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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속이 복잡한 영웅들

#7

by 레빗구미



어둠 속에서 혼란스러운 두 개의 자아


배트맨은 늘 어둠 속에 머무르는 캐릭터다. 박쥐를 모티브로 만든 그의 의상도 그렇고 그가 악당을 처치하는 순간에도 어둠을 잘 활용한다. 그가 악당을 물리치고 권선징악을 하는 모습이 꽤나 매력적으로 보이는 게 사실이다. 또한 그는 부자다 그늘 속에 숨어서 영웅적인 행동을 하지만 그것을 밝은 곳에서 드러내지 않는다. 그는 현실에서는 브루스 웨인이라는 부잣집 도련님의 정체성을 가지고 있다. 그래서 그가 하는 행동은 사람들에게 주목받는다. 얼핏 보면 아무 고민 없어 보이는 브루스 웨인은 사실 마음속에 깊은 어둠을 숨기고 있는 인물이다.


어쩌면 브루스 웨인과 배트맨이라는 두 개의 자아 모두 어둠 속에서 혼란을 겪는 중일지도 모른다. 브루스 웨인은 그가 가진 재산과 이미지로 무엇을 해야 할지 아직 결정하지 못했다. 그가 그의 진짜 자아를 숨기고 사회의 악을 제거하기로 한 행동은 배트맨이라는 또 다른 자아가 하는 일이다. 하지만 배트맨이 어둠을 이용해서 하는 모든 일은 사실 어떤 방향으로 가야 할지 몰라 갈팡질팡한다. 누가 배트맨에 대한 영화를 연출하든, 브루스 웨인과 배트맨은 늘 어둠 속에서 자신이 감당해야 하는 혼란을 겪고 있다. 막대한 재산이 얼핏 안정감을 주는 것 같이 보이지만 그의 내면은 늘 좋은 사회를 만드는 길을 찾고 그만의 안정을 찾느라 분주했다.


배트맨은 여러 번 영화화된 적이 있다. 가장 먼저 유명해진 건 팀 버튼이 연출한 <배트맨> 1편과 2편일 것이다. 조커를 비롯하여, 펭귄과 캣우먼이 등장하는데, 팀 버튼의 배트맨에 등장하는 악당캐릭터는 좀 더 팀 버튼 작품의 세계관에 등장했던 조금은 이상해보이는 캐릭터들과 가까운 이미지였고, 마이클 키튼의 배트맨은 전형적인 영웅이라기보다는 무언가 어두운 분위기를 가진 유형이었다. 배트맨의 이미지뿐 아니라 악당들의 이미지가 좀 더 돋보였고, 좀 더 사회적인 문제나 사람들의 심리에 관심을 기울였던 시리즈였다. 반면 크리스토퍼 놀란의 <다크나이트> 시리즈는 좀 더 브루스 웨인의 과거사와 심리에 중점을 둔다. 여기에 '영웅'이란 어떤 역할을 해야 하는지, 어떤 방식으로 악을 벌해야 하는지, 그리고 사회 시스템에 속하지 않은 배트맨 자신이 언제까지 영웅역할을 해야 하는지에 대한 문제의식을 끊임없이 던진다. 특히나 예측불가능한 악당으로 등장하는 조커는 여러 가지 사회적인 질문을 테러를 통해 던지면서 배트맨의 행동이 과연 옳은 것인지, 정의란 무엇인지를 고민하게 만들었다.


이후에 배트맨은 잠시 DC 코믹스의 다른 영웅들과 함께 한다. 슈퍼맨과 원더우먼 같은 유명한 영웅과 함께 할 때는 조금은 유약해 보이고 어리숙한 느낌이 들게 했다. 아마도 그래서 많은 사람들이 벤 애플렉이 연기한 배트맨의 외적인 모습에는 만족했지만 다른 면에서는 전혀 만족하지 못한 것 같다. 가장 최근에 나온 영화는 맷 리브스 감독이 바로 <더 배트맨>이다. 여기에서 가장 큰 악당은 '리들러'다. 시종일관 질문을 던지는 그는 배트맨을 향한 편지를 여러 번 보낸다. 로버트 패틴슨이 맡은 현재의 배트맨은 좀 더 어리숙해 보이고 우울해 보인다. 배트맨이라는 것 자체를 시작한 지 얼마 안 되는 영웅의 모습과 그가 가진 분노와 복수라는 감정이 이번 영화에서 주요 주제가 된다.


