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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크리위 Apr 14. 2022

아기를 꽁꽁 싸매는 할머니들

아기 온도에 대한 세대 간 인식차이

저희 아가는 겨울에 태어났습니다. 그중에도 가장 추울 때인 1월 중순이었죠. 태어나고 입원실에 있다가 산후조리원에 있다가 2월이 되어서야 집으로 오게 되었습니다. 아이에게 쾌적한 공간을 제공하기 위해 가장 먼저 방 온도와 습도를 세팅했습니다. 겨울철 권장 온도 22~24도, 습도는 40~60 사이를 유지하라고 하더라고요. 때문에 저희 부부는 온도와 습도를 고루 체크해가며 난방을 올리기도, 환기를 시키기도 하며, 가습기도 위치를 이리저리 바뀌어가며 최적의 온도를 유지했습니다.


초반에는 약간의 시행착오도 있었던 것 같습니다. 아기를 좀 과도하게 따뜻하게 하고 지냈을 때는 바로 다음날 얼굴이 벌겋게 올라오면서 태열이 나는 것이었습니다. 초보 엄마 아빠는 걱정을 많이 했습니다. 그렇지만 다행히도 시간이 지나면서 자연스레 괜찮아 지곤 했습니다.


코로나 시대라서 그런지 저희 부모님, 아내의 부모님들이 아가를 처음 만난 건 아기가 태어나서 20일도 더 지난 뒤였습니다. 우리 집에 오셔서 마스크를 끼시고서는 멀찍이서 아가를 보시는데, 너무 작고 소중해서 어쩔 줄 몰라하시던 기억이 납니다. 그러고선 저희 어머니 건, 장모님이건 항상 아이를 따습게 하는 것에 굉장히 신경을 많이 쓰셨습니다.


"양말도 신겨라", "바지도 입혀야 한다", "아가가 감기 들면 큰일 난다" 하시며, 아이를 각종 속싸개, 이불 등으로 꽁꽁 싸매길 좋아하셨습니다. 어른들의 아가에 대한 걱정과 사랑이 느껴지곤 했습니다만 문제는 그렇게 어른들이 들렸다가 가신 뒤에는 어김없이 아가에게 태열이 올라오는 것이었습니다.


때문에 아내와 저는 속상해했습니다. 인터넷 육아를 신봉하는 저희 부부는 분명 가이드라인에 맞게 온습도를 잘 유지하면 아가가 감기도 안 걸릴 것이며, 태열도 안 올라오게 아기를 키울 수 있을 건데 하고 말이죠. 그래서 이후에 저희 부모님이 아가 춥다고 꽁꽁 싸맬 때마다 "엄마, 아기 지금 아주 쾌적한 온도입니다. 그거 꽁꽁 싸매면 또 더워서 태열 올라와요."하고 이야기를 했습니다만, 저희 어머니, 장모님 두 분 모두 아랑곳하지 않고 "아가 추워서 감기 걸리면 큰일 난다"하시며 여전히 아가를 이불 등으로 꽁꽁 싸매십니다.


사실 태열이 나는 것보다 감기 걸리는 것이 더 무서운 일일 것 같긴 합니다. 태열은 자연스럽게 가라앉는데 반해, 아가가 진짜 감기라도 걸리면 너무 힘들어하고 안쓰러울 것이 뻔하니깐요. 때문에 우리 할머니들은 겨울에는 아이를 꽁꽁 싸매야 한다는 경험이 깊이 각인되어 있는 것이 아닐까요. 여하튼 아가와 부모 모두 힘들지 않았으면 좋겠다는 마음이 근간에 있지 않을까 싶습니다.


날씨가 조금 따뜻해지나 싶더니 아침저녁으로는 쌀쌀하네요. 저희 부부도 아가가 혹 찬 바람을 맞지는 않을지 조금 더 꼼꼼히 살펴봐야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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