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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경 Apr 25. 2018

벤츠 사주세요

물질에 대한 결핍



제니스 조플린 (Janis Joplin)



신이시여.

벤츠를 사주오. 

컬러 TV도 사주고, 시내에서 보내는 하룻밤도 내게 주오.


제니스 조플린(Janis Joplin)이 노래한 <Mercedes Benz>에서 제니스가 신에게 사달라고 요구하는 것들이다. 친구들은 포르셰를 몰고 다니니, 벤츠를 사달라는 내용이 담겼다. 2분이 안 되는 짧은 아카펠라 곡으로 별 다른 악기를 사용하지 않은 덕에 제니스 조플린의 음색만을 느끼기엔 더없이 좋은 곡이다.


제니스 조플린이 미국의 시인 마이클 맥클루어(MicHael McClure)가 쓴 詩의 한 구절인 "Come on, God, and buy me a Mercedes Benz."에 영감을 받아 쓴 곡으로 알려졌다. 마이클 맥클루어의 시를 흥얼거리다가 멜로디를 붙이고, 가사를 새로 썼단다.


제니스 조플린은 살아생전 사회, 정치적으로 의미 있는 노래를 부르고 싶어 했던 걸까. <Mercedes Benz>를 부르기 전 제니스 조플린은 "I'd like to do a song of great social and political importance. It goes like this."라고 말한다. 

그녀가 부른 <Mercedes Benz>는 물질주의, 배금주의, 소비주의에 물든 사회를 비꼬는 곡으로 알려졌다. 세속적인 물건에 대한 환상은 결코 사람들을 행복하게 할 수 없다는 점을 노래한 곡으로 평론가들은 평한다. (재미난 것은 90년대 메르세데스 벤츠 광고에서 제니스 조플린의 곡을 사용하기도 했다.)


어릴 때 이 곡을 들을 때는 신에게 차며, TV를 사달라는 제니스 조플린에게서 깡이 느껴졌다. 그러면서도 소박하다고 느껴지기도 했다. 아니, 뭣하러 차를 사달라고 해. 이왕 신에게 부탁할 거 로또 1등이나 해달라고 하지 생각했던 거다. 세 번째 절에서는 시내에서의 하룻밤을 노래했으니, 곡 속 화자는 시내에서 하룻밤 묵기에도 여유가 없는 노동자쯤 될 테다.




지금도 그렇지만 어릴 때는 차에 별 관심이 없었다. 유명한 차 브랜드도 알지 못했다. [링컨 차를 타는 변호사]라는 영화가 개봉했을 때는 미국의 대통령 링컨의 이야기인 줄 알았다. 훗날 알고 보니 차 이름이 링컨(Lincoln)이었다. ([노인을 위한 나라는 없다]라는 영화가 개봉했을 때는 제목만 보고 노인 복지에 관한 다큐멘터리인 줄 알았다.)


벤츠만큼은 제니스 조플린이 노래한 덕에 어릴 때부터 알았다. 비싼 차라는 것도 알고 있다. 가끔 길에서 벤츠를 보면 저 차 주인은 누구일까 생각해보기도 한다. 천명관의 소설 [이것이 남자의 세상이다]에서는 건달 보스가 벤츠를 몰고 다닌다. 천명관의 소설뿐 아니라 많은 영화에서 건달들은 유독 벤츠를 몰고 다니는 것 같다. 건달에게 벤츠는 즉 성공이라는 그들만의 세계가 있는 게 아닐까 싶다.


무소유를 설파한 법정스님이 아닌 이상 누구라도 물질에 대한 결핍이 있을 것이다. 현대 사회에서는 그것이 대부분 돈일 테고. 나보다 많이 가진 사람들에 대한 시기와 질투를 갖고 사는 사람들은 많이 있겠으나, 사람들은 그걸 겉으로 드러내진 않는다. 겉으로 드러내는 순간 찌질해 보이니깐. 있으면 있는 대로, 없으면 없는 대로 사람들은 살아간다.




방위산업체 시절에 후임은 조금 이상한 아이였다. 일하는 모습을 보면 항상 먼 산을 본다던가, 눈이 흐리멍덩했다. 정신줄을 놓고 산다고 표현하면 될까. 암튼 그런 아이였다. 어느 날 회사에서 일이 터졌다. 그 이상하던 아이가 누군가에게 커터 칼을 휘두른 것이다. 커터 칼 공격을 받은 이는 몸을 다치진 않았지만, 하얀 작업복이 찢어졌다. 그 아이는 칼을 휘두르며 이렇게 말했단다.


"형은 나보다 월급 많이 받잖아요."


그 아이가 어떤 결핍과 불만으로 이런 말을 내뱉었는지는 모르겠다. 그 아이는 일을 잘하는 사람은 아니었다. 그래서 직장 상사들에게 혼도 많이 났다. 그날도 그 아이는 누군가에게 혼이 났고 화가 난 나머지 칼을 휘두르면서 자신의 결핍을 겉으로 드러냈다. 그 아이 역시 나와 마찬가지인 방위산업체 복무요원이었다. 회사에서 잘리면 다시 군대에 가야 했다.


회사 어르신들은 이 일로 모여 회의를 했다. 잘라야 한다, 말아야 한다, 경찰을 불러야 한다, 정신 감정이 필요하다. 그런 말들이 오가던 도중 커터 칼 공격을 받았던 사람이 괜찮다며, 말로 타이르겠다 했다. 그렇게 공장 커터 칼 사건은 마무리됐다. 그 이상하던 아이도 그 후로는 얌전히 회사 생활을 잘하며 지냈다. 다만 시간이 흘러도 그가 내뱉었던 이 말만큼은 이상하게 오랜 시간 맴돈다. "형은 나보다 월급 많이 받잖아요."


돈이 많으면 좋겠지만, 나는 물질에 대한 결핍은 크게 없다. 어릴 때부터 용돈으로 사모으는 음반 정도에나 애착이 있을 뿐이다. 책장에 음반이 가득한 모습을 보면 어쩐지 만족스럽다. 그 외에는 모든 게 그저 그렇다. 비싼 옷, 차, 액세서리 무엇에도 큰 흥미를 느끼지 않는다. 다만 꿈에 대한 결핍은 있다. 그래서 꿈에 관한 글을 보고, 음악을 들으면 많이도 울고 웃는다.


지금은 소소하게 글을 쓰며 내 이름으로 된 책을 한 권 내고 싶은 꿈이 있다.


세상에 정말로 신이 존재한다면, 제니스 조플린이 벤츠를 사달라듯 요구하고 싶다.

신이시여.
책을 내고 싶소.

글감과 끈기를 주소서.

덩달아 구독자도 붙여주소서.

다만 악플은 사절이오.

벤츠보단 괜찮지 않소?


제니스 조플린 앨범 [PEARL]


제니스 조플린 - <Mercedes Benz>


Oh Lord, won't you buy me a Mercedes Benz?
My friends all drive Porsches, I must make amends.
Worked hard all my lifetime, no help from my friends,
So Lord, won't you buy me a Mercedes Benz?

Oh Lord, won't you buy me a color TV?
Dialing For Dollars is trying to find me.
I wait for delivery each day until three,
So oh Lord, won't you buy me a color TV?

Oh Lord, won't you buy me a night on the town?
I'm counting on you, Lord, please don't let me down.
Prove that you love me and buy the next round,
Oh Lord, won't you buy me a night on the town?

Oh Lord, won't you buy me a Mercedes Benz?
My friends all drive Porsches, I must make amends,
Worked hard all my lifetime, no help from my friends,
So oh Lord, won't you buy me a Mercedes Benz?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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