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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프 필드에서 100타를 깨는 방법

스윙 교정 없이 생각만으로 백돌이 탈출하기

지금은 K국 선교사로 떠나신 청년부 목사님께서 하신 말씀이 있다. “하루 3끼 먹고, 6시간 자고, 2번 씻을 수만 있으면 난 무엇이든지 할 수 있다.” 나는 감사가 제일 약한 사람인데, 목사님의 이 말씀을 떠올릴 때마다 감사에 대해서 다시 생각하게 된다. 매사에 계획을 세우고 계획을 달성하지 못하면 스트레스를 받는 나 같은 사람에게 목사님의 말씀은 일상의 감사와 행복을 찾는데 큰 도움이 된다. 오늘도 느지막이 일어나 아침을 먹고 설거지를 하다 갑자기 떠오른 생각에 식은 커피를 옆에 놓고 아이패드를 켰다.


‘나는 골퍼의 스윙을 전혀 건드리지 않고 라운드에서 다섯 타를 줄여줄 수 있다.’


예전 즐겨 보던 행복골프 유튜브의 김헌 교장쌤 - 모두들 그렇게 불렀다 - 의 말씀이다. 그땐 골프를 입문한 지 1년 정도 되었을 때라 믿기지도 않았고 무슨 말인지도 이해할 수 없는 말이었다. 그 이후 9년이 흘렀고 지금은 나도 저렇게 이야기할 수 있다. 정말 운이 좋아야 하는 드문 경우지만 필드에서 경험이 많고 열정적인 캐디를 만났을 때 스코어가 줄어드는 경험을 해본 골퍼라면 내 말을 이해할 수 있지 않을까. 골프를 반드시 스윙으로 이해하지 않고도, 스코어를 줄일 수 있는 방법이 있다. 멘탈 교정만으로 말이다.


골프는 태권도의 품새 종목이 아니라는 말을 자주 한다. 스윙의 아름다움을 겨루는 스포츠가 아니라는 말이다. 예전 스윙과 샷이 다르다는 글에서도 이야기했던 것처럼, 골프는 공을 한 타라도 적게 쳐서 홀에 넣는 사람이 이기는 스포츠다. 규정에 어긋나지만 않으면 어떤 폼이든 구질이든 관계없다. 탄도가 높아서 좋은 것도 아니고 낮아서 좋은 것도 아니다. 드로우 구질이 페이드 구질보다 유리한 것도 아니다. 심지어 장타가 항상 유리한 - 다음 글에 설명하겠다 - 스포츠도 아니다. 대한민국 골프장의 파 4홀 화이트 티의 평균 거리는 330m 남짓이고, 싱글 스코어를 치기 위해 필요한 드라이버 거리는 180m다. 180m를 죽지 않고 떨어뜨릴 수 있으면 싱글 스코어를 노려볼 수 있다. 물론 세컨샷 150m가 중요해지긴 하겠지만 말이다. 블루티로 가지 않는 이상, 장타에 목을 맬 필요는 전혀 없는 것이다.


이제, 멘탈 교정만으로 스코어를 줄일 수 있는 방법에 대해 이야기해 보자.


“왜 백돌이나 싱글 골퍼나 똑같이 티박스에 서면 파 Par를 목표로 하는 거지? 난 도저히 이해할 수가 없다”


10년 넘게 싱글을 유지하고 계시는 한 동반자분께서 하신 말씀이다. 당시 백돌이를 넘어 백십돌이였던 내가 힘이 잔뜩 들어간 티샷을 하는 것을 보고 하신 말씀이었다. 이후에 다른 글이나 영상에서 비슷한 말을 하시는 분들을 보기도 했다. 이 말을 듣고 정신이 번쩍 들었다. 그리고 책을 찾아보고 - 놀랍게도 스코어링에 대한 책들이 있다 - 내용을 배우고 습득했다. 연습장이나 필드에서가 아니라, 책상 앞에 앉아서 말이다.


