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1103
2호선으로 7년째 출근하고 있다. 신림선이 개통된 후 한동안 장난감 같은 경전철 타는 재미가 있었는데 굳이 서울대입구를 거치지 않아도 각 호선 너머로 넘어갈 수 있고, 동네 버스보다 늦게까지 다녀 막차를 낙낙하게 잡고 술을 마실 수 있다. 개통 전에는 서울대입구 인근 소상공인들이 상권이 무너질 것을 우려해 개통 반대 플랜카드를 걸었다. 오가며 신림선이 지어지는 과정과 거점을 지나는 유동 인구 흐름에 따라 상권이 변하는 것을 보았고, 역 하나가 지어짐으로써 필연처럼 맞물리는 요소들이 흥미로웠다. 2호선은 모든 호선을 통틀어 이용 인구가 탑티어에 들 것이다. 출근 시간대 신림-잠실 외선 순환행을 몇 년간 타면 온순하던 사람도 인간 혐오에 빠지고 일상에서 잘 볼 수 없는 싸움박질과 도시락통의 밥알처럼 껴서 타 가벼운 호흡곤란, 이따금 기절하는 컨디션 난조의 직장인도 볼 수 있다. 생업을 위해 전장으로 향하는 무수한 이들을 채우고 2호선은 같은 자리를 뱅글뱅글 꼬리를 물며 돈다. 모두가 모르는 사람들이지만 같은 공간을 일시적으로 공유하며 비슷한 목적을 지닌다.
251104
성실함은 뛰어난 재능이다. 물론 성실함을 칭찬하는 주체에 따라 욕이 될 수도 있는데, 예를 들어 내가 기피하는 부류인 '목소리만 커서 집단의 분위기를 몰아가고 드러나는 일에 치중하는' 인간이 진선 님은 참 성실하다고 했을 때 욕임을 알아듣고 환하게 웃었다. 살아남기 위해 남보다 뛰어나야 하고, 각박하며 혼란한 세상 속에서 진득하니 성실한 행위는 미련함이지 장점이 아니란 걸 누구보다 잘 안다. 아는 것과 선호하는 삶의 방향이 늘 일치하진 않는데, 나는 얄궂은 꾀를 써서 지름길로 빠지거나 행위의 실제 결과보다 드러남을 어필하는 삶을 살지 않기로 옛적에 선택했다. 결과가 늘 마이너스인데 원인을 고찰하지 않고 끝없이 들이파는 건 미련함일 수 있으나, 하루를 빼곡하니 채우고 얕은수를 쓰지 않으며 정공법으로 가는 루트를 누가 뭐라 할 수 있을까. 인풋 대비 재기 발랄한 아웃풋이 늘 잘 나오는 삶은 언젠가 밑천에 발목이 붙잡힐 것, 그런 신념. 성실함은 타고난 재능이다. 거북이 같은 나는 성실한 사람을 알아보면 살곰 살곰 다가가 옆에 앉는다. 당신들이 잘 살았으면 좋겠어, 너의 속도대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