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공권을 예매하고 호텔을 알아봐야 했다.
사실 여행의 준비는 항공권을 예매하고
호텔을 예약하면 다 한 것 아니던가.
젊은 시절,
그러니까 결혼하기 전에는
이 부분이 제일 신나는 파트였다.
그 지역에 있는 모든 호텔들을
싹 한번 스캔 한 후에
가격대를 대충 확인하고
내가 지불할 수 있다고 판단되는 가격대를
우선 결정한다.
만약에 호텔에 힘을 주는 여행이라면
조금 더 가격을 높이고
관광을 많이 할 예정이라면
호텔 대신 에어비앤비나
그 지역에 사는 한인들의 커뮤니티에 들어가서
단기 임대를 알아보기도 한다.
그리고 몇 개의 리스트를 선별한 후
구글맵으로 로드뷰까지 확인을 해보고
상상을 해본다.
어떤 장소까지 도보 가능한지,
주변에 어떤 상점이 있는지,
대중교통이랑 가까운지.
2013년도에
2주 정도 혼자 파리를 간 적이 있다.
그 당시에 혼자 파리에 간다고 했더니
다들 "너 테이큰 안 봤어? 안 무서워?"
라고 말하며 혀를 내둘렀지만
다행히 테이큰을 보지 않았다.
나중에 테이큰을 보고,
만약에 내가 테이큰을 봤다면
2013년도의 파리 여행은
존재하지 않았을 수도 있겠다고
잠시 생각해 보았다.
음. 아니다.
그래도 난 갔을 것 같다.
결혼하기 바로 직전에
혼자 가는 파리 여행이었기
때문에 숙소는 저렴한 곳을 고르기로 했다.
에어비앤비를 통해서
누군가의 집의 방하나에서
스테이할까도 생각했는데
긴 연휴였기 때문에
파리에 사는 한국인들이
한국으로 휴가를 오면서
단기 임대로 내놓는 집에서
다문 2주라도
마치 파리지앵처럼 살아보는 것도
괜찮은 것 같아서
한인 커뮤니티를 열심히 뒤졌다.
프랑스존이라는 한인 커뮤니티의
내 집 찾기 카테고리를
몇 날 며칠을 뒤졌다.
그러다 귀엽고 작은 빨간 자동차가 있는
merci와 피카소 박물관이 있는,
게이들과 유태인들이 많이 산다는,
마레 지구에서 스테이하기로 결정하고
파리에서 유학 중인
어떤 젊은 교수님의 집을
2주 동안 빌렸다.
엘리베이터가 없다는 이야기가
무슨 의미인지
가기 전에는 몰랐는데
도착하고 보니
100년쯤 된 건물이라
엘리베이터가 없으니
트렁크를 이고지고
올라가야 한다는 뜻이었다.
그 당시 빌린 스튜디오는 특이했다.
샤워실은 집안에 있었는데
변기가 외부에 있었다.
그러니까 볼일을 보고 싶으면
문을 열고 나가서
복도에 있는 화장실에서
봐야 한다는 것이었는데
그때는 지금처럼 신장이 늙지 않아서
화장실을 자주 가지 않아도 되었기 때문에
큰 문제는 사실 없었다.
그리고 그 작은 스튜디오에
Queen 사이즈의 침대가 있었고
나름의 거실이 있었고
TV가 있었고
냉장고가 있었고
심지어 테라스도 있었다.
나중에 알게 된 사실인데
내가 빌린 스튜디오가
100년 전쯤에는
하녀들이 사는 방이었다는 것이었다.
화장실은 없지만
테라스가 있는 꼭대기 층의 스튜디오는
사실은 옥탑방 아니
하녀방이었던 것이었다.
아침 일찍 나가서
밤에 잠만 자는 숙소였지만
주말에 테라스를 활짝 열고
마트에서 사 온 와인을 혼자 훌쩍일 때
건너편 루프트 탑
(어쩌면 다른 건물의 하녀방)에서
젊은 연인들과 친구들이
한 손에는 와인잔을 들고
다른 손에는 담배를 들고
대화하고 웃고 떠드는 모습을 구경할 때에는
마치 내가 파리에 살고 있는
파리지엥이 된 것 같은 착각마저 들었다.
