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떤 이가 작가가 되는가

by 이경



브런치 공모전까지 필요한 글은 10 꼭지. 10 꼭지를 생각보다 일찍 쓰다 보니까, 마음의 여유가 생긴달까, 굳이 뭐 더 써야 하는가 싶은 생각도 들지만, 공모전 마감까지는 며칠 더 남았으니까, 한 꼭지만 더 쓰고서 브런치북 만들어서 공모전 고고할까 싶네요. 아, 글이 굉장히 메타메타합니다. 99.89퍼센트의 확률로다가 공모전 떨어지고 나면 그 후에 글 모아서 출판사에 투고하면 그만.


물론 브런치에서 미천한 이 시리즈의 글을 보고서, 어쭈 요놈 봐라, 하며 선정을 해주신다면야, 저는 몸과 마음을 바쳐 브런치에 충성을 다할 것을 맹세할 수 있겠으나, 다년간의 브런치 활동에도 브런치 메인에 한 번도 뽑아주지 않은 브런치가 공모전이라고 뭐 글을 뽑아주겠는가, 물론 브런치 공모전이야 브런치가 아닌 출판사에서 선정하는 거겠지만요.


각설하고.


오늘은 글쓰기 비법이라기 보단 일반화의 오류랄까, 그러니까 저를 포함해서 주변의 작가 지망생들을 보았을 때 어떤 이들이 작가가 될 확률이 높은가 뭐 이런 얘기를 해볼까 하는데요. 저는 글 쓸 때 주로 도망갈 구석을 만들어 놓고 쓰는 편입니다. 앞 문장에 분명 '일반화의 오류'라고 써놨죠? 그러니까 제가 하는 말이 얼토당토않게 보인다 하더라도 따질 생각일랑 하지들 마세요. 저는 도망갈 구석을 만들어 놓았으니까, 저에게 따져본들, 저는 줄행랑치면 그만입니다.


자, 그럼 어떤 이들이 작가가 되는가. 글 쓰는 사람은 두 부류로 나눌 수 있겠습니다.

글 쓰는 것 자체를 힘겨워하는 사람.

글을 쓸 수 없는 상황을 힘겨워하는 사람.


제가 볼 때는 대체로 후자가 작가가 될 확률이 높습니다. 글쓰기 자체가 힘이 들어서, 억지로 억지로, 머리를 짜내가며, 숙제하듯이, 그렇게 쓰는 분들은 자신에게 글쓰기 재주가 있는지, 적성에 맞는지 살펴볼 필요가 있습니다. 글을 쓰고자 하는 많은 분들이 책 출간을 목표로 하실 거예요. 제가 제 책 <난생처음 내 책>에도 썼는데 말이죠. 책을 내고 나면 세상이 바뀔 것처럼 생각하시는 분들도 계시지만, 초특급 베스트셀러 작가가 되지 않는 이상은, 책 낸다고 뭐 크게 변하는 거 없거든요? 통장이 두둑해지는 것도 아니고, 어디 가면 사람들이, 아이고 작가님, 작가님, 이 누추한 곳에 어찌 행차하셨습니까, 그래, 하면서 반겨주는 것도 아니고, 직장 다니는 사람들은 그대로 직장 생활하고 뭐 똑같습니다.

변하는 게 없어요. 물론 목표를 책에 두지 않고, 글쓰기를 하면서 자신의 마음가짐이 바뀔 수도 있겠고, 삶이 조금 더 긍정적인 방향으로 변할 수는 있겠지요. 그렇지만 글쓰기 자체를 힘들어하는 사람이 그렇게 머리 아파가면서 굳이 글, 그거 꼭 써야 하나, 싶기도 합니다. 글쓰기가 괴로우신 분들은 쓰는 것보다 읽는 것, 그러니까 훌륭한 독자로 남아도 괜찮지 않을까 싶은 거죠. 글을 쓰다 보면 언젠가 출간의 꿈이 생기지 않겠습니까.

이놈이고 저놈이고 다들 작가가 되겠다고 글을 쓰고 나면, 독자는 누가 되는가. 한국 출판계는 지금 독자는 없는데 쓰려는 이들은 많은 기형적인 구조가 되어버린 지 오래라고 다들 그렇게 말하는데, 굳이 머리 아파가면서 작가가 되어야겠습니까? 글 쓰는 게 어려우신 분들, 그냥 독자 하시면 안 돼요? 독자 하시면서 제가 쓴 책도 좀 읽어주시고요. 네?


반면 글을 쓸 수 없는 상황에 놓여 괴로워하는 이들. 속 안에서 뱉어내야 할 단어와 문장들이 한가득인데 이런저런 이유로 키보드를 두드릴 수 없어 힘겨워하는 이들은 대체로 작가가 될 싹이 보이는 사람입니다. 3남매를 키우는 가정주부, 회사일에 얽매여 글 쓸 시간이 없는 직장인, 자유시간이 부족한 군인 뭐 기타 등등 어딘가에 얽매여 쓰고픈 말을 제때 뱉어내지 못해 괴로워하고, 키보드를 두드리지 못하면 손이 덜덜덜 떨리는 금단 증상을 느끼는 이들. 머릿속에 떠오른 소재가 잊힐까 다른 일을 제쳐놓고 메모를 하는 이들. 감히 일반화의 오류를 범해보자면 제가 주변에서 볼 때 이런 증상을 지닌 이들은 대개 꾸준히 글을 쓰게 되고 작가가 되는 것 같아요. 이런 분들은 쓰지 말라고 해도, 스스로 자신에게 맞는 글쓰기 방법 등을 깨우쳐가며 두꺼운 작가의 껍질을 깨어내고 세상 밖으로 나가게 됩니다. 이런 분들은 진짜 글 좀 그만 쓰면 좋겠습니다. 특히 소설이나 에세이 쓰는 분들은 저와 동종업계의 경쟁자나 다름없으니까, 그만 쓰세요 좀. 네? 뭐 이렇게 말해도 쓸 사람은 쓰게 되어 있다는 겁니다. 네네. 이런 분들은 걱정이 없어요. 제가 걱정이지.


