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온그림 Aug 30. 2018

#6. 부끄럽지 않은 엄마가 되어줄게

느리지만 한발자국씩 앞으로, 그림이맘 이야기



왜 울었을까..

자그마한 아이 말에 왜 바보처럼 눈물만 흘리니..

나에게 물었다.     



그 물음에 묻고 물으며 알게 되었다.

나도 자그마한 아이와 같은 사람이었다는 것을.     



불과 몇 달 전까지 그림이와 같이 산만하게 뛰어다니고

소리지르는 아이를 보며 생각했다     




버릇없는 아이.

예의를 모르는 아이.

바보같은 아이.     



그리고 하나 더

애 엄마는 애 교육 안 시키고 뭐하나          




이것이 딱 내 시선이었음을 깨닫게 된 순간

감출 수 없는 부끄러움과 수치심이 나를 뒤덮었다.

동시에 아이에 대한 죄책감이 또 다시 밀려와 그 자리에 털썩 주저앉고 말았다.

그동안의 잘못된 내 생각과 행동의 죄들이 한꺼번에 아이에게 돌아간 것 같은 죄책감에..

이내 내 몸은 지탱하던 팔마저 힘을 잃고 쓰러져 바닥에 엎드러졌다

모든 시선이 차단되어 주변이 깜깜해지자 나는 그제서야 소리내어 울기 시작했다

가슴이 너무 아팠다가슴이..

숨이 쉬어지지 않을 만큼 가슴이 막혔다.          



나는 며칠을 그렇게 살았다     


누구를 만나지도 않았고마주할 수도 없었다.  

말하고 싶지 않았고말할 용기가 나지 않았다.     



그렇게 얼마나 시간이 지났을까.

내 감정을 돌보느라 여념이 없다가 그림이를 보게 되었다     



내가 우울함에 빠져있던 시간만큼 아이는 이전보다 더 안좋아지고 있다는 것을 느꼈다

미안하다면서 나는 계속 아이에게 미안할 일을 만들고 있었던 것이 아닌가.

그제서야 정신이 들었다

내가 아니라 아이를 바라보았을 때.     



더 이상 아이에게 미안해하지 말아야지..’

콧물 질질 흘리는 어린 아이 눈에 바보처럼 보이는 그림이가

바보가 아니라는 것을 정확하게 말할 수 있는 엄마가 되어야지.’     



그림이를 물끄러미 바라보며 다시 한번 다짐했다.     



너에게 부끄럽지 않은 엄마가 될게.”     



또 내가 지켜야 할 것이 하나 더 있지 아니한가

곧 태어날 둘째아이를 위해 나도그림이도 세상으로 한 발짝 나아가야만 한다.

더 강해져야 한다.     



그때부터 둘째아이가 태어나는 날을 기준으로 

그림이를 고칠 수 있는 계획을 열심히 세웠다.     



첫번째 계획은 치료를 받기 위해 복지관을 가는 것이었다     



복지관으로 가는 동안 무언가 될 수 있을거란 희망을 잡은 것 같았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아이의 손을 잡고 복지관 입구에 들어서는 순간

무채색 건물 앞에서 다시 내 불안감이 일어났다     



아이와 잡은 손에 땀이 묻어났다     

낯선 곳이라서 그런가.  

긴장해서 그런가.

편견 때문인가.     



하지만 나는 다시 용기를 내어 복지관 현관으로 발을 내딛었다.       



순간 기분 나쁜 소리가 내 귀를 스쳤고소독약 냄새가 코를 자극시키며 

내 마음 한쪽 구석에 있던 두려움이 요동치기 시작했다.     






작가의 이전글 #5. 엄마가 미안해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