백타를 깨는 가장 쉬운 방법을 두 가지로 설명해 보겠다. 같은 이야기인데 인식하는 방법만 조금 다르다. 맘에 드시는 걸로 선택하셔도 좋다.


첫 번째 방법이다.

모든 홀에 1타를 더한다. 파3는 파4로, 파4는 파5로, 파5는 파6로 인식한다. 그리고 티박스에 선다.

자, 무엇이 달라진 거 같은가?

말장난 같은데, 이 방법이 엄청난 심리적 변화를 가져다줄 수 있다.


레귤러온Regular on이라는 용어가 있다. 해당 홀에서 파를 하기 위해 그린에 올려야 하는 타수다. 우리는 모든 홀에서 투펏을 목표로 하기 때문에, 해당 홀에서 2타를 뺀 수가 레귤러온의 타수가 된다. 파3는 1온, 파4는 2온, 파5는 3온이다. 파를 하기 위해서는 레귤러 온이 필수적인 요소가 된다.


레귤러온이라는 요소가 우리의 롱게임에 엄청난 심리적 압박감을 주게 되는데, 문제는 이것이 백돌이에게나 싱글 골퍼에게나 동일하게 적용된다는 점이다. 파3홀 티박스에 섰을 때 원온을 목표로 하지 않는 골퍼가 있는가? 모든 골퍼가 파3홀에 오면 원온을 목표로 티샷을 한다. 그 압박감 때문에 티샷이 물에 빠지거나 휘어져 나가는 경우가 많고, 이 경험은 굳이 설명하지 않아도 골퍼라면 다 느끼는 감정이다. 프로 골퍼마저도 가장 어려운 홀이 파3라고 하지 않는가.


자, 이제 내가 이야기한 방법으로 돌아가보자. 파3홀에 왔다. 그런데 나한테는 이 홀이 파3홀이 아니다. 파4홀이다. 그럼 티샷을 반드시 그린에 올릴 필요가 없다. 티샷의 목표는 ‘살아서 그린 주변에 떨어지는 것’이다. 어프로치를 해서 투온을 하면 되고, 운이 좋아 핀 가까이 붙이면 원펏도 노려볼 수 있다. 이제 상상해 보자. 티샷이 얼마나 여유로워지는지 알겠는가? 이 심리적 변화가 스코어에 엄청난 변화를 가져다주는 것이다.


파4 330m 홀에 왔다. 내 드라이버 구질은 슬라이스고, 휘면 대충 180m 정도 간다. 세컨샷이 150m가 남는데, 6번이나 5번은 정타를 맞출 자신이 없고 유틸을 치자니 넘어갈까 두렵다. 결국 투온을 하기 위해서는 드라이버가 200m 이상 나가주어야 한다. 그것도 살아서. 어드레스를 하는데 온몸에 힘이 잔뜩 들어간다. 당연히 사이드 스핀이 많아지고, 터덜터덜 빨간 공이나 하얀 공을 찾아 이동한다. 해저드면 다행이고, OB면 더블 보기 확정이다. 백돌이에게 골프가 가장 재미없어지는 시점이다.


파4 330m 홀에 왔다. 아, 그런데 파4홀이 아니라 파5홀이란다. 파5홀이 330m라고? 짧다. 100미터씩 세 번 쳐도 3온이다. 드라이버를 잡을 필요가 없다고까지 느껴진다. 유틸이나 7번 아이언 티샷을 해도 3온은 충분하게 느껴진다. 그럼 드라이버가 살아서만 가면 여유가 있겠네? 티박스에 섰는데 홀이 정말 짧아 보인다. 툭 쳐도 충분할 것 같다. 어드레스를 하는데 몸이 가볍다. 180m만 살아서 가면 대박이다. 심지어 라이가 좋은 곳에 떨어지면 투온을 노릴 수도 있다. 기분 좋게 드라이버 티샷을 한다. 역시나 슬라이스가 났지만, 페어웨이 오른쪽 퍼스트컷에 살아서 떨어졌다. 괜찮다. 세컨샷을 그린 근처에 떨어뜨릴 수만 있으면 3온은 충분하다. 동반자의 힘이 잔뜩 들어간 티샷은 내 공보다 훨씬 오른쪽으로 떨어져 숲으로 향한다. 어깨가 으쓱하다. 동반자는 써드샷, 난 세컨샷이다. 한 타 벌고 시작하는 느낌이다.