사실 배트맨이 등장하는 모든 시리즈에서 배트맨에게는 밝은 모습이 거의 드러나지 않는다. 그는 늘 어둠 속에서 도심을 바라보고, 악당을 찾아내 응징한다. 그리고 그는 사회 시스템 안에서 정의 구현이 되길 바라기 때문에 늘 경찰에게 악당을 전달한다. 하지만 그의 자경 행위 자체가 불법이기 때문에 늘 적정한 선이 어디인지를 고민할 수밖에 없다. 고아로 자란 브루스 웨인에겐 부모님을 죽인 사람에 대한 분노가 따라온다. 자경단을 하면서 그 분노는 아무리 조절해도 따라올 수밖에 없다. 이번 <더 배트맨>에서는 그가 미처 깨닫지 못한 '분노'가 나타난다. 그래서 영화를 다 보고 나면 전체 이야기는 '리들러'의 수수께끼 안에서 브루스 웨인 또는 배트맨의 숨겨진 분노를 찾는 과정으로 보인다. 그리고 캣 우먼인 셀리나 카일과의 서사가 더해지면서 그 분노를 어떤 방식으로 해결해야 하는지 방향까지 보여주게 된다.


영화에는 팔코네와 펭귄 등 다양한 악당이 같이 등장한다. 배트맨이 리들러가 누군지를 찾는 과정을 보여주면서 다른 악당들을 이용하거나 잡아내게 되는데, 결국에 이 모든 것은 리들러가 만든 수수께끼 안에서 벌어진다. 그러니까 리들러의 거대한 서사 밑에 배트맨이 들어가 자신만의 서사로 깨부수는 이야기가 새로운 배트맨 영화에 담긴 것이다. 이번 새로운 배트맨의 서사에서 중심이 되는 건 '분노'다. 그리고 어리숙하고 젊어 보이는 브루스 웨인의 성장 이야기가 덧붙여져 있다. 꽉 채운 세 시간이라는 긴 영화가 군더더기 없이 느껴지는 건 모든 인물이 영화의 서사에서 필요했고, 그 인물들을 적절하게 배치하여 써먹었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과거 시리즈에 비해 브루스 웨인과 배트맨의 자아에 대한 고민이 더 깊어졌다는 것이 눈길을 끈다. 팀버튼의 영화가 '혼란', 크리스토퍼 놀란의 영화가 '정의'에 대한 고민이 담겼다면, 맷 리브스의 영화에는 '분노'에 대한 고민이 강조되어 있다. <더 배트맨> 속 배트맨의 다음 고민과 성장이 더 보고 싶다.






나를 위로했던 영웅


대학교 시절은 그렇게 즐겁지만은 않았다. 말이 없고 소심한 성격이었던 터라 새로운 사람, 새로운 환경에서 적응하지 못했다. 따뜻한 봄바람과 이쁜 새싹들이 세상 밖으로 다시 빼꼼히 나올 때도 내 마음은 여전히 겨울이었다. 춘천에서 대학생활을 했었는데, 대학교 초기 시절은 서둘러 그곳을 벗어나고 싶었다. 서울과 춘천을 오가던 시절, 지금은 추억이 되어버린 경춘선 기차를 타던 기억은 그래도 꽤 괜찮은 기억이다. 가수 김현철의 ‘춘천 가는 기차’를 듣고 흥얼거리며, 멍하니 앉아 창밖을 보다 보면 기차는 어느덧 종착역인 청량리역에 도착해 있었다. 그렇게 멍하니 음악을 들으며 창밖을 보던 시간은 꽤나 조용하고 편안한 순간이었다. 자취를 했지만, 주말에는 거의 서울로 올라갔다. 그렇게 2년을 보내고 나니 어느덧 군대를 가야 할 시간이 다가오고 있었는데, 그즈음 언젠가 영화 <스파이더맨> 1편을 만났다.


