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이민재 Jan 27. 2021

회사를 만들고 단체티를 만들었습니다

코로나19로 퇴사한 이들의 도전, 사자가온다(주) 창업


 팬데믹으로 더 춥게 느껴지는 겨울. 무언가 새로운 시작을 하기에 좋은 시기는 아니지요. 하지만, 새순을 틔우기 위해 매서운 바람과 차가운 눈을 견디고 있는 나무처럼 퇴사 후 그동안의 시간, 하루하루 묵묵히 준비하고 있었습니다. 어찌 보면 전보다 더 많은 시간을 일에 몰두하고, 팀원들에 대한 책임감도 가지면서 말이죠.


1월 5일.

법인을 설립했습니다.

주식회사 사자가온다


 좀 특이하죠? 이름의 사연은 이렇습니다. 코로나 19로 퇴사하고 얼마 지나지 않은 여름, 퇴사한 동료들과 출판 스터디 프로젝트를 위해 팀명을 정하던 회의였습니다. 재인이를 무릎에 앉혀놓고 이야기를 하다가 칭얼거리는 아이를 달래기 위해 당시 제일 좋아하던 라이온킹 뮤지컬을 틀어줬습니다. 재생을 누르면 바로 들리는


 "나쯔곤야~!"

 순간 팀 명을 '나쯔곤야'로 지을까 이야기했습니다. 긴 고민에 지쳐, 순간 나온 농담이었습니다.  그런데 그 뜻을 찾아보니 왜 그렇게 호기롭게 불러야 하는 대목인지 알겠더군요. 아프리카 어느 부족의 말로, 바로 '정글을 호령할 사자가 올 것이다.'라는 뜻이었기 때문이죠. 이렇게 사명이 될 줄은 몰랐습니다.


'사자가 온다'


 저희가 도전하는 분야에서 최고가 되겠다는 포부를 담기에 충분했습니다. 현재의 상황을 유쾌하게 바라보고 싶은 마음은 독특한 문장형 이름을 만들게 했습니다. 이러한 팀명으로 여러 프로젝트들을 함께하다 보니 애정이 생겼습니다. 그러다 보니 CI_Corporate identity로 정하기까지 이르렀고요. 그동안 이 이름에서 참으로 다양한 저와 동료들의 모습을 발견했습니다.


 백수의 왕 사자, 뜻은 다르지만 일이 없던 백수들이었고 유튜브 채널명인 '퇴사자인더하우스'에서 부정적인 어감의 '퇴'자를 빼면 '사자'라는 글자가 등장하기도 합니다. 사자를 事者, 우리의 기대를 담아 '일하는 사람'이라는 의미로 만들어 볼 수도 있고요. 사자를 사짜라고 발음하여 specialist의 이미지를 그려볼 수도 있습니다. 아주 억지스럽지요. 재밌는 것은 주식회사의 (주)를 사자가온다 이름 뒤에 넣어야 합니다. 안 그러면 (주)사자가온다.. 주사를 심하게 부리는 사람이 온다라고 공포스럽게 해석될 여지가 있어서요.


 이제부터 이렇게 이 작명의 이유, 수만 가지를 찾아 떠납니다. 이 여정이 언제까지일지 모르겠습니다. 부디 허락된 시간이 아주 길었으면 좋겠습니다. 다행인 건 막 시작한 스타트업임에도 불구하고 법인 설립 전부터 준비하던 일들 덕분에 매출 성과가 있습니다. 정말 많은 분들이 주변에서 도와주셨습니다.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이미 법인 설립을 자축하는 여기까지의 글만으로 충분히 부끄럽지만, 이 기쁨을 더 많은 분들과 나누고 싶어 더 낯부끄러운 일 하나를 벌여보았습니다. 사자가온다(주)의 사무실은 아주 작은 공간이라 개업식을 하거나, 화분이나 다른 선물을 받을 수가 없습니다. 그래서..


 한정판(!)으로 법인 설립 기념 티셔츠를 제작해서 판매했습니다. 다소 발칙한 발상이지만, 회사를 설립하였다는 소식에 힘을 줄 수 있지 않을까 하는 마음이었습니다. 또 응원을 보내주신만큼 최소한 따뜻함을 드려보자는 취지였죠. 긴팔 맨투맨 티셔츠에 사자가온다(주)의 시작의 이야기를 유쾌하게 담았습니다. 비즈니스 모델에 패션 사업은 따로 구상하지 않았는데, 많은 분들이 축하해주시고 좋아해 주셔서 업종에 넣어야 하는 고민 을 아주 잠시 해봤습니다. 


 색은 검은색입니다. 때가 타지 않습니다. 떡볶이를 먹다가 흘려도 많이 티 나지 않습니다. 이것만으로도 엄청난 기능성 티셔츠입니다. 전 여름이 올 때까지 당분간 이 티셔츠만 입고 다닐 생각입니다. 이제 하의로만 멋을 부려봐야겠네요. 주커버그도 울고 갈 삶의 루틴을 줄 옷이 되길 바라면서.

 티셔츠 앞면에는 저희의 로고가 있습니다. 책장을 넘기는 장면이 보이기도하고 일출의 순간으로 느껴지기도 하는 로고입니다. 또 사냥을 위해 수풀에 엎드려 얼굴이 반쯤 보이는 사자를 그린 그림이기도 합니다. 뒷면에는 저희의 포부가 담겨있습니다. 직접 일러스트 작업한 이 귀엽고 앙증맞은 그래픽 때문에 적어도 잠옷으로 전락하지는 않을 것 같습니다.


"Nants Ingonyama" in The Lion King, means here comes the lion who will become the king. Sajagaonda will be the best in challenging fields. Please support my goal by wearing this t-shirt.


 저희의 이야기를 축약해 넣었습니다. 누군가 뒤에서 읽지 않을까 불편하실 수 있을 것 같아, 특별히 영문으로 넣었습니다. “이 티셔츠를 입어주신 분들은 저희의 앞날을 응원해주신 분들입니다.”라는 말도 잊지 않았습니다. 티셔츠의 소장 가치가 높아지도록 수많은 챌린지들을 잘 해내 보려합니다. 


 잘 되길 빌어주세요. 여정의 시작부터 두 번째 티셔츠 제작을 꿈꾸고 있는데요. 다음 기념 티셔츠의 이야기가 폐업 신고 에피소드가 아니길 간절히 바라봅니다. 더불어 사업과 인생에 대한 따갑고 따뜻한 가르침 부탁드립니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