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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민재 Jun 23. 2018

*6. 레이캬비크가 좋은 이유

20170920


Reykjavík

 아이슬란드의 수도이며, 가장 번화한 도시이다. 아이슬란드의 총인구가 33만 명(329,040명, 2015년) 정도라고 하는데 그중 12만 명(121,822명, 2015년)이 레이캬비크에 산다. 인구의 1/3이 레이캬비크에 모여 사는 셈이다. 인구밀도로 436.5 명/km2이다. 이 숫자는 아주 촘촘하고 빽빽한 인상을 받을 수 있겠지만, 서울시의 인구밀도는 16,288 명/km2라고 하니, 서울에 사는 우리에겐 레이캬비크는 아주 고즈넉한 마을이다.

 레이캬비크가 좋은 이유 첫 번째한적한 도로라 운전하기가 굉장히 편하다. 유독 라운드 어바웃(회전교차로)이 많은 것을 제외하고는 특별한 것도 없다. 차로 작은 마을 구석구석을 돌아다니다 보니, 3일째부터는 레이캬비크 시내 안에서 네비를 끄고 돌아다닐 수 있게 되었다. 새로 구입한 유심의 데이터 사용을 줄여보려는 심산이었지만, 차도 많이 없고, 길 찾기가 어렵지 않은 덕분에 도로 환경에 금방 적응했다. 우물쭈물해도 좀처럼 경적소리가 울리지 않는 것도 한 몫한다.

 레이캬비크 여행자가 시내 주차 시스템에 대해 잘 알고 있다면 차량 이용이 더 쉬울 것이다. 시내 중심가에서 멀어 질수록 요금이 저렴한 유료 주차장(P1~P4)들의 위치를 파악하고, 주차 계량기에서 요금을 정산하는 방법이라던지 은행에서 주차 이용권을 구매하거나 범칙금을 수납하는 방법을 알고 있다면 말이다. 


 우리의 경우는 레이캬비크에서 사흘 정도만 짧게 머물 계획이고, 주차비도 만만치 않아 요령을 부려보았다. 무료로 간편하게 주차할 수 있는 공간은 없는지 찾아보았다. 그러다 좋은 곳을 알게 되었다. 바로 레이캬비크의 상징이자, 시내 중심부에 위치한 할그림스키르캬Hallgrímskirkja다. 

주상절리를 모티브로 건축했다고 한다

 긴 단어 중 키르캬, kirkja는 교회(church)를 뜻한다고 한다. 간혹 '할그림스키르캬교회'라고 부르는데 그럼 마치 '경복궁'을 'Gyeongbokgung Palace'라고 부르는 꼴이다. 우리말을 섞어 명칭 하자면 정확히는 '할그림스 교회'다. 예배가 없는 주중이면 이곳 주차장은 무료로 개방한다. 우리는 숙소에서 시내로 이동하면 교회 주차장에 차를 세워놓고 걸어 다녔다. 관광객이 많은 곳이긴 해도 주차장이 넓기 때문에 항상 쉽게 주차했다. 시내가 크지 않기 때문에 교회에 차를 세워놓고 돌아다녀도 충분히 가능하다.

 레이캬비크에서는(아마 아이슬란드 전역에서도) 할그림스 교회가 가장 높은 건물(75m)이라고 한다. 교회 입구에서는 가장 높은 첨탑에 올라갈 수 있는 티켓을 판매하는데, 교회를 중심으로 레이캬비크를 360도 내려다볼 수 있는 전망대가 있다. 레이캬비크의 집들은 이 곳 전망대에서 내려다보일 것을 미리 염두하고 집을 지은 것이 틀림없다. 아니라면 집을 지을 땐 반드시 옆 집과 어울리도록 만들어야 한다는 건축법 조항이 있지 않을까. 레이캬비크가 좋은 이유 두 번째, 햇빛 잘 드는 날이면 이런 기가 막힌 수채화를 파노라마로 마음껏 볼 수 있다. 낮에 느낀 감동 덕분에, 해가 지고 나서 한 번 더 올라갔다.

 레이캬비크가 좋은 세 번째 이유는 어느 집에서든 화장실 온수가 온천 수로 쏟아진다는 것이다. 좋은 점보다는 놀라운 점에 가깝다. 공중 화장실까지도 수도꼭지 레버를 한쪽 끝으로 돌리면 금방 아주 뜨거운 온천수가 쏟아져 금방 손을 빼내야 할 정도이다. 

svartsengi 지열 발전소 옆에 있는 지열 온천, 블루 라군

 아이슬란드는 지열 테크놀로지가 주요 수출품일 정도로 지열 에너지를 잘 활용하는 나라이다. 지하 깊이 흐르고 있는 뜨거운 물을 퍼올려 이렇게 온수를 공급할 뿐만 아니라 전력을 생산하고, 아스팔트 속에 온수 파이프를 묻어 폭설 속 도로 위 눈을 녹이고, 경작지 아래에도 매설하여 채소를 재배하기도 한다. 단, 화장실을 깨끗하게 청소해도 계란 구린내 같은 유황 냄새를 제거하지 못한다는 단점을 제외하면, 화산 활동은 레이캬비크에게 큰 선물이다.


 레이캬비크가 좋은 이유 네 번째는 아이들이 행복하다는 것이다. 우리가 묵는 숙소 침실에는 이 글을 쓰고 있는 책상 앞으로 큰 창문이 있다. 창 앞으로는 차 한 대 지나갈 수 있는 골목을 사이에 두고 초등학교가 있는데, 우리가 머무른 사흘 동안 항상, 학교 수업이 끝난 이후부터 저녁 늦게까지 공터에 남아 자기들만의 다양한 놀이로 시끄럽게 뛰어노는 아이들의 모습을 볼 수가 있었다. 천진난만한 소음은 낯선 이방인을 미소 짓게 하고 편안함마저 안겨 준다. 글쎄, 아이들이 행복한지는 직접 물어보지 못했지만, 늦은 시간까지 쉴 새 없이 까르르 넘어가는 아이들의 웃음소리는 한국의 또래들이 같은 늦은 저녁 시간, 다음 학원으로 이동하는 차 속에서 만드는 공기의 무게와는 확연히 다르다.

 여행지에 대한 판타지는 막상 여행을 시작하면서 약간의 흠집이 나기 마련이다. 그런데 지금 우리에게는 마시는 공기조차 감동적이다. 내가 살던 곳에는 없는 것들이 먼저 보이기 때문이 아닐까 담담하게 생각하며 흥분의 마음을 차분히 눌러본다. 링로드 여행을 출발하는 레이캬비크가 이 정도인데 마지막 날까지 이러면 어쩌지? 나도 모르게 새어 나오는 설렘과 기대는 어쩔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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