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테일을 추구하는 고달픈 일
최대한 동정을 이끌어내... 아니, 페이소스에 유쾌함을 담으면서.. 많은 분들께 ‘사자가온다’라는 사명을 각인시켜드리고 싶었어요. 저희의 이야기도 콘텐츠화시킨다는 포부까지 담아서요. 멋진 구색입니다. 그런데 그 쿨내에서 소금기가 느껴지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기념티셔츠 프로젝트는 세계 최초 개인 인공위성을 쏘아 올린 망원동에 사는 송호준 작가를 모티브로 삼고 있습니다. 송호준 작가는 '누구나 원하면 인공위성을 쏠 수 있다'를 증명하기 위해 공개된 인공위성 만드는 방법을 공부했고, 실행에 필요한 자금을 마련했습니다. 목표 금액은 발사를 위한 비용 1억 원. 그리고 그가 처음 크라우드펀딩으로 모은돈 고작 3,136,000원. 부족한 금액을 채우기 위해 티셔츠를 팔기 시작합니다. 10,000장을 팔아 필요한 자금을 모으겠다는 계획이었습니다.
모두가 못한다고 하지만 스스로가 원하면 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고 싶었다
결국 송호준 작가는 인공위성을 쏘아 올립니다. 티셔츠 10,000장 팔겠다는 의지가 이 프로젝트를 성공시킨 것입니다. 저희도 마찬가지입니다. '제작한 티셔츠 한 장 팔지 못한다면, 앞으로 무슨 사업을 할 수 있겠는가.' 라는 자기 각오였습니다. 스스로를 시험대에 세운 프로젝트이기도 합니다. 누구는 장난스러운 접근이라 바라볼 것 입니다. 하지만 이 티셔츠 판매가 우리의 원대한 목표를 달성하기 위한 첫 발걸음으로 여기며 아주 진지하게 임하고 있습니다. 물론 제 분수를 알아서 티셔츠를 몇 장 뽑지는 않을 계획입니다. 법인 계좌에 잔고도 잘 알고 있기 때문입니다.
송호준 작가의 프로젝트와 다른 부분이 있습니다. 예술은 그 자체로만으로도 시도와 결과에 의미가 있다 하겠지만, 사업은 성과가 없으면 실패입니다. 반응을 이끌어내지 못하는 기획은, '배우는 기회로 삼았다'라는 초라한 변명 밖에 남기질 못합니다. 많은 분들로부터 재미와 공감을 만들어 내는 기획들을 위해서는 이 프로젝트부터 그렇게 만들어야합니다. 한 사람이라도 그냥 지나치지 않게 하려면 많은 생각과 의미를 담을 수밖에 없습니다. 그것을 철학이라고 합니다. 아래는 사자가온다(주)의 사업철학입니다.
배움의 즐거움으로 개인과 사회를 성장시키는 회사를 만듭니다. 끊임없이 정진하고, 연대하며, 새로운 것을 도모합니다.
당면한 문제를 철학의 관점에서 해결책을 모색하는 일이 기획이라 생각합니다. 교육을 주제로하는 콘텐츠 스타트업이다보니 기획에 더욱 '디테일'에 집착해야 한다고 믿고 있습니다. 거기에서 출발했기 때문에 교재와 도서들이 다행히 좋은 평을 얻고 있고, 우리의 메시지를 담은 글과 영상들이 뉴스에 방영되었다고 생각합니다. 사람들이 반응하는 콘텐츠. 사업체의 대표로서, 그리고 기획자로서 꽤 행복한 경험입니다.
"악마는 디테일에 있다"
생존을 위해 24시간 정신 차릴 시간 없는 스타트업임에도 불구하고 주력 사업과 관계없는 이 기념티셔츠 만드는 일에 온 힘을 쓰고 있는 것도 그 '디테일'을 향한 믿음에서 시작되었습니다. 함께 시작하는 멤버가 다섯 명이니 동물을 다섯 마리 등장하게 하는 것도, 브랜드 컬러를 출판을 의미하는 CMYK로 설정한 것도, 사랑하는 딸, 재인이의 애창곡을 회사 이름으로 정한 것도 마찬가지고요.
누구도 알아주지 않을 수도 있는 디테일을 잡고 늘어지는 것은 정말 고달픕니다. 잠을 자기 전까지 하던 고민을 꿈에 이어서 하는 것은 예삿 일이고, 번뜩임에 눈이 저절로 떠질 때도 하루 이틀이 아닙니다. 재미있는 기획을 오래오래 하려면 어쩔 수 없습니다. 기념 티셔츠 프로젝트로 팀원들을 쥐어짜며 어제보다 더 피곤하고 예민한 회사를 만들었습니다. 기획의 요소는 티셔츠에만 있는 것이 아닙니다. 이 글에도 가득하니 꼭 발견해주세요. 참고로 이 글은 <기획자로 살고 싶다>라는 포부를 담은 것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티셔츠 판매 독려의 글>로 쓴 글이었습니다.
https://smartstore.naver.com/sjgod/products/5357486296(종료된 프로젝트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