저 때는 결혼 전이었으니
하녀방에서 스테이할 수 있었지.
그럼 아이와 둘이 가는 방콕은
어디서 스테이를 해야
잘했다고 소문이 날까.
일단 방콕 호텔들을
대충 한번 훑어보았다.
방콕에는 신상 호텔이
자주 나오기 때문에
긴 일정이라면
무조건 호텔을 옮겨 다녀야 한다는
글이 보였다.
내가 마지막으로 방콕에 갔을 때를
떠올려보았다.
그때는 신혼이었고
남편이랑 같이 가는 거여서
무조건 통러에서 스테이하기로 했지.
우리는 나는 클럽도 가야 했고
블루 엘리펀트에도 가야 했고
BTS를 타고 다닐 예정이었으니까.
그때 갔던 호텔을 검색해 보니
여전히 좋은 가격이었다.
하지만 일단 그쪽보다는
짜오프라야 강 라인으로
알아보기로 했다.
이건 이 여행의 시발점이 된
써니 투어 덕분이기도 했고
방콕에 자주 가는
우영이 오빠도 기여한 바가 있다.
둘 다 아이콘 시암 근처에서
스테이하는 게 좋다,
짜오프라야 강 근처에서
스테이하는 것이 좋다고
이야기해주었다.
똑 부러진 두 사람이
같은 이야기를 하면 그게 정답이지.
그래서 짜오프라야 강 근처에
스테이하기로 일단 결정을 하고
회사 임원분 중에
여행을 좀 아시는 분에게
"제가 이번에는
방콕을 가려고 하는데요..."라고 말을 걸었다.
[1. 18] 방콕 호텔?
[1. 18] 네네 애랑 둘이 7일 갈 거예요
[1. 18] 아 비싼데 갈꺼에여 아님 가성비?
[1. 18] 가성비요 ㅋㅋ 수영장 좋은 곳으로
[1. 18] 아 그러면은 가성비는 제가 전문이 아니라서 ㅋㅋㅋ 펑펑녀라 팀원들한테 좀 물어볼게요
평평녀가 뭔가 했는데
펑펑녀였구나.
펑펑녀 하셔도 되시죠.
비싼 데는 어딘데요?
여쭤봤더니 캠핀스키라고 하셨다.
[1. 18] 가성비 앞쪽에 두고 캠핀스키 하루 이틀 정도만
[1. 18] ㅋㅋㅋㅋ 어어 그렇게도 고민 중이요, 가성비 앞에 두고 캠핀스키하고?
[1. 18] 제가 호텔은 몇 개 물어볼게요, 우리 팀원들은 워낙 천차만별이라 일단 아이 동반 기준으로 가성비는
1) 이비스 2) 샹그릴라 3)두짓 요렇게 3개 받았고, 방콕도 신규 호텔이 많이 생기긴 했다고 하네요.
이렇게 대화를 하고 일이 바빴다.
더 알아볼 마음의 여유가 없었다.
써니 맘한테 물어봤더니
자기도 캠핀스키를 끝까지 고민했다고 했다.
그래?
써니 투어 가면서 써니가 갔던 호텔
안 가면 안 되니까,
그리고 추천받은 호텔 중에
써니가 갔던 샹그릴라가 있으니까
샹그릴라 3박 +
시암 캠핀스키 4박으로 하기로 결정하고
더 고민하지 않고 결제를 했다.
만약에 다시 저 시점으로 돌아가서
호텔을 골라야 한다면
샹그릴라 7박으로 했을 것 같다.
어쨌든 샹그릴라 호텔 방콕
조식 포함 916,292원,
시암 켐핀스키 호텔 방콕
조식 포함 1,958,112원
결제 완료.
이제 얼추 준비 다 했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