위의 글을 읽으면서 심리적 변화가 느껴졌다면 성공이다. 매 홀에 한 타를 더해 모든 홀에서 파를 한다고 가정하면, 올보기가 되어 스코어는 90타가 된다. 보기 플레이어가 된 것이다. 생각만 바꿨을 뿐인데 백타를 쉽게 깰 수 있게 되었다. 같은 실력으로도 홀을 대하는 마음가짐이 달라지면 백타를 쉽게 깰 수 있다.


두번째 방법이다.

필드의 18홀은 파3, 파4, 파5로 구성된다. 가장 많은 파4홀이 10개, 파3가 4개, 파5가 4개씩이다.

모든 홀에서 3온 2펏을 한다고 생각해보자. 그럼 홀당 타수는 다섯 타가 되고, 18홀 x 5타 = 90타가 된다. 보기 플레이어가 되었다.

파5홀에서 3온은 누구나 노려볼만한 목표다. 그렇다면 파5홀에서 안전하게 3온을 목표로 하고, 혹시 1타를 더해 6타가 되었다고 해도 파3홀에서 두 타나 남기 때문에 만회할 수 있다. 파3홀에서는 굳이 원온을 목표로 하지 않고 2온 2펏으로 보기를 노려본다. 보기만 해도 파5홀에 한 타 여유를 줄 수 있다. 비거리가 충분한 골퍼는 대부분 파5홀을 쉽게 여긴다. 그렇다면 파3홀에서 여유가 생긴다. 파5홀에서 3온 2펏으로 파를 할 수 있으니 파3홀에서 더블 보기를 해도 3온 2펏, 총 5타가 되는 것이다. 그럼 파3홀에서의 목표는 티샷이 죽지 않는 것이 된다. 그린에 올라가지 못해도 전혀 상관없다. 세 번 만에 그린에 올려서 2펏을 해도 되니까. 심지어 1온 2펏이나 2온 2펏을 하면 한 타의 여유가 생긴다. 파4홀이나 파5홀에서 실수를 해도 만회할 수 있다는 생각이 든다. 전체적으로 골프에 여유가 생기게 되고, 18홀 전체를 바라보는 눈이 생긴다.


센스가 좋은 분들은 여기서 발전할 포인트를 찾았을 거다. 그렇다면 90타 안쪽으로 가는 방법은? 3온 2펏을 2온 2펏으로 바꾸면 된다. 매홀 2온 2펏이 가능하려면 드라이버가 살아야 하고, 세컨샷을 그린에 올릴 수 있어야 한다. 이 때 부터 아이언샷의 정확도가 중요해진다. 백타를 깨는데 중요한 요소가 티샷을 살리는 것이었다면, 90타를 깨는데 중요한 요소는 아이언샷의 정확도가 향상되는 것이다. 드라이버 거리가 늘어나면 아이언에 여유가 생긴다는 점도 생각해볼만 하다. 그 다음 과제가 될 것이다.


생각만으로도 백타가 쉽게 느껴졌다면 성공이다. 백타를 깨는데 가장 중요한 것은 드라이버 티샷이 살아가는 것이고, 레귤러온과 비거리에 대한 부담감을 내려놓으면 골프가 훨씬 쉬워진다. 티샷이 살아가기만 해도 다음 샷을 생각하기 쉬워지고, 거기서부터 한쪽을 막아놓고 구질을 정해 친다는 말을 이해할 수 있게 된다. 백타를 깨면, 이제 시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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