영화라는 것이 과연 개인의 삶이 영향을 얼마나 줄 수 있을까. 삶을 바꿀 수는 없더라도 어느 순간 많은 위로가 되어 줄 수는 있을 것이다. 가장 친한 친구와 극장에 가서 <스파이더맨> 티켓을 끊을 때만 해도 그저 그런 액션 영화를 기대하고 갔었다. 그런데 그 영화를 보는 내내 완전히 빠져들었다. 친구와 나란히 앉아 영화의 모든 순간에 감탄사를 내뱉으며 그 영화를 즐겼다. 슬로 모션으로 진행되는 멋진 스파이더맨의 액션, 스파이더캠으로 처음 촬영한 활공액션, 그리고 마음을 움직이는 인물들 간의 드라마까지 많은 부분이 마음에 콕 박혔던 영화다. 나 자신도 만족했지만, 그때 영화를 보고 나오던 순간 친구의 표정을 잊을 수가 없다. 영화에 너무나 만족한 나머지 기분이 좋아 입꼬리가 눈꼬리까지 올라가는 듯 보였던 친구의 얼굴이 내 머릿속에 인장처럼 박혀있다.


대부분의 사람들에게 <스파이더맨> 시리즈는 영웅 액션 장르로만 기억된다. 아마 이 시리즈가 인생 영화라고 말하는 사람들은 거의 없을 것이다. 최근 유행하고 있는 마블이나 DC의 영웅 영화들이 대중들에게 친숙하지 않았던 2000년대 초는 아날로그 액션에서 디지털 액션으로 넘어가는 과도기였다. 그 시기 <매트릭스> 시리즈 같은 현란한 그래픽과 신기술의 영화들이 많이 유행했다. <스파이더맨>은 그 영화 기술이 발전하던 때에 만들어졌다. 샘레이미 감독이 새롭게 창조한 스파이더맨은 10대의 피터파커가 성장하는 과정을 다룬다. 그래서 사춘기 시절 학교 생활이나, 짝사랑, 반항 등이 세밀하게 다루어진다. 어쩌면 그 시절 나의 상황이 이 영화에 빠져들 수밖에 없게 만든 것인지 모른다. 10대의 피터 파커에 완전히 동감하면서 어떤 장면에선 그 캐릭터가 나라고 생각했던 것 같다. 피터의 소심한 모습, 주변 친구들과 잘 어울리지 못하는 모습, 사랑에 서투른 모습 등 그가 가지고 있는 온갖 못난 것들이 마치 나 자신을 보는 것 같았다. 그런 동질감 때문에 샘 레이미의 <스파이더맨> 시리즈는 아마도 나에게는 인생영화로 기억되는 것 같다.


<스파이더맨> 1편이 재미있었던 영화였지만 몇 년 후 2편이 나왔을 때, 나는 그 영화에 특히 더 많은 위로를 받았다. 군대를 제대하고 학교생활에 적응할 무렵, 엄청난 기대를 하고 본 <스파이더맨 2>는 액션 영화라기보다 성장영화에 더 무게추를 기울인 것처럼 보였다. 특별한 능력을 가지게 된 피터는 뉴욕에서 자취를 하며 생활비가 모자라 늘 알바를 하지만 매달 나가는 돈을 채우기엔 모자라기만 하다. 자신의 능력 때문에 남을 돕지만, 그 자신은 현실에서 도움을 받지 못한다. 그리고 가장 친한 친구는 그가 몰래 하는 활동에 대해 굉장한 불만을 가지고 있고 친구 사이도 점점 멀어져만 간다. 자신이 정말 사랑한다고 믿는 단 한 사람. 메리 제인 왓슨. 영화 초반 메리 제인의 포스터로 가득한 벽을 흘끔거리며 지나가는 피터의 모습은 잔뜩 움츠려 들고 자신 없는 모습이다. 자신이 해야만 되는 일과, 하고 싶은 일 사이에서 갈등하며, 사랑과 안전 사이에서 고민하는 피터의 모습은 여러모로 우울하기만 했던 대학교 시절의 내 모습을 그대로 투영할 수 있었다.