그럼 자신에게 글쓰기 재능은 없는데 책은 내고 싶고, 돈도 좀 있고, 시간도 좀 있고, 그러다가 정신줄마저 놓으신 분들은 이제 어디로 가시느냐. 바로 수백, 수천만 원짜리 글쓰기 강의를 들으러 가는 겁니다. 거기 가서 박사니 도사니 하는 선생님한테 "오오 당신은 우리의 구세주! 우리는 천재 작가! 언젠가 책을 낸다 낸다 낸다!" 뭐 이러면서 자기네들끼리 자화자찬하고, 수십 명이 원고 한 꼭지씩 모아다가 여러 명이서 공저로 자비출판이나 다름없는 책 내고, 그렇게 자기네들끼리 책 사서는 나눠 갖고, 아아, 우리는 드디어 작가가 되었다, 하면서 어깨가 으쓱해져 가지고는... 뭔가 대단한 일을 한 것처럼 착각을 하고.


그러니까는 글을 쓰면 인생이 바뀐다는 둥, 몇 주만에 작가로 만들어주겠다는 둥 하는 글쓰기 아카데미 있잖습니까. 그런 곳은 사람들의 꿈을 이용해 사기를 치는 곳이나 다름없습니다. 홀로 단행본 책을 내도 세상이 크게 변하는 게 없는데, 공저로 우루루루 책 낸다고 세상이 얼마나 변하겠어요. 그저 자기만족일 뿐. 개뿔 변하지 않아요. 그런 글쓰기 아카데미에 가볼까, 하는 사람들은 스스로, "아 나는 작가는 되고 싶은데, 글쓰기 재주가 참으로 부족한 인간이구나." 생각하시고, 독자로 남으시길 강권합니다.


그럼에도, 나는 작가, 그거 하고 싶다, 글 쓸 때 머리 아프고, 다섯 시간 동안 단 한 줄 도 못 쓰고, 대체 뭘 써야 할지 도저히 모르겠는데, 글 그거 써서 언젠가 책 내고 싶다, 하시는 분들이 계시겠죠. 그런 분들은 책을 보시면 되겠습니다. 비싼 돈 들이시지 마시고 책을 보시라 이겁니다. 시중에 나와있는 좋은 책들을 읽으세요. 소설을 쓰고픈 분들은 좋은 소설을 읽으시고, 에세이를 쓰고픈 분들은 좋은 에세이를 보시면 되겠습니다. 아니 너무 당연한 이야기 아닙니까?


좋은 글을 쓰고 싶다, 하는 이에게 좋은 책만큼 훌륭한 선생은 없습니다. 그런 책들은 이미 작가와 편집자가 세 차례 이상 교정을 보아서 탄생한 훌륭한 참고서입니다. 특히 제가 쓴 <난생처음 내 책> 같은 책. 혹은 소설 <작가님? 작가님!> 같은 책을 읽어달란 말이에요. 네?


본문에서 공저나 자비출판 등을 비하하는 것처럼 느끼실 분들이 계실까 봐 노파심에 말씀드리면, 저는 소수정예의 글쓰기 모임이나 책이라는 물성을 이해하기 위해서 소량으로 한 번 찍어볼까, 하는 자비출판에는 거부감이 없습니다. 어떤 책이든 만들어놓으면 기분이 좋죠. 그러니, 자비출판 경험이 있으신 분들이 마음 아파해가며, "으으 이경 이 자식이 내 삶을 무시하고 있다, 으읔..." 하시면서 화를 내실 필요는 전혀 없겠습니다.


제가 문제 삼는 건 '수백, 수천만 원' 짜리 글쓰기 아카데미의 장삿속입니다. 대체로 그들은 비싼 수강료를 취하고서는 여러 작가 지망생들의 글을 모아 공저의 책을 내주고는 '작가 타이틀'을 부여합니다. 마치 자신들이 글쓰기를 잘 가르쳐 많은 작가 지망생들이 지망생의 딱지를 떼고 작가가 된 것처럼 자부심을 심어줍니다.

제가 볼 때 그거 말이죠. 가르치는 입장에서는 '사기'고요. 배우는 사람 입장에서는 '돈지랄'이에요.


글을 쓰고 싶어서, 책을 내고 싶어서 미치겠다 하는 이들은 침착하게 스스로 자신의 상황을 돌아보길 바랍니다. 꿈에 눈이 멀어 허튼 돈을 쓰고 있는 것은 아닐지. 내가 작가가 될 만한 사람인지.


글쓰기에는 여러 장점이 있지만, 가장 큰 장점은 큰 비용이 들지 않는다는 겁니다. 종이와 펜. 혹은 컴퓨터의 한글 파일과 키보드. 외로운 글쓰기 인생을 함께 해줄 몇몇의 동료와 어두운 길을 밝게 빚내 줄 참고 도서들.

그리고 무엇이라도 쓰지 않고서는 버틸 수 없는 그런 마음들이 있다면, 쓰지 않을 때 미쳐버릴 것 같은 마음이 든다면, 나에게는 작가의 자질이 있다고 믿으셔도 좋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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