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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마음의 고고학 May 30. 2023

20대 때, 마음의 풍경

내 정서의 팔할은, 출처 없는 그리움이 아닐까 싶다. 


아늑한 그리움,


까닭 모를 슬픔이 항상 마음 속 언저리에 놓여 있다. 


사랑하지 않음에도, 이별한 것만 같고


가슴 시린 무엇인가 내 마음 속 깊은 서랍 안에 숨겨져 있는 듯하다. 


어떤 누군가를 사랑하고 싶어서도 아니고, 


사랑에 목마른 것도 아닌데,


그저 슬픔이 익숙하고, 슬프고 싶은 아이러니. 


20대 대부분을 이런 까닭없는 그리움 속에 헤맸던 것 같다. 


어쩌면 방황일 수도 있고, 아니면 길을 잃은 것일 수도 있지만,


구체적이지 않고 뚜렷하지 않은 이 그리움은 역설적으로 내게 참 많은 위로를 준 듯하다. 


괜시리 또래 남자 애들이나 동료들이랑 같이 무리지어 다니면,


나 자신을 잃는 것 같아, 그들과 거리를 두고, 


홀로 외로움을 자처하며, 


그 까닭없는 그리움의 발자취를 찾으려 담담히 내면 안에 집중하던 그때..


20대의 나는 그 공허감과 결핍이 좋았던 듯하다. 


특별히 누구를 사랑한 것도 아니면서, 내 안에 어떤 이상적인 사랑의 모습을 그리며,


혼자 그리워하고 아파하던 날들. 


여름이면, 책 몇 권과 시집 몇 권 들고


광화문과 종로 일대를 돌아다니면서,


혼자 우수에 차서, 표류하듯 독서하던 그 순간들이 참 그립다. 


교우 관계도 좁은 편이라, 어느 누구에게도 연락 올 데가 없음에도, 누군가에게 연락이 왔으면 하는 그 묘한 감정들 속에서, 헤매던 순간들?


책을 많이 읽으면, 성숙해져서, 마음이 평화로워질거라는 어떤 막연한 기대가 있어서,

늘 설레는 마음으로 동네 도서관에 가던 날들?


그땐 계절의 변화에도 민감했고, 자연의 변화 속에서 오감도 살아있던 듯하다. 


30대 중반을 향해 가는 지금은 많이 무뎌졌다. 


로마 생활이 그리 녹록치 않은 것도 있지만, 


여러모로 삶을 대하는 태도가 많이 바뀐 듯하다. 


그래도 나이 먹는게 즐겁다. 항상 우수에 젖어 불안을 병적으로 즐겼던? 20대 때의 우수꽝스러웠던 그 모습들에 비해서, 지금은 마음이 많이 평온해졌고, 사람에 대해서나 세상에 대한 생각과 관점이 균형감이 잘 잡힌 듯한 느낌. 


항상 외줄타는 느낌이 들었던 그 20대가 그립다. 

지금 돌이켜보면, 그리 책임지지 않고, 무겁게 살지 않았어도 됐지만,

그래도 뭔가 그 순수함 속에서, 방황하던 그때가 너무 그립다.

표류하던 그 순간,

내가 지워지는 듯한 느낌

그럼에도 다시 헤엄쳐서 내게 돌아와, 내가 나를 감당하지 못 했던 그 아득한 순간들. 

그땐 다 큰 줄 알았지. 서툴게 내 마음을 보여주고, 이해 받고 싶어했던 엉뚱했던 순간들. 


함께 하면서도, 늘 외로웠고, 

사랑하면서도, 이게 정말 사랑인가 의아했던 그 순간들이 너무나도 그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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