시면 될 것 같아요.


장강명 작가는 10% 미만으로 인세를 제시하는 출판사는 거르라고 하기도 했는데요. 장 작가의 멘트처럼 모든 출판사가 10% 인세 조건을 제시한다면 좋겠지만, 여러분들은 앞으로 별별 희한한 조건들을 만나게 될지도 모릅니다.


이때 자신이 생각하는 마지노선을 정해두면 어떨까요. 나는 보편적 정상적 인세를 받겠다, 계약금과 인세 10%를 꼭 받겠다 생각하는 분들은 출판사와 계약 조건을 협의할 때 자신의 의견을 펴내기에 수월하겠죠.


그러면 별별 희한한 계약에는 어떤 게 있을까요. 당연히 인세 9%, 8%, 7%, 6%, 5% 등이 있을 겁니다. 아예 안 주겠다는 정신 나간 출판사가 있을 수도 있을 테고요. 초판 인세는 7% 정도였다가, 2쇄부터는 10% 인세를 지급하는 방식이 있을 수 있을 거예요.

이 글을 보시는 분들이 생각하는 각자의 마지노선이 다를 텐데요. 10%든 7%든 저자의 비용이 들어가지 않는 조건이라면 생각해볼 여지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10% 에는 미치지 못하더라도, 저자의 비용이 전혀 들지 않는 계약조건이라는 게 중요한 거 같고요. 아, 물론 저는 지금까지 낸 책의 인세가 모두 10%이긴 했습니다만.


이렇게 저자의 비용이 들지 않는 계약과 달리 몇몇 출판사에서는 '자비출판'이라는 단어를 쓰지 않으면서 '자비출판'과 다름없는 조건을 제시하기도 합니다. 가령 책이 나오면 저자가 책 100권을 사야 한다든가... 네? 제가 계약금(선인세) 보통 일백만 원이라고 했죠? 근데 오히려 책을 사라니요? 자신의 마지노선에 따라, 아 이거 출판사에서 참 개똥 같은 소리를 하고 앉아있구나 생각하시고 계약 테이블을 박차고 나올 수 있겠죠?


가끔 작가 지망생들이 출판사에 글을 보내면서, 책이 나오면 내가 책을 수백 권 살 수 있다! 하는 어필을 한다는데요. 제대로 된 출판사라면 이런 어필에 콧방귀를 뀔 것입니다. 뭐 물론 한 일만 권 정도를 저자가 사겠다 한다면 출판사에서도 흔들릴지 모르겠네요. 그래도 출판사에 글 보낼 때 책 몇 권 살 수 있다, 그런 얘기는 하지 마셔요들. 네?


요즘에는 저자와 출판사가 제작비를 반반 부담하는 반기획출판이라는 것도 있습니다. 이건 뭐 전세도 아니고 월세도 아니고, 전월세 개념이라고 봐야 할까요. 저는 이 반기획 출판이라는 게 좀 끔찍한 계약조건이 아닌가 싶어요. 뭔가 저자를 100% 신뢰하지 못하고 출판사의 리스크를 줄인다는 개념처럼 보입니다. 출판사 입장은 어떤지 몰라도 제가 이런 조건을 제시받는다면 계륵이 되는 기분일 거 같아요.


자비출판의 인세는 한 20~45% 정도로 정해지는 거 같아요. 가끔 작가 지망생 커뮤니티를 돌아다녀보면, 아 나는 내 글에 정말 자신 있는데 자비 출판하고 인세 부자 되면 아니 되겠는가, 꿈을 꾸는 분들이 계시는데요, 저는 아아 저분이 지금 굉장히 크고도 허튼 꿈을 꾸고 있구나 하는 생각이 듭니다.


자비출판이 인세가 높은 이유는 무엇보다 책이 안 팔린다는 게 가장 클 것 같습니다. 그러니, 아 나는 책을 좀 팔고 싶다 하는 생각이 있는 분들은 자비출판은 염두에 두지 않는 게 좋을 것 같아요. 물론 나는 책 판매는 상관없고, 그냥 기념 삼아 책 낼 거야 하는 분들은 자비든 반기획이든 인세든 크게 상관없겠죠.


저는 인세와 관련해서는 자비가 단 100원이라도 들어간다면 때려치우겠다, 하는 마지노선이 있었습니다. 자비가 없다는, 슬픈 사실이 가장 큰 이유였지만, 저는 제 글이 일반적인 출판사를 거쳐 되도록 많은 사람들에게 읽히길 바랐거든요. 그래서 첫 책은 10% 미만의 인세도 괜찮다는 생각을 했던 것 같아요.


글을 쓰시는 분, 또 언젠가 책을 내고자 하시는 분들은 각자의 마음속에 인세에 대한 마지노선을 정해두면 좋습니다. 다음 시간에는 편집자의 편집 방향에 대한 마지노선을 이야기해볼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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