피터는 왜 그렇게 힘들게 살아야 했을까. 그리고 나는 왜 그 모습에 강한 동질감을 느꼈던 걸까. <스파이더맨 2>는 대학시절 우울할 때 한 번씩 보게 된 영화다. 외롭거나 우울할 때 이 자취방에 앉아서 이 영화를 봤다. 그래서 이 영화를 수십 번이나 틀어봤고, DVD를 구입해 여전히 가지고 있다. 영화 속 피터는 외로워 보인다. 친구도 그에게 도움을 주지 못하고 누구에게도 자신의 고민을 이야기하지 못한다. 아마도 그런 모습이 더욱 내가 감정이입을 할 수밖에 없었던 것 같다. 영화는 꽤나 감정적이고, 생각보다는 액션 장면이 많지 않다. 그러니까 탄탄하게 이야기와 캐릭터의 감정을 전달했기 때문에 내가 거기에 더욱 빠져들었던 것 같다.


그렇게 좋아하는 영화지만 주변에 말을 할 수는 없었다. 주변 누구도 <스파이더맨 2>를 좋은 영화라고 이야기하지 않았고, 내가 인생영화라고 이야기하면 “왜 그걸...’이라는 반응이 먼저 따라왔다. 그래서 더더욱 이 영화는 혼자 좋아하고 혼자 봐야만 하는 영화였다. 10년 정도 지난 후, 인스타그램 같은 SNS에서 영화를 좋아하는 다른 사람들의 포스팅을 보고 나서야 비로소 <스파이더맨 2>를 명작이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여전히 주변 사람들은 이해하지 못한다. 나 역시 그것을 굳이 주변사람에게 이야기하지 않는다. 그저 속으로 좋아하고 글로 표현한다.


얼마 전에 <스파이더맨 2>를 넷플릭스에서 한 번 더 봤다. 예전만큼은 아니지만 여전히 피터의 외로움과 고민이 마음속에 들어온다. 단순히 추억의 힘만은 아닌 것 같다. 난 여전히 조금은 외롭고, 나의 고민을 이야기할 마땅한 상대를 찾지 못한 것 같다. 그래서 더욱 영화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이고 간단한 글을 써나가는지도 모르겠다.


요즘 가장 좋은 영화를 꼽으라면 <블레이드 러너 2049>를 꼽는다. SF장르를 좋아하기도 하지만 영화 속 복제인간과 인간의 차이에 대한 생각거리가 풍부하기 때문이다. 특히나 복제인간 K의 외로움과 고뇌가 마음에 들어왔다. 인간이었으면 좋겠다는 마음, 인간이지 않을까 하는 의심. 그러고 보니 내 마음속에 들어온 건 또 외로움과 고독이다. 어쩌면 난 여전히 외롭고 고독함 안에 머물러 있는 것일지도 모르겠다. 그 형태는 과거와 다르겠지만.





영웅 같지 않은 영웅


사실 한국에는 미국 코믹스 같은 영웅이 등장하는 영화가 거의 없다. 특별한 능력이 있는 주인공이 등장하는 <마녀> 정도를 떠올릴 수 있겠지만 한국에서는 그런 전형적인 슈퍼히어로를 영화에서 특별히 찾아볼 수는 없다. 물론 여러 액션 영화들에서는 영웅이라고 할만한 캐릭터가 등장하긴 한다. 최근에 영웅이라고 볼 수 있는 배우는 마동석 인 것 같다. 심지어 마블 <이터널스>에도 출연을 했으니 그가 가진 특별한 이미지가 그의 능력이 되어버린 것 같다. 괴력과 강력한 주먹은 그가 어떤 영화에 출연해도 액션을 기대하게 만든다.


좀 더 과거로 가서 생각나는 영웅 영화가 있다면 무엇이 있었을까. 가장 먼저 떠오르는 영화는 <돌아이>였다. 가수 전영록이 주연을 맡은 이 영화는 1985년에 첫 편이 개봉했다. 아마도 나는 중학교 즈음 텔레비전에서 하는 특집영화 코너에서 처음 본 것 같다. 주인공이 성폭행당한 보컬 그룹 멤버를 위해 범인을 잡는 과정이 빠르게 이어진다. 마치 성룡 영화를 보는 것 같은 스턴트 장면이 이어지고 다양한 추격 액션이 펼쳐진다. 아마도 이 영화가 내가 기억하는 최초의 한국 영웅인 것 같다. 주인공이 형사도 아니고 그저 보컬 그룹의 매니저였는데, 그가 나서서 범인을 찾으려 고군분투하는 것이 그렇게 멋있을 수가 없었다.


