잔술과 만원짜리 술

가격이 술맛을 좌우하기도 한다

by 타짜의 클리닉

잔술을 마셔본 기억이 있다. 재수할 때 시장의 좌판에선 잔술을 마실 수 있었다. 물론, 포장마차 술집에서도 잔술을 팔았다. 가격까지는 기억나지 않지만, 가치담배를 팔던 시절보다 잔술을 파는 집은 늦게까지 있었던 거 같다.



지금도 막걸리를 잔술로 파는 식당은 간간 있다. 그때 나는 기어코 빠지지 않는다. 잔술이 보태지면 뭘 먹어도 더 맛있다. 낙지볶음에도 동태탕에도 심지어 돌짜장에도 맛있다.



소주 한병을 잔에 따르면 7잔쯤 나온다. 한 병은 5천원이니 잔술은 700원쯤이다. 하지만, 따버린 병의 잔여 술을 버릴 수도 있으니 잔에 천원을 받는다. 시켜도 그만, 안 시켜도 그만이다. “우리집은 맛있게 드시라고 잔술 한잔도 팔아요”면 된다. 그걸로 이익을 챙기자는 뜻이 아니라는 점, 다시 밝힌다.



소주는 5천원이다. 4병을 마시면 2만원이다. 마트 판매가 만원짜리 술을 2만원에 2병을 마신다면 손님은 어떨까? 소주를 마트에서 사면 천 얼마다. 그런데 식당에서는 5천원을 기꺼이 쓴다. 화요를 마트에서 사면 만원 안팎이다. 2만5천원이라 표시된 식당에서는 잘 사먹지 않는다. 3천 얼마는 더 줄 수 있는데 만5천원은 더 주려니 아까워서다.



쎈300이라는 사케가 있다. 마트에서도 흔하게 파는 술은 아니다. 하지만 검색하면 나온다. 3천원 초반대로 나온다. 식당에서 만원쯤 받는다. 소주 2병 값이지만 사케라서 만원을 주고 마신다. 일본에서 물 건너온 술이라는 생각에 더 주고 마신다.



가격을 15,000원으로 고치고 1병을 시키면 2병을 주는 거다. 15,000원을 받았기에 2병을 줘도 원가는 7천원이 되지 않는다. 8천 얼마가 남는다. 소주 2병을 마시는 손님보다 더 남는다.


소주를 2병 마신 손님의 만족도와 쎈300을 2병 마신 손님의 만족도는 다르다. 첫째는 일본술을 마셨다는 다름이고, 둘째는 쎈300은 어딜 가도 만원은 받기 때문에 2병을 마시면 5천원을 이득봤다고 느껴진다. 2만원을 줘야 하는데 15,000원에 2병을 마셨으니 이득이라는 계산탓이다.



그래서 내가 만드는 식당엔 소주와 맥주 말고 10가지 종류의 술이 있다. 화요와 일품진로도 잘 나간다. 37,000원에 2병을 주기 때문이다. 이강주도, 서울의 밤도 1병을 시키면 2병을 준다. 사입가격이 얼마건 2병을 주고도 만원에서 만오천원이 남게끔 계산을 짠다. 그래야 손님도 이해하기 때문이다.



3만원에 마시는 일품진로를 7천원 더 내면 2병이니 손님의 머리는 2만원 넘게가 이득이다라고 알려준다. 소주 2병을 마시면 만원인데, 37,000원에 일품진로를 시키는 것이다. 물론 열에 아홉이 그러진 않는다. 열에 한둘이 그런다.



그런데 신기한 것은 전염이다. 열 개의 테이블에서 한두팀이 그런 술을 시키면 나머지 테이블도 흉내를 낸다. 하다못해 오늘은 소주를 마시더라도, 다음엔 일품진로를 먹겠다는 다짐이 생긴다. 물론, 그것도 열에 한둘 뿐이다.



하지만, 습관은 무섭다. 그렇게 1+1로 마시는 술이 습관이 들면, 그렇게 주는 집은 우리뿐이니 다른 집을 거르게 된다. 이게 바로 내가 말하고 싶은 술값 마케팅이다.



술을 팔아서 남기는 것도 중요하지만, 술로 맛있는 식사 자리가 되게 하는 것도 의미 있다는 말이다. 자장면 한그릇만 먹는 것보다 반주 한잔이 곁들여지면 더 맛있다는 걸 애써 부인할 필요 없다.



음식은 주방의 손이 필요하다. 술은 그럴 일이 없다. 음식으로 감동을 주려면 솜씨와 수고가 필요하지만, 술은 비쌀수록 감동?을 주기 좋다. 1+1 덕분에 비싼 술을 마시게 해줬다고 고마워하는 손님이 술꾼이라서지만, 술꾼도 손님이다. 내 식당에 귀한 손님이다. 그것도 비싼 술을 거침없이 사주는 VIP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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