그러다 대학교 때, 영화 <공공의 적>을 만났다. 강철중(설경구)은 일반적인 형사가 아니다. 불량배보다 더 성격이 더러워 보이는 강철중은 별로 정을 줄 수 없는 캐릭터였다. 괴팍하고 게으른 형사의 모습이 더욱더 그런 감정을 부추긴다. 그런데 강철중은 특유의 감이 있다. '육감'이라고 부를 수 있을 그 능력이 강철중이 가진 특별한 능력인 것 같다. 적어도 영화를 다 보고 나서 그가 가진 그 육감을 능력이라고 부를 수 있을 것 같았다. 그가 엄청나게 나쁜 패륜아를 잡으려고 애쓰는 모습이 애달퍼 보이긴 했지만 끝까지 잡고 놓지 않는 모습에 꽤나 정이 갔다. 엄청 나쁜 사람처럼 보이지만 실상 정의감이 살아있는 그런 캐릭터다.


사실 <공공의 적>은 총 3편의 시리즈가 있다. 그중에서 가장 좋아하는 건 1편이지만 2편과 3편의 강철중도 좋아한다. 전체 시리즈가 완전히 연결되지 않아서 시리즈라고 부르기가 어색하지만, 이 영화들에는 '강철중'이라는 강력한 캐릭터가 있다. 그에게 있는 거라고는 악따구니와 형사 또는 검사로서 가지고 있는 육감 정도인데, 악당의 냄새를 맡으면 무슨 수를 써서라도 끝까지 가는 모습 때문에 많은 사람들이 그를 영웅으로 기억하는 것 같다.


생각해 보면 강철중은 마이너 정서를 많이 가지고 있다. 싸움도 못하고 조직에서도 인정받지 못한다. 전체 시리즈에서 강철중의 위치는 모두 그런 마이너 한 감성을 드러낸다. 그리고 그의 옆에는 엄반장(강신일)이 있다. 유일하게 그의 능력을 알고 있고, 그것이 잘 드러날 수 있게 끝까지 지원해 주는 인물이다. 영화에서 강철중을 지원해 주는 건 엄반장뿐이다. 그 두 사람의 관계를 보면서 나의 옆에도 나를 인정해 주는 한 사람만 있으면 괜찮겠다는 생각도 했다. 잘하는 것, 못하는 것을 모두 보고서도 잘하는 것을 더 돋보이게 힘을 주는 사람. 그런 엄반장 같은 사람은 누구에게나 있을 수 있다.


강철중은 전혀 영웅 같지 않다. 앞서 이야기했던 <돌아이>의 주인공도 마찬가지다. 그런 어설프고 엉뚱한 캐릭터의 성격 때문에 웃음을 주기도 하는데, 어찌 보면 바보 같아 보이는 이 캐릭터들을 사람들이 좋아했던 건, 그들이 가진 인간적인 느낌 때문일 것이다. 우리 주변에서 볼 수 있을 것 같은 평범함. 평범하지만 무언가 남들과는 조금 다른 능력이 있는 사람. 현실에서 누군가의 생명을 구하는 사람들을 보면 대부분 그저 평범한 사람이다. 그 사람들은 무언가 자신이 나서야 된다는 본능적인 감이 있다.


그래서 강철중이 영웅으로 기억될 수 있는 것 같다. 여전히 강철중이 어디선가 나타날 것만 같은 느낌. 네 번째 시리즈가 나올 것 같지는 않지만 지금 강철중의 유니버스가 다시 시작된다면 좀 더 다채로운 이야기가 있을 수 있을 것 같다. 세상은 더 복잡해졌지만, 그 복잡함 가운데서 단순하게 실체를 파악해 나가는 강철중 같은 사람이 있다면 무언가 통쾌함을 느끼게 해 줄 수 있을 것 같다. 그래서 여전히 현재에도 영웅 같지 않은 영웅, 강철중